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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Feb 07. 2016

<그날의 분위기>: 나랑 안자다니! 철벽녀다!

#영화 #철벽녀 #그날의분위기

스포일러 있습니다.


허접한 영화

헐리우드의 영화감독들이 예민하게 처세하지만, 한국의 감독들이 둔하게 처세하는 문제가 있으니, 영화에 의도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삽입이 될 수 밖에 없는 젠더 이슈다. 이는 소위 페미니즘이란 것이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과 긴밀히 연결되어있다고 보인다. 한국의 감독은 '별 생각없이' 어떤 장면을 넣는 데 그 장면들이 대체로 개저씨스러운 경우가 다분히 많다.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도 딱 개저씨스러운 영화다. 감독 아재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그가 의도했건 안했건, 그의 영화는 천박하고 수준 낮다. 나는 이 글에서 <그날의 분위기>의 어떤 장면이 문제가 되고, 왜 그 장면이나 그런 스토리 라인이 문제인지 보여줄 것이다.


이 영화에서 표현되는 남성: 플레이보이

이 영화에서 남성들은 대부분 플레이보이로 등장한다. 잠깐 등장하는 에이전시 회사 사장과 비싼 농구선수를 제외한 두 인물은 모두 여성'들'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두 남자는 특정한 어떤 여성을 원한다기보다는 그저 치마두른 사람을 원하는 듯 보인다. 


김재현(유연석 연기)


주인공 남성-김재현이 이런 성격을 가장 두드러지게 가지고 있다. 함께 다니는 개그 캐릭터와 주인공 캐릭터의 차이는 작업성공률 외에는 없다. 사실 남성에 대한 이런 시선은 남성 입장에서 그리 달갑지 않다. 감독 조규장이 남성들을 어찌 보는 지 알 수 있다. 그가 남성이란 건 별로 중요치 않다. 


이 영화에서 표현되는 여성: 감정에 휘둘려서 바람 피는 존재

이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몇명이 등장하지만, 딱히 의미있을 정도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김슬기가 연기한 그 캐릭터는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그 역할을 맡을 사람이 김슬기일 필요도 없으며, 애초에 그 캐릭터는 이 영화에 필요하지도 않다. 적당히 시나리오 수정만 거치면 문채원이 연기한 캐릭터만으로도 스토리가 전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선 여성 캐릭터 중에 문채원이 연기한 배수정에 대해서 주로 썰을 풀 것이다.


배수정(문채원 연기)


배수정이라는 캐릭터는 10년된 연인이 있는 캐릭터다. 이 부분이 유연석이 연기한 플레이보이 김재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배수정은 연인이 있는데, 김재현은 솔로다. 그러므로 이 둘이 만약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관계를 가진다면, 배수정은 '바람을 피는 존재'가 되고 김재현은 그저 '한 여성의 동의를 얻고 섹스를 하는 사람'으로 포지션된다. 누가 더 잘못했을까? 감독은 남성과 여성 중 누가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되는 스토리를 만들었을까?


한국 사회의 윤리적 잣대를 한번 들이대보자.
:잊혀진 성희롱 

한 여성은 바람을 피었고, 또다른 남성을 여성의 동의를 얻어서 섹스를 했다. 비록 남성이 영화 초반부에서 여성을 꼬실 때 성희롱을 하긴했고("저 오늘 왠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 이는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상황이지만, 조규장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 캐릭터 배수정은 이 성희롱에 대해 크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엔딩 크레딧 때 똑같은 대사를 듣는 홍 대리(김슬기)도 마찬가지다. 이는 <소드아트온라인>에서 성추행을 당하지만 이렇다할 거부를 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와 상당히 유사하다. 자세한 건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배수정이 김재현의 성희롱("저 오늘 왠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에 둔감하게 대응함으로써 영화는 성희롱한 자를 비판하거나 비난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날려버린다. 그리고 심지어 영화 제작사는 "저 오늘 왠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를 마케팅에 활용하기에 이른다. 지들(감독과 제작사) 딴에는 이게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졸라 쿨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안그래 ^^


아무튼, 영화는 성희롱한 자를 전혀 비판하지 않고 넘어감으로써, 특히나 성희롱의 대상이된 자가 그 잘못을 물흐르듯 넘어가게 만듦으로써 김재현의 '죄'를 없는 척 한다. 이제 "저 오늘 왠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라는 대사의 '죄와 벌'은 더 따질 수 없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조규장 감독이 이 대사가 그리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추측해낼 수 있다.


자, 다시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자. 성희롱 이슈가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에 의해 '클리어'하게 되면 이제 모든 것들은 두 남녀의 일일 뿐이다. 이 때 두 남녀가 잠을 잔다면? 이때 윤리 이슈는 어떻게 될까? 앞서 말했듯 배수정은 남자친구가 있으며, 남자는 연인이 없다. 그리고 남자는 여성에게 어떠한 약물을 먹이지도 않았고, 여성의 동의를 구했다. 남성 입장에선 전혀 잘못한 게 없다. 그리고 여성 입장에선? 그녀는 자발적으로 섹스를 하긴하겠지만, 영화에서 그녀는 이제 '바람핀 여자'가 된다. 관객들에게 그녀는 '바람핀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조규장 감독이 기획이란 것은 두 번 말해 입 아프다. 그는 썅년을 만들기 위해 아주 노력했다.


배수정에게 연인이 없었다면?:
어떻게 '썅년'으로 만드는가?

배수정에게 연인이 없었다면 이 앞서 언급한 윤리적인 문제는 모두 없던 것이 된다. 배수정과 김재현은 그저 뜻이 맞아서 원나잇을 한 것으로 정리된다. 배수정도 그렇고 김재현도 '바람핀 존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비판에도 노출되지 않고, 누구도 죄인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조규장 감독은 배수정에게 연인을 부여하고 결국에 바람을 피게 만든다. 그렇게함으로써 그녀를 "썅년"으로 만든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배수정을 '썅년'으로 만들면서까지 '바람'을 피게 만드는데 정작 10년된 연인이 스토리에 이렇다할 역할을 딱히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차에서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고 연인이 되는 스토리가 되었어도? <그날의 분위기>와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조규장 감독은 스토리에 배수정을 굳이 바람피게 만들었는데, 조규장 감독에게 이 부분은 그 자체로 중요했었는 지도 모르겠다. 스토리에는 뭐, 굳이 다시 반복하자면, 전혀 역할을 안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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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정에게 연인이 없어서 결국 '원나잇'만 했어도 보수적인 아재들은 "어떻게 여자가!"하면서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어찌 아재들 따위의 의견을 수용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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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자자"고 하는데 "싫어요"하는 건 "안되는 게 참 많은" 게 아니다. 

2. "오늘 자자"고 하는데 "싫어요"하는 건 "철벽녀"라서가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다. 니킥 날리고 싸대기 때려도 나는 여전히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라고 말할 것이다.

3. 콘돔까지 반반씩 계산하는 건 소위 더치페이를 찬양하는 한국 대부분 남성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것이었나? 소위 #개념녀? 나 점점 이 감독이 싫어지려고 한다. 빨리 글을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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