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Dec 18. 2015

연인이 커플 사진을 카톡 프로필에 올리지 않는 이유


연인이 카톡 프로필에 커플 사진을 걸지 않는 경우

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상대가 그 사진을 프로필로 쓰지 않는 일은 흔히 있다. 함께 사진을 찍어서 카톡 프로필에 거는 것을 요구하는데 상대는 어떤 이유로 그 사진을 카톡 프로필이나 페북 프로필에 걸지 않는다. 반대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상대가 함께한 사진을 프로필에 걸기를 요구하지만 '나'가 어떤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바람피려고 그러는 거다"?

혹자는 커플 사진을 걸지 않는 사람을 보고 "바람필라고 그러는 것"이라며 바람설을 들이댄다. 난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고작 커플 사진 하나 안건다는 이유로 상대가 바람을 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도 대략 좋지 않다. 물론 바람을 피려고 사진을 걸지 않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커플 사진을 걸지 않는 이유

그 사람이 커플 사진을 걸지 않는다면 다음의 세가지 경우의 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 자신의 연애사를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인 경우. 둘, 당신과의 연애가 길게 지속될거란 믿음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셋, 당신이 어장의 물고기인 경우.


그 사람은 이 세가지 경우 중에 하나에 포함될 수도 있고, 셋 모두에 포함될 수도 있으며,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이쪽이나 저쪽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이 셋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사람은 로봇이 아니며 여러 페르소나를 함께 가지고 있는 복잡한 존재다. 세가지 경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하나, 연애사를 타인(가족, 친구 등)에게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

이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며, 당신이 관여할 문제도 아니다(권유는 할 수 있겠지). 그저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일 따름이며 카톡 사진을 프로필에 걸지 않았다고 당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고 볼 이유는 전혀 없다.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애인 생겼어?"하며 아는 척하는 것을 극혐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커플 사진을 걸었다가 내리면 "헤어졌어?"하며 오지랖 펴는 아해들을 극혐해서 애초에 그런 사진을 걸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노팅힐>은 영화 배우 안나 스코트(이하 안나)와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 사장 윌리엄 대커(이하 윌)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 인용되는 대사들은 정확한 대사들이 아니라 내가 기억에 의존해 쓰는 대사들이다)


어느 날 윌이 촬영 현장에 놀러간다. 윌은 안나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스탭의 안내로 손님 지정석(?)에 간다. 스탭은 윌에게 배우들의 대사를 들으라며 헤드폰을 건네준다. 그 때 헤드폰을 통해 영화 배우들 간의 대화가 들린다. 안나의 옆에 있던 동료 배우가 묻는다. "저 남자 누구야?" 안나가 대답한다. "그냥 별 사람 아니야." 안나는 윌에게 이 말이 들리는 것을 몰랐고, 윌은 이 말을 듣고 실망하여 촬영장을 떠난다.


윌은 삐졌다. "다 들었어요"라며 안나에게 자신이 왜 삐졌는 지 말해준다. 그 말을 듣고 안나가 윌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당신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요." 윌은 삐짐을 푼다.


그 사람이 당신과 함께한 사진을 카톡에 걸어놓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나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다. 안나처럼 연인이 아닌 자에게 자신의 연애사를 일일이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은 꽤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선택이고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므로 이는 존중해줘야한다. 연인의 입장으로서 요청은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말을 안듣는다고 "넌 날 사랑하지 않아!"라고 하는 건 에바다. 그 사람이 당신의 말을 다 들어줘야할 이유는 없다. 연인은 연인이지 노예가 아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당신의 말을 다 들어줘야할 이유는 없다.




둘, 당신과의 연애가 지속될거라 믿지 못하는 경우

당신과의 연애가 길어질 거라 믿지 못하는 경우일 수 있다. 카톡 프로필이나 페북 프로필은 결국 남들에게 연애사를 공개할 지 여부의 문제다. 지인들이 보게될 것이고, '남자친구야?', '여자친구야?'하는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다. 연애한다는 것 자체를 광고하고 싶은 자에게 이런 질문은 달가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은 이런 질문에 달가워할 이유는 없다. 연애가 곧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면 , 혹은 연인에 대한 감정이 뚜렷하지 않다면 굳이 커플 사진을 프로필에 걸며 '나는 이 사람과 연애한다'라며 선언하지 않을 것이다.


첫번째 경우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첫번째 경우에는 그 사람이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카톡 프로필에는 여전히 커플 사진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두번째 경우에 속할 경우, 당신에 대한 믿음이 쌓이면 그 사람의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이 사람이다' 싶을 때 부모에게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왜 나를 못 믿어?"

'나'가 저 사람을 믿는 것은 온전히 '나'의 권리이며 자유다. 그런데 상대가 '나'를 믿는 것은 저 사람의 권리이며 저 사람의 자유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나'를 못 믿는다고, 나를 평생의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선 안된다. 신뢰를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선택이고 '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이다. 상대가 나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는데 믿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 싫다면 이별이라는 옵션이 남아있다.




셋, 당신이 어장의 물고기인 경우

나는 이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기에 속하는 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만약 그 사람이 당신을 어장에 가두고, 다른 사람에게도 오픈 마인드인 경우,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다. 하루를 안봐도 금단현상이 오는 특별한 물고기가 되거나, 어장 밖으로 나오거나. 그런데 사실 당신이 어장의 물고기인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나는 물고기야'라며 땅을 팔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단 물어보라

건강한 연애에 가장 좋은 보약은 대화다. 그 사람에게 "왜 나랑 찍은 사진 프로필에 안걸어?"라고 한번 물어보시라. 그리고 대답하면 그 대답을 온전히 믿으시라. 사랑하는 사람이잖나. 두 사람간의 관계가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믿음은 기본이다. 나중에 통수맞으면 어떡하냐고? 그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미리부터 확실치도 않은 우울한 가설로 상대를 바라볼 필요는 전혀 없다.

-

브런치, 매거진 구독해주세요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alaldalala1



매거진의 이전글 섹스를 해도 되는 경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