벌써 11월 중순도 훌쩍 넘었다. 회사에서는 연말맞이 콘서트가 열렸다. 보컬, 피아노, 기타, 드럼이 합주하는 폴라리스 밴드의 공연이었다. 직장에서 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조합인 만큼 밴드 구성원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40대 후반의 여성 보컬, 30대 중반의 남성 보컬, 50대 드러머, 20대 기타리스트, 피아노를 치는 분은 30대 후반이다. 공연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딱 30분, 길지 않은 시간이다. 관객은 50여 명 남짓,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모닝커피가 아닌 음악으로 기운을 북돋아야지.
백만 송이 장미, 아름다운 구속, 사랑 TWO 등 세대를 넘나드는 노래가 이어졌고, 공간은 어느새 음악으로 가득 찼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라는 곡을 부르면,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첫사랑이 떠오른다는 보컬의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감미로운 음악에 몸을 좌우로 흔들다가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분들의 표정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긴장감으로 살짝 상기된 얼굴에는 음악을 향한 진심이 묻어났다. 누군가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마음이 있었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생각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면 글을 쓴다. 좋아하는 마음은 선잠을 깨우고, 노트북 앞에 앉게 한다. 공부를 이렇게 했어야지, 중얼거리며 깊은 새벽까지 계속 쓴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 고심하며 써 내려간다. 서툴고,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심이라는 마음을 방패 삼아 하얀 백지를 채워간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자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웃으며 답해야지. “글을 쓰는 시간 덕분에 삶을 씩씩하게 견딜 수 있어요.”라고.
2019년 누군가에게 자랑거리가 될 만한 성취는 없다. 그러나 어느 해보다 여유 있고, 느긋하다. 이루지 못한 일들에 전전긍긍하며 조급해하는 나는 어디에도 없다. 매일매일 좋아하는 일을 해서 얻은 작은 성공들이 나를 생기 있게 한다. 색색의 화려한 꽃다발 대신 조금씩 모은 안개꽃 한 다발을 들고 흡족해한다. 맑은 마음, 깨끗한 마음인 안개꽃의 꽃말과 닮은 연말이다. 작은 무대 위에서 드럼을 치는 50대 드러머의 얼굴을 보며, 글을 쓸 때 나의 얼굴을 상상한다. 어쩐지 비슷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