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단련

기꺼운 독서일기 열

by 기꺼움


# 1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났다. 150여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독립출판물 두 권을 만들었다. 두 아이에게 쓴 서간문을 엮은 『별빛 담은 편지』(조그만 북스, 2019)와 읽고, 쓰는 일의 향한 마음을 담은 에세이 『정직해진다는 것에 대해』(조그만 북스, 2019)를 써냈다. 작년 초 몸과 마음이 모두 소진되었을 때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이 나를 서서히 일으켰다.



# 2



분명 치유의 글쓰기였다. 뭔가 순수하게 책에 의지했고, 글쓰기에 몰입했다. 얼마 전부터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자꾸 욕심이 생긴다. 더 잘 쓰고 싶어서 못쓰겠는 마음이라고 하면 맞을까? 문장을 써내면 시원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자꾸 검열하게 된다. 왜 이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건지 답답함이 불쑥불쑥 밀려온다. 꽉 막힌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심정과 비슷하다.



# 3



조급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데 왜 자꾸 글쓰기에 욕심이 생기는 걸까? 겉으로는 취미로 쓴다고 말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리는 걸까? 그도 아니면 멋진 글을 써내는 사람들을 향한 부러움과 동경일까? 뭔가 명확하지 않지만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만큼은 확실하다. 그런 과정에서 정답을 찾고 싶으니 급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백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의 마음을 드러내며 글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 4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갈대처럼 흔들리는 이 순간에도 책을 읽는 것만큼은 항상성이 유지된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독서를 즐기는 태도는 언제나 굳건하다. 어쩌면 정답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책에 의지하는 것, 꽉 막힌 도로에서도 책이 손에 들려있다면 결코 지루하지 않을 테니까. 머뭇머뭇 써낸 이 글을 마치면 이슬아 작가의 『심신단련』(헤엄, 2019)을 읽다 잠들어야겠다. 잘 쓰려면 몸과 마음의 단련이 필요하다.


이 시기가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일간 연재를 시작할 것이다. 부풀었던 마음도 가라앉고 익숙한 두려움 속에서 매일 뭔가를 쓸 것이다. 파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이 더 길 것이다. 어려워도 그 일이 나에게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낼 것이다. 그때 더 잘해보기 위해 지금은 많은 책을 파는 동시에 많은 책을 사고 읽는다.(227쪽)
- 이슬아 『심신단련』(헤엄, 201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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