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시작
소개팅이나 미팅 혹은 헌팅으로 사람과의 인연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생활 패턴 내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된다. 자주 만나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다보면 연애 아우라가 싹트는데 그러다가 연애를 시작하는 커플들이 아마도 다수일 것이다. 같은 조직에 속한 자들이 연애를 하게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주 보면 정이 생긴다. 그 정이 핑크빛일지 아닐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오랫동안 알던 '좋은 사람'과 사귀게 된다할지라도, 곧 헤어지는 커플들을 보게된다. 이는 멀찍이서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그 사람과 그 정도로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정치성향이나 남들은 모르는 버릇이나 그 외에 잡다한 것들 등등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을텐데-즉, 소개팅에서 만났다면 몰랐을 것들도 알고 있을텐데-다른 커플들과 별다를 거 없는 기간을 사귀다가 헤어지니까.
이는 아마도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에 대한 '나'의 근거없는 상상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실제로 '나'가 속한 조직에서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또 실제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연애를 하기에 '좋은 남자'인지는 알 수 없고, 또한 '좋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그 남자가 페미니스트인줄 알았는데 마초였다던가, 그 여자가 인권운동가인줄 알았는데 동물학대를 하는 사람이었다던가 하는 식의 싸구려 반전영화식의 경험이 전제되어서는 아니다. 이별에 있어서 그정도의 격한(?) 스토리까지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사회생활 대상으로서의 상대 vs 연애 대상으로서의 상대
그 사람을 연애 대상을 생각하지 않을 때, 즉 사회생활의 대상으로서 관계를 맺을 때의 '나'의 눈과 그 사람을 연애대상으로서 고려할 때의 '나'의 눈은 다르다. 필터(filter)자체가 다르다. 이때는 필터를 분간하는 2개의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종류가 다른 필터라고 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고, 종류는 같으나 걸러내는 입자의 사이즈가 각각 다른 필터라고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전자의 관점은 사회 생활의 대상으로 사람을 볼 때의 평가요소와 연애대상으로서 사람을 볼 때의 평가요소가 서로 상이하다는 것을 말하고, 후자의 관점은 사회생활 대상으로서 상대를 볼 때 더욱 많은 평가요소를 도입한다거나, 연애 대상으로서 상대를 볼 때 더욱 많은 평가요소를 도입한다는 관점이 될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연애 대상으로서 상대를 볼 때 더욱 많은 평가요소를 개입시킬 것이다. 어떤 관점이 진실이고 답이기보다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필터 타입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사회생활 당시에 '그 사람'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가졌던 간에, 그 경험은 연애를 할 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선 '나'가 어떤 필터를 도입하던 간에 관계가 별로 없다. 수학 공부를 한다고 과학 점수가 오를 리 없고, 영어 공부를 한다고 토익 점수가 반드시 오르는 것도 아니다. 되려, 영어 공부를 좀 했다고 토익을 만만하게 봤다가 뒷통수를 강하게 맞고 42000원을 손해볼 수 있다(사족, 5월부턴 신토익으로 44500원이 된다. 일본은 내린다).
그럼 어떻게 해야되나?
'그 사람'을 잘 안다는 생각을 버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건 오만이고, 자만일 수 있다. 연애는 사람간의 관계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delicate) 관계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잘 안다는 오만에 빠져선 오히려 관계를 망칠 수 있다. 이미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일지라도 연애를 시작한 시점에서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건강한 연애에 이롭다. 그래야 그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봐도 놀라지 않을 수 있고, 또한 그것을 건강한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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