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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l 12. 2015

K(女)는 어떻게 연애했는가- 7

7.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감수하는 여자(완결)


공지

1. 이 글은 논픽션이고, 지어낸 내용은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힌다.

2. 이 글을 게시하는 것은 이 글의 주인공이 되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었음을 미리 밝힌다.

3. 편의상 나는 이 글의 주인공을 K라 명명할 것인데, 이는 그의 실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4. 이 글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댓글이 달릴 시엔 댓글을 삭제하는 것은 물론 차단조치할 것임을 미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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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매칭 사이트에서 친해진 여자가 소개해준 남자

이전 글에서 썼듯이 K는 인터넷에서 한 여자와 친해진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취향을 공유한다. 서로를 성적 대상으로 여겼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둘이 엮이진 않는다. 대신 한쪽이 한쪽의 연애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이 둘의 관계를 발전한다. 인터넷녀는 K에게 한 남자를 소개해준다.


그 남자는 군인이었다. 그냥 군인이 아니고, 특수부대에 속하는 군인이었다. 대학 교육도 받은 남자였다. 사진을 보면 얼굴은 준수했고, 몸도 적당한 근육질로 괜찮아보였다. K는 그 남자를 소개 받고, 짧은 시간에 친해졌다. 짧은 시간에 친해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녀가 사람을 쉽게 믿는다는 것. 앞선 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말했고 이 글에서도 그 부분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기억하라. 그녀가 사람과 짧은 시간에 사람과 친해지고, 마음을 빨리 오픈한다는 것을.


2. 그 남자의 취향

그 남자를 어떻게 부를까. 군인이니까 '군인'이라 부르도록 하자. K는 인터넷녀와 성적 취향을 공유했듯이 '군인'과도 성적 취향을 공유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취향에는 관음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것을 보거나 상상하는 것을 통해 흥분했다. 이런 취향은 아주 스페셜해보인다.


그런데 인터넷을 조금만 돌아다녀보면, 그의 취향이 그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특히 소라넷 아제들은 자신있게 자신의 그런 취향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부인되는 사람도 그런 취향을 딱히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다. 인터넷의 글들이 지어낸 소설이 아니라면 그 부부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있다고 봐도 된다.


물론 대중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런 취향은 전혀 건전하지도 않고, 오히려 터부시될 게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건 둘이지, 대중이 아니다. 사랑을 함에 있어 취존이 안되는 자들의 취향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다. 남이사.

 

3. 하루에 남자 네 명과 섹스를 하다

그 둘은 만나서 섹스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섹스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라면 뭐하러 자신들의 취향을 공유했겠나. 그 둘은 돌아오는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토요일이었어야했다.


'군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선 배우들이 필요했다. K는 인터넷 매칭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자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토요일에 만나서 나와 섹스를 하자'라는 요지의 쪽지였다. K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자들에게 이 쪽지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누가 이 쪽지의 제안을 거부할 수 있겠나. 남자들 입장에서 섹스 뒤에 이 여자를 책임질 필요도 없고, 또 볼 것도 아니니 원하는 방식의 섹스를 할 수 있었다.


K와 '군인'의 계획은 이랬다. 1시부터 2시까지 1번 남자를 만나고, 다음 시프트에 2번 남자를 만나는 식으로 3번 남자까지 만난다. 그리고 나서 '군인'과 섹스를 한다. '군인'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킬 수 있으니 좋다. 그럼 K가 얻는 건 뭐였을까? 새로운 경험이다. 지금까지 안해봤던 짓이라 그녀는 "함 해보지뭐"라는 식으로 '군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왜 토요일이었어야했는 지 알겠나?


4. 세명의 남자와 섹스한 뒤

세명의 남자와 섹스를 한 뒤에 네번째 남자, '군인'을 드디어 만났다. 항상 온라인에서만 대화를 나눴던 그 남자를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난 게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알던 '군인'이 아니었다. 사진과 다른 사람이 나타난 게다. 같은 사람이긴 한데, 사진의 그 남자보다 뚱뚱했으며, 얼굴도 더 못생겼었다. 하지만 딜은 딜이다. K는 그 남자와 섹스를 한다. 섹스 뒤에 남자는 한번 더 만나자는 제안을 하지만 K는 거절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K는 인터넷녀에게 따지듯 물었다. 사진이랑 너무 다른 사람 아니냐! 이에 인터넷녀는 격분했다. '군인'은 인터넷녀와 절친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후로 이 세 사람 사이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있긴한데, 그건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상상력에 맡기도록 하겠다. '진흙탕 싸움'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K는 마음을 열었던 두 친구(?)를 잃는다. K는 인터넷녀에게 자신의 인터넷 매칭 사이트의 계정을 알려줬었다. 인터넷 매칭 사이트에서 이용자는 프로필을 꽤나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 잘나온 사진을 박고, 자신의 취향, 특기 등 온갖 것들을 적는다. 그 프로필을 작성하기 위해선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두시간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녀는 K와 싸운 이후로 K의 프로필을 삭제해버린다.

 

물론 계정을 삭제한 건 인터넷녀의 잘못이다. 하지만 K는 얼굴도 보지 않은 이를 너무도 쉽게 믿었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얼굴을 알아도 사기치는 이 각박한 속세에서 얼굴도 보지 않고 목소리도 들어보지 않은 이에게 자신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게다.


이는 '군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루듯이 그녀의 몸을 쉽게 허락했다.


한편으로, 나는 K가 '군인'을 연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본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또 섹스를 하기로 약속을 잡았을 게다. 애초에 전남친 J도 매칭 사이트에서 만났으니 그리 과도한 상상도 아니다. 가능성이 있으니 '군인'을 만났고, 섹스를 하기로 약속도 잡았으리라.


5. 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한 노력

그녀가 한번도 본 적이 없던 '군인'의 제안을 승낙한 이유는 무얼까? 그녀는 '안해본 거니까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이니 그 말도 틀리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론 '군인'이 자신의 새로운 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본다. 그러니 쉽게 믿고,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을 하지 않았을까. 목표가 뚜렷하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법이다. 연애는 그녀의 낙이다. 그것을 위해서 그녀는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있는 것 같다. 그녀가 한번도 보지 않은 여자를 믿어서 인터넷 사이트의 계정을 준 것이나, 한번도 보지도 못한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준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녀는 많은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나은 사랑을 추구하고 있는 게다.


6. 그녀의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그녀는 한 남자와 썸을 타고 있다. 말도 잘통하고 외모도 준수하다고 한다. '완벽한 남자'에서 찌질한 남자가 된 J는 더이상 그녀의 인생에서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남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는 불안하다. 남자 새끼가 또 전남친처럼 잠수를 타는 찌질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면 어떡할까? 남자가 잠수타는 것을 그녀가 물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다. 잠수를 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면, 남자놈에게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애초에 마음을 열지 않으면 된다. 좋아하지 않으면 된다.


그녀는 전략을 선택했다. 남자놈이 자신을 더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 부디 그녀가 같은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남자를 만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남자를 만난다면...서로 간만 보다 끝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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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원래는 포스팅 하나로 끝내려고 했던 글인데 어쩌다보니 연재글이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 연재글을 다 읽은 분들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K는 다 읽었다. 그리고 나와 친분이 있는 여성분 세 명도 읽었다. 그리고 그 세명의 여인들은 모두 K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K의 팬이라고 한 분도 있었다. 팬이라고 하신 분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도 이렇게 글로 남겨달라 했었다. 조만간 그분의 이야기도 글로 남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인을 제외한 분들이 이 연재글들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사실 그게 가장 궁금하다. 그런데 댓글이 달리지 않으니 알 수가 있나? 솔직히 말하면 읽는 사람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K를 위해서, 그리고 끝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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