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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ction Dec 06. 2021

또 남 좋은 일만 시킨 건가

알다시피, 난 타의 90% 정도로 노조를 맡고 있다. 당연히 좋은 이야기를 하는 자리는 아니고, 싫은 소리 입바른 소리를 주로 하고 있다. 성향 자체가 갈등 회피가 워낙 강해 개인적으로는 참 안 맞는 일이긴 하나, 기관이나 조직 입장에선 참 좋을 거다. 어용 소리 들을 만큼 사측하고 잘 지내고, 어쨌든 노측 사람들도 잘 챙기려 노력은 하니… 개인적으론 일만 늘고 시간 축내는 상황이 많아 번거롭지만 말이다.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일 년 반 동안 여러 일을 겪었다. 부서도 옮기고, 기관장도 바뀌고, 부서장도 바뀌고, 전시도 오픈하고, 승진 시험도 통과하고 등등…


근데 왜 이리 허무한지 모르겠다. 뭐 말로는 주를 위해 산다고 하지만 나이롱 신자 된 지가 오래됐고, 세속적 보상을 바라는 건 그 누구 못지않아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도대체 뭘 위해 이리 뛰었나 모르겠다. 오늘 연말 시상 결정이 났다 했는데, 역시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름조차 언급이 안 되는 상황이면 뭐.


대학교 졸업식 때 느꼈던 감정이 오늘따라 유독 크게 느껴진다. 남 좋은 일만 하다 들러리 섰던 그 *같던 날. 올해 희망하고 바랐던 일은 다 헝클어지는 기분이 계속 불쑥 튀어 오른다. 이 와중에 소금 과장은 또 개똥철학을 퍼부으시며 귀에서 피 나오게 하고.


내가 뭐 큰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잔치 이상의 현실적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건 뭐 돈이 있나 힘이 있나 무슨 시다도 아니고… 모르겠다 당장 조직 커지긴 어려울 테니 난 언제 올라갈라나…


외국 나갈 준비 좋아하네. 둘이 짬짜미 해서 잘 뽑아 드시니 좋으셨습니까. 잔소리나 좀 적당히 안 하시면 좋겠네요. 제가 당신들 아바타는 아니잖아요. 썅.


두서없이 욕지거리가 나오는 걸 보니 뇌로 가야 할 피가 손으로 몰리나 보다. 낼 그냥 사무실에서 조용히 할 일이나 하고 시간 보내야겠다. 진짜 맘 같아선 fucked up 하고 깽판이라도 놓고 싶지만, 그놈의 이미지 관리가 뭔지 참 그렇다… 집에 가서 피파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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