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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r 10. 2016

박근혜는 책상을 치고, 김종인은 고함을 친다

여의도에선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관측하기 힘들다.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것- 조직의 합리성

나는 최근에 <어떻게 조직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인가?>란 글을 브런치에 적었다. 그 글을 읽은 뒤의 이 글을 읽는 것을 권장한다. 해당 글은 야당의 제1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적었다. 나는 강한 야당을 꿈꾸는데, 지금의 야당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야당을 비판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나의 글을 그들이 볼 거란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답답한 걸 풀기는 해야할 것 아닌가?)


나는 해당 글에서 '야당이 강해야하는 이유'를 적었다. 야당이 강해야 여야당이 함께 어떤 사안에 대해 논의하게 되고, 이는 논의석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올리게되어 결과적으로 더 합리적인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더 많은 데이터가 논의석상에 올라오게되면 어떤 사안의 장단점과 기회와 위험이 골고루 논의될 수 있으며 이는 더 나은 결과물이 선택되게끔 한다. 야당이 강해져서 여야당이 '사실'을 기준으로 논의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다.


한국의 정당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합리적인 근거를 통해 여러 대안들이 '식별'되고 또한 '선택'되는 문화가 얼마나 정착되어있는 지를 통해 조직들의 합리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조직의 합리성을 다룬다. 


한국의 정당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글 제목에서부터 결론이 예측가능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고함을 고려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의 고함에 의존해서 결정을 내린다. 이는 전혀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며, 오히려 '힘의 논리'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게 맞다. 동물의 왕국이다.


필리버스터

멍청이들만 지지하는 악법인 테러방지법을 저지 혹은 연기 하기 위한 노력으로 야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몇십년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에 국민들이 환호했으며, 그 중에서도 새누리당에 반감을 품은 이들이 뭉쳤고 야당다운 모습에 더불어민주당에 박수를 보냈다. 


박근혜의 책상 치기

테러방지법를 통과시키기 위해 똥고집을 부리는 박근혜는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자 약 20분간 책상을 치며 화를 냈다. '박근혜의 책상치기'는 여러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조직의 합리성이므로 그 맥락에서 박근혜의 책상치기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녀가 책상을 치기까지에는 많은 준비물들이 필요하다. 첫째, 그녀의 그런 무식한 행태를 참아줄 당직자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당직자들은 참는 것을 넘어서 박근혜의 그런 '언어'를 '언어'로 이해해야한다. 둘째, 그녀의 행태를 일일이 빨아주는 언론이 필요하다. 그녀가 무식하게 책상을 때려도 그 천박한 행위를 비판할 생각은 안하고 '진노' 따위로 써주는 언론사가 필요하다. 그런 언론사의 존재가 있어야 책상을 때려치는 대범한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물론 박근혜라면 그런 언론마저 지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준비물이 구성되면, 그녀는 책상을 때릴 수 있게 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천박한 행위'라고 할법한 행위이지만, 그 행위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준비물 덕택에 '박근혜의 책상 치기'는 그 행위 자체가 '언어'가 되어서 조직이 어떤 선택을 하게끔 도왔다. 박근혜의 책상치기는 어떻게든 필리버스터를 저지하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언어'-주장에는 어떠한 근거도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저 감정만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근거없는 외침은 조직의 의사결정에 힘을 발휘했다.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전형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더불어민주당의 이종걸 의원이 필리버스터의 시작을 끊었으며, 김광진 의원, 은수미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가 계속되고 있었다. 필리버스터는 3월 10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그럴 것처럼 굴었다. 아래 사진을 보자. 




"우리 당에 아직 100명의 의원이 남아있습니다"라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말만보면 100명의 의원이 모두 필리버스터를 할 것만 같다. 이 홍보물 상단에 "필리버스터를 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자세"라고 적어놨는데 설마 자신이 속한 당에 100명이 넘는 의원이 있다는 단순한 팩트를 전해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필리버스터"라는 단어를 달았음에도 나중에 100명을 투입하지 않을 계획이었다면 이종걸 의원은 말그대로 사기를 친 거라고 봐도 과한 판단이 아니다. 그저 홍보물로 대국민 뻥구라를 치려고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종걸이 이 홍보물로 뻥을 치려고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종걸은 정말 100명을 투입할 계획이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필리버스터 중단선언

2016년 2월 29 밤쯤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연합뉴스의 기사가 올라왔다. 한겨레, 경향까지 합류했다. 연합의 기사는 '어떤 논의과정을 통해서'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알렸고, 공식적인 발표는 3월 1일 09시에 있을 거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필리버스터 중단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더불어민주당의 손혜원 홍보위원장 및 비대위원은 3월 1일 01시 19분에 페북에 글을 남겼다(아래)




김종인의 고함

필리버스터는 어떤 과정을 통해 중단되었을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수준은 새누리당과 딱히 다르지 않다. 비슷한 수준으로 비합리적이며, 찌질하다. 저쪽에서는 노인네가 책상 몇번 치면서 당에 영향을 끼쳤고(삼권분립 개무시했다는 건 논외로하자), 이쪽에서는 노인네가 고함을 치면서 조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아래 기사를 보자.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당 대표가 되었던 문재인에게도 기죽지 않던 이종걸이 이렇다할 절차도 거치지 않고, '단순히 문재인이 지지한다는 이유'로 비대위원장이 된 김종인의 고함에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게 된다. 나는 지금 중단 그 자체를 다루고자하는 게 아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 봐야하는 부분은 '필리버스터 중단'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러한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되었는 지다. 


김종인의 고함은 딱히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의 (사실이 아닌)일방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그의 발언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대로 가면 이념 논쟁인데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김종인) 


그의 발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몇가지 있다. 첫째, <테러방지법>이라는 법안이 기본법에 대한 법이 아니라 이념에 관한 법이라고 본다는 것. 둘째, 이념 논쟁으로 가게되면 더불어민주당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 셋째,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하면 더불어민주당에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의 주장에서는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일단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러 토론이 이념 논쟁이라고 보는 그의 관점을 통해 그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몰이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몰이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렸으니, 그 이후의 판단들이 상당히 허접스러울 것이란 것은 예측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서 합리적인 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하므로 그의 관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겠다. 


김종인은 필리버스터-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념 논쟁을 계속하게 되면 당에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는데, 여기에 있어서 김종인은 그저 '김종인의 촉'만을 따졌다. 그 외의 변수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는 그의 발언을 통해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아, '김종인의 촉'만을 본 건 아니다. 여기에서 박영선 비대위원도 거든다. 오마이뉴스는 기사 일부에서 박영선 의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가장 강하게 제기한 건 박영선 의원이다.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 의원은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내일(1일) 조간신문에 '선거법 발목을 잡은 야당'이라고 새까맣게 쓰지 않겠느냐. 오늘(29일) 자정에라도 필리버스터를 중단하자"라고 말한 것으로 한 회의 참석자가 전했다.


오마이뉴스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 클릭을 클릭하시라(클릭). 박영선 의원은 보수신문인 중앙일보가 자신들을 비판하고 있다면서 역풍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김종인과 박영선의 역풍론은 딱히 근거가 없었다. 즉, 필리버스터가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명백한 근거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여론조사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이 그렇게 생각하므로 그럴 것이다'라는 아마추어적인 관점에 당이 어떤 선택을 하게끔 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의사결정구조

이따위 의사결정구조는 조직의 리스크를 올린다. 한두명의 '근거없는 판단'은 위험 요소를 누락할 위험이 큰데, 그럼 위험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어떤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장 큰 두 정당이, 가장 크기 때문에 가장 영향력이 큰 정당들이, 그렇기 때문에 가장 책임감이 있어야할 정당들이 한 두명의 근거없는 판단만으로 어떠한 결정들을 이루는 의사결정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이 나라의 정치구조가 얼마나 허접스럽게 구성되어있는 지 잘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지금의 사이즈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서로가 비슷한 수준으로 찌질하기 때문이지 각자가 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한쪽이 조직다운 조직이 된다면 나머지 한 당을 압살하는 그림은 자연스레 연출이 될 것이다(그런데 박근혜나 김종인이 하는 꼬라지를 보면 별로 그런 그림이 연출될 것 같진 않다). 


머니볼

영화 <머니볼>을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머니볼>의 교훈은 간단하다. 숫자를 가지고 어떤 결정을 내리자는 것. 즉, 근거없는 판단-미신을 변수로 고려하지 말고 확실한 것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자는 게 머니볼의 교훈이다. 그래서 영화 <머니볼>의 코치는 선수들을 뽑을 때 선수의 숫자 기록만을 따진다. 그 선수가 지금까지 출루를 얼마만큼이나 잘 했는 지를 보고 선수로 영입하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유명하고 잘 나간다는 소문파다하더라도 숫자가 그것을 증명해주지 못하며 팀에서 내쫓고, 영입하지도 않는다.




영화에선 머니볼을 추구하는 코치와 대비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떤 노인네는 어떤 선수를 뽑지 말자며 이렇게 말한다. "여자친구가 못생겼어." 그러자 누가 묻는다. "그게 뭔 상관이야?", "여자친구가 못생겼다는 건 자존감이 낮다는 거지." 뭐 이따위식이다. 여자친구가 못생겼으니까 스카우트를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한다. 여자친구가 못생긴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노인네의 주장을 일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더해서 자존감이 낮으면 야구를 못한다는 것 역시 증명이 되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노인네들은 그러지 않는다. 무식하다.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공천방식은 머니볼의 할배들이랑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이 <시스템공천>이란 걸 도입하면서 머니볼의 관점을 공천 때 도입하려했다. 하지만 김종인이 <시스템공천>은 다 없던 것으로 만들었다. 흔한 아재고, 노인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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