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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r 12. 2016

김종인이 더민주당의 위기관리프로세스를 거세했다

주먹구구식 행정이 필연적으로 야기시키는 실패

김종인


주먹구구식 행정

주먹구구식 행정이란, 이렇다할 근거 없이 '촉'만으로 행정을 하는 행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A를 하면 a가 될 것이다"라는 주장이 있다고 해보자. A를 한다고 해서 a가 될 거라는 이렇다할 근거는 조직 내에서 공유가 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한 두명이 "A를 하면 a가 될 거에요"라고 말한다는 이유로 조직이 A를 강행하게된다면, 조직은 A를 강행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조직은 A를 강행함으로 인해 사전에 예기치 못한 위험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즉, 이렇다할 근거없이 무작정 밀어부치는 행정을 나는 <주먹구구식 행정>이라고 정의한다. 지금 김종인의 더불어민주당이 주먹구구식으로 행정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뒤에서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게 될 것이다.


문재인의 혁신위 공천안에 대한 평가
문재인

문재인 전 대표가 김상곤, 조국 교수 등과 혁신위원회를 세워서 만들었던 혁신안이 있다. 그 혁신안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위원장 포함 15인 이내, 최소 9인 이상이며 100% 외부인사로 구성 ▲위원회는 정기전국대의원대회 개최일 후 3개월 이내에 구성하며 임기는 2년, 단 처음 구성되는 중앙당, 시도당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당규 제정일 이후 1개월 이내 구성된다.


운영과 관련 ▲중립 및 비밀 유지 의무 ▲중앙당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광역단체장, 국회의원을 시·도당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평가대상 ▲평가 내용은 공개 및 발표하지 않고 평가 직후 즉시 밀봉, 철저한 보안 속에 보관, 공천시점에 전략공천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 등으로 이첩 ▲평가 주기는 대상자 기준 총 2회로 임기 중간평가와 선거일 6개월 前에 평가 ▲평가의 반영비율은 중간평가는 30%, 최종 평가는 70%가 반영된다.


교체지수 평가항목으로 ▲국회의원 ‘의정활동․공약이행도’, ‘선거기여도’, ‘지역구 활동’, ‘다면평가’, ‘지지도 여론조사’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에 대한 평가항목은 ‘의정활동’, ‘지역구 활동’, ‘다면평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은 ‘직무활동’, ‘공약이행도’, ‘지지도 여론조사’로 국회의원 평가에서 새로 도입된 선거기여도는 임기 내 해당 선거구의 선거결과를 반영하는 것로 총선비례득표율과 임기 내 지방선거 광역비례득표율 간의 비교와 임기 내 광역․기초의원 선거결과를 평가에 반영한다.


평가 반영비율은 ▲지역구의원의 반영비율은 지지도 여론조사 35%, 의정활동․공약이행평가 35%, 다면평가 10%, 선거기여도 평가 10%, 지역구활동 평가 10%, 비례대표는 의정활동과 다면평가 ▲평가결과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 ▲평가의 공천과정 반영은 당규에 명시 및 평가를 바탕으로 공천심사를 진행된다.


평가자료와 결과는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일체의 열람과 유출이 금지된다.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의 승인 하에 한정 열람될 것이며 전체 순위와 점수 공개는 불허하고 전략공천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 등에 대상자의 점수로 환산된 결과만 전달된다. 


이 혁신안의 내용을 보면 최대한 많은 요소들을 공천의 변수로 삼으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공약이행도, 선거기여도, 지역구 활동 등을 점수로 환산해서 평가에 반영한 뒤 하위 20%를 '컷오프' 하겠다는 게 혁신안의 내용이었다. 이는 혁신안의 "평가결과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라는 문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왜곡될 위험이 큰 문재인 혁신위의 공천안

나는 혁신안이 나왔을 때 혁신안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공약이행도"같은 것은 누구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공약을 이행했는 지 여부만 가지고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재량의 여지'가 없다. 100개의 공약 중 20개만 이행한 국회의원은 20%의 공약이행률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실제로 어떻게 점수를 환산하는 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데 "선거기여도"같은 점수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는 누가 판단하느냐에 특정 후보에게 낮은 점수가 갈 수도 있고, 높은 점수가 갈 수도 있다. 평가자의 재량이 심각하게 많이 개입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선거기여도"외의 항목들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 평가자의 재량이 점수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내릴 수 있다. 특정 평가자가 '갑'이라는 후보에 우호적이라면 점수를 높게줄 것이고, '을'이라는 후보에 비우호적이라면 점수를 낮게줄 것이다. 


혁신위의 위원들은 이런 위험을 인지했었기 때문인지 혁신안에는 "위원장 포함 15인 이내, 최소 9인 이상이며 100% 외부인사로 구성"라는 문구가 있긴하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인사로 공천위를 구성한다고 해서,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조금도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은 좁고, 여의도는 더 좁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할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그 다음 평가표에 숫자를 채워넣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 믿기 어렵다. '컴퓨터'가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공천안이 없었던 과거보다는 훨씬 낫다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문재인 혁신위의 공천안은 그 공천안이 없었던 상황에 비해선 훨씬 '진보한 형태'라는 점은 인정해야한다. 전에는 '숫자를 톻한 평가'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로 공천위가 <주먹구구식>으로 공천을 했었는데, 그나마 후보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점수가 공천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공천안을 통한 2016년 2월 24일 발표한 1차 컷오프

2월 24일에 더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20% 컷오프 대상을 발표했다. 통보 대상 현역 의원은 모두 10명으로 5선 문희상, 4선 신계륜, 3선 유인태·노영민, 초선 송호창·진정희 의원 등 지역구 의원이 6명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김현·임수경·백군기·홍의락 의원 등 모두 4명이다. 


혁신위원회가 만든 혁신안은 당규에 포함이 되었고, 따라서 24일에 공천 탈락이 발표된 의원들은 당규에 포함된 혁신위 공천안에 의해 탈락되었다. 1차 컷오프에 대해선 의원들도 당규에 포함된 내용이니 딱히 반발이 없었다. 누구나가 공정한(상대적으로) 잣대로 평가되었고 탈락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김종인이 다 된 밥에 코딱지를 빠뜨린다. 20% 컷오프와 별도로 추가로 공천을 배제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관리프로세스가 완전히 거세된다. 


문재인 혁신위 공천과 김종인의 <주먹구구식> 공천은 어떻게 다른가?
1차 컷오프 vs 2차 컷오프
평가요소 공개 vs 평가요소 비공개
공천위 재량 제한 vs 공천위 재량 강화
위기관리 채택 vs 위기관리 X

1차 컷오프는 문재인 혁신위의 몇개월 간에 거친 논의 끝에 탄생한 공천안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즉, 충분히 계산된 수였다.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전보다는 진보한 형태의 공천안이었으며, 여러가지 평가요소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내려서 공천할 사람과 공천하지 않을 사람을 갈라내었다. 무엇보다 혁신위의 공천안의 평가내용들은 투명하게 공개가 되어서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원들이나 유권자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에 반해 2차 컷오프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어떤 요소를 통해 후보들을 평가내리는 지도 명확하게 밝혀져있지 않다. 심지어 공천관리위원장인 홍창선은 <김현정과의 뉴스쇼>에서 11일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불행하게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게 아니라 ‘막말의 대명사다’ 이런 식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패스하면 또 다른 반대 그룹에게는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지 이런 고민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홍창선의 발언을 통해보면 "막말" 때문에 정청래가 공천에서 탈락한 듯이 보인다. 그의 말을 통해 2차 컷오프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있는 지 판단내릴 수 있는데, 그에 대해서 자세히 살피는 건 조금 뒤에 하기로 하고, 일단 1차 컷오프의 기준이었던 혁신안의 내용을 다시 보자. 


▲국회의원 ‘의정활동․공약이행도’, ‘선거기여도’, ‘지역구 활동’, ‘다면평가’, ‘지지도 여론조사’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에 대한 평가항목은 ‘의정활동’, ‘지역구 활동’, ‘다면평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은 ‘직무활동’, ‘공약이행도’, ‘지지도 여론조사’로 국회의원 평가에서 새로 도입된 선거기여도는 임기 내 해당 선거구의 선거결과를 반영하는 것로 총선비례득표율과 임기 내 지방선거 광역비례득표율 간의 비교와 임기 내 광역․기초의원 선거결과를 평가에 반영한다.


평가 반영비율은 ▲지역구의원의 반영비율은 지지도 여론조사 35%, 의정활동․공약이행평가 35%, 다면평가 10%, 선거기여도 평가 10%, 지역구활동 평가 10%, 비례대표는 의정활동과 다면평가 ▲평가결과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 ▲평가의 공천과정 반영은 당규에 명시 및 평가를 바탕으로 공천심사를 진행된다.


1차 컷오프는 꽤나 다양한 변수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공약이행도, 선거기여도 등등을 평가해서 공천을 주는 방식이다. 1차 컷오프의 이점은 공천위가 아무리 재량을 부려도 재량을 부릴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찍어내릴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점수를 막 줄 수도 없다. 재량을 부릴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재량을 부릴 수 없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공천위가 '제멋대로 판단할 재량'을 억제한다. 하지만 2차 컷오프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공천위가 재량을 부릴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


2차 컷오프, 공천위가 실패하는 이유

앞서 말했듯이 <주먹구구식> 행정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명확한 근거없이 일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1차 컷오프는 특정 후보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위기관리 프로세스였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는 다양한 평가요소를 통해 특정 후보를 평가했으므로 누군가의 개인적인 의견이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2차 컷오프는 프로세스 자체가 전무하므로 누군가의 개인적인 의견(사실이 아닌)이 개입할 여지가 상당하다. 그리고 이는 실패를 불러올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 1차 컷오프 때와 달리 충분한 정보 탐색을 하지 않은 뒤에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말을 다시 읽어보자.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및 공천위원들


"정청래 의원은 불행하게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게 아니라 ‘막말의 대명사다’ 이런 식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패스하면 또 다른 반대 그룹에게는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지 이런 고민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이 말을 토대로 보면, 홍창선은 정청래가 막말을 하므로 4월 13일 총선에 있어 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나는 지금 홍창선의 판단이 틀렸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나는 홍창선의 판단이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에도 기반하지 않은 채로-<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1차 컷오프 때는 위기관리 프로세스가 작동이 되었었는데 2차 컷오프 때는 위기관리 프로세스가 완전히 거세된 채로 공천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청래를 비롯한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되었으며,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들은 분열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의 <주먹구구식> 판단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럼 홍창선이 잘못한건데, 김종인은 왜 제목에 달았냐고? 애초에 전권 달라고 했던 게 김종인이고, 공천위에도 관여하고 있는 게 김종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우연히도'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와 친한 박영선은 공천을 받았다. 


박영선이 공천을 받은 명확한 이유? 그건 2차 컷오프를 진행했던 공천위원들과 김종인 밖에 모른다. 모든 것이 비공개이기 떄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녀가 공천 받은 이유는 '지도부와 친해서'다. 아니면? 홍창선이 정청래가 공천에서 탈락한 이유와 박영선을 붙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그 이유가 합당하면 '지도부와 친해서'라고 썼던 것은 철회하겠다. 지금의 상황을 토대로 보면 홍창선은 김종인의 들러리일 뿐이다. 만약 명확한 평가요소가 공개된다면 나는 이런 입장을 철회하겠지만 그런데 별로 그럴 일은 없을 듯 보인다. 박근혜 정부처럼 김종인의 더불어민주당도 비밀주의로 점철되어있기 때문이다. 나이먹으면 비밀이 많아지나?




그래서 나는 그 자체로 위기관리가 보장되어있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당의 공천위원들은(어떤 당이건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멍청하고, 이해관계에 얽매여있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 하에선 당원들과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에 공천위원들이 선택한 후보보다 강력한 후보가 뽑히게 된다. 이에 대해선 예전에 썼던 글들이 있으니 아래에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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