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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Dec 15. 2015

주체적인 여성캐릭터는 남성처럼 주먹을 휘둘러야하나?

'드레스'를 입고 문제를 해결하는 캐릭터

<제로 다크 서티>의 마야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소녀처럼 코딩하기>라는 글에 영감을 받아 작성하게 되었다. 내가 쓰는 이 포스팅에서는 일본 애니의 여성 캐릭터 <소드아트온라인>의 아스나, <블랙라군>의 로베르타를 다루게 될 것이고, 할리우드 영화인 <제로 다크 서티>의 히로인인 마야를 다루게 될 것이다. 자, 출발하자.


<소녀처럼 코딩하기>라는 글에 관한 감상

<소녀처럼 코딩하기>(링크)라는 글을 읽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여성 프로그래머가 글에서 언급되는 차별을 받아서? 그건 아니다. 여성 프로그래머가 그런 일은 당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고 고쳐나가야할 일이지만, 그런 차별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그런 현실이 지배적이며 이미 관련한 내용들은 충분히 접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저 글에서 충격을 받은 것은 소위 '바람직한 여성상'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최근에 여성권에 관한 몇자락에 포스팅을 썼었다. 그 글들은 아래와 같다.


일본 애니의 천박한 여성인식, 소드아트온라인에서 재확인하다(링크)  

15세 제한 소드아트온라인 2기에도 강간미수 장면이 있다(링크) 


<소드 아트 온라인>의 여성 캐릭터 아스나

나는 위의 포스팅에서 <소드 아트 온라인>을 비판했다. 그 애니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이 모두 남성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스나는 <소아온>에서 충분히 강한 캐릭터로 나오지만 중요한 시점에선 항상 주인공인 남성에게 구원받는다. 그리고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그걸 강하게 부정못하는 캐릭터다. 무력은 있지만 남자에겐 강하지 못한 그런 캐릭터랄까. 


나는 <소아온>을 비판하며 <요르문간드>, <블랙 라군>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표현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라고 쓴 것. 지금도 그 의견은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다만, <요르문간드>, <블랙 라군>의 여성 캐릭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소녀처럼 코딩하기>라는 글을 보고 들게 되었다. 


<블랙 라군>의 여성 캐릭터 로베르타

여성이 남성만큼, 혹은 남성보다 더 잘 싸운다는 컨셉의 캐릭터는 남성의존적인 캐릭터에 비해 더 나은, 훨씬 진보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남성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작품들이 홍수를 이룰 때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등장하는 <요르문간드>, <블랙 라군>의 존재는 그래서 의의가 있다. 로베르타는 <블랙라군>에서 가장 강한 캐릭터다. 주인공보다. 내가 이 두 작품만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내가 일본 애니를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도 있을 게다. 아, <공각기동대>도 여기에 낄 수 있을 듯. 


여성이 남성처럼 싸워야하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꼭 남성처럼 싸워 이겨야하는가? 여성은 육체적으로, 특히 싸움의 영역에 있어서 남성에게 게임이 안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이대면 물론 여성이 이기는 경우도 있긴하다. 여성 레슬러와 일반인 남성이 싸움을 하면 남자가 이기기 힘들겠지. 하지만 전성기인 효도르를 이길 수 있는 여성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게다.


<레지던트 이블>의 여성캐릭터 엘리스

그런데 굳이 불리한 게임의 룰, 싸움에 여성이 굳이 낄 필요가 있는 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굳이 여성 캐릭터가 주먹다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할까? 아니다. 단언컨데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먹이 그 실효를 발휘할 때도 물론 있겠지만, 많은 경우 대화, 협상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꼭 <레지던트 이블>에서처럼 남성화된 여성이 등장해 칼을 휘두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소녀처럼 코딩하기>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드레스를 입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꼭 남성처럼 전투복을 입고 남성처럼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없는 것. 


'드레스'를 입고 문제를 해결하는 <제로 다크 서티>의 히로인

오사마 빈라덴을 때려잡는 인물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은 총을 든 네이비씰이 아닌, 그들에게 작전을 직접 내리는 한 여성이다. 그녀의 이름은  마야. 그녀는 군사들을 다루지만 군사들처럼 근육질인 것도 아니고, 그들처럼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테러가 일어나면 그 자리에서 테러범을 추적하는 대부분 할리우드 남성 캐릭터들과 달리 그녀는 숨어 있는다. 사실 식당에서 갑자기 폭탄이 터지면 남자건 여자건 일단 숨어있는 게 답이다(살아남았다면). 식당에서 폭탄이 터졌는데 그 자리에서 무슨 수로 범인을 추적해서 잡겠나? 목숨을 확보하고 나중에 추적을 하는 게 합리적이겠지.


<제로 다크 서티>의 마야

여하튼 마야는 오사마 빈라덴을 잡는다. 직접 총을 쏘지도 않고, 직접 오사마 빈라덴의 두 손을 포박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작전을 세우고, 부대를 투입시킨다. 그게 다다. 내가 굳이 이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마야는 <레지던트 이블>이나 <블랙 라군>에서처럼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이긴 하지만 '직접' 주먹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먹은 남자에게 맡기고, 그녀는 그들에게 지시를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한 여성은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무력을 휘두르는 것에 약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시'는 훨씬 여성적인 방법이며, '드레스를 입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레지던트 이블>에서처럼 권총과 쌍칼을 들고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녀는 오사마 빈라덴을 잡을 때만 '드레스'를 입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을 때도 그녀는 '대화'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아래 장면을 보자. 마음에 드는 장면이라 내가 예전에 캡쳐해뒀던 장면이다.


<제로 다크 서티>의 한 장면

무력을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남성적인 솔루션이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통해 위협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 재밌는 건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마야는 상사인 남자들을 모두 기죽게 한다는 것이다. 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것도 마야고, 가장 실력이 좋은 것도 마야이기 때문. 관심있으면 한번 보시라. 저 누나 완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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