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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11. 2016

[연애상담후기] #1 연애상담에 임할 때 나의 태도

상담 대상자마다 제각각의 솔루션이 있다

Mark Rothko. Green on Blue, 1956. Oil on canvas. 90 × 63 1/2 in. (228.6 × 161.3 cm)


취미: 연애상담

연애상담을 꽤나 자주 해주는 편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 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은 쉽게 내게 속내를 보여준다. 중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을 거쳐 지금에 오면서까지 이런 경향은 계속 있었다. 온갖 비밀들을 내게 말해도 나는 그것을 노출하지 않는다. 딱히 계약을 맺은 건 아니지만 그게 상담자(?)의 올바른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태도가 은연 중에 풍겨서인지 자신들의 속내를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한 때 친구놈은 내게 "자물쇠같다"라고 했었다. 말이 들어가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연애상담 후기나 케이스들을 정리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케이스 정리는 [연애상담후기]라는 말머리를 붙여서 하게 될 것이다. 딱히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는 건 아니고, 내가 보다 '연애'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게 목적이다.




연애상담에 임할 때 나의 태도:
누구에게나 맞는 솔루션은 없다

나는 연애상담을 할 때 어떤 심리도구(tool)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M.Scott.Peck의 영향이 크다. 그는 특정 인물을 정신상담을 할 때, 어떤 도구를 활용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개개인이 다르고 개개인이 가진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솔루션도 매번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자아를 가진 사람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솔루션을 제공하면? 적절한 솔루션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상담요청을 하면 그저 가만히 듣는다. 진단이 끝나야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어떤 도구를 활용한다면 그 도구에 내담자를 끼워넣으려할 것이다. 이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 그저 내가 편하자고 편리하게 접근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우울하다"라고 말하는 환자들에게 동일한 약을 잔뜩 주는 정신과 돌팔이들의 접근법이기도 한데, 실제로 이런 돌팔이들이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많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상장 많은 바리스타의 커피가 반드시 맛있는 게 아니듯, 자격증있는 의사들의 치료 방식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연애상담의 목적은 반드시 "연애를 지속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는다. 연애를 끊내는 게 오히려 내담자에게 이로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롭다는 건, 그의 정신건강을 포함한 인생에 이롭다는 이야기다. 내담자가 연애를 지속하고 싶어하더라도, 그게 오히려 내담자의 삶을 불행하게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액션이 들어가야한다.


다만, 바로 이 지점에서 주의해야한다. 나의 정의나 소신을 내담자에게 강요하는 과오를 벌여선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초콜릿을 좋아하고 초콜릿을 먹을 때 기분이 좋다고 해서, 내담자가 초콜릿을 안먹는다는 이유로 "초콜릿을 먹으세요"라고 해선 안된다. 앞서 말했듯이 '그 내담자'에게만 딱 맞는 적절한 솔루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그에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초콜릿이 그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내담자가 "나는 그 사람이랑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요"라고 하는데, 그러한 판단이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거란 생각이 든다면,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가 적절한 답을 찾아가게끔 유도하는 것이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단순히 "헤어지는 게 좋아요"라고 하는 것은 강요일 수 있지만, 스스로가 답을 찾아내게끔 한다면 이는 일종의 가이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내담자가 딱히 자신을 바꿀 생각이 없거나,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한다. 어쨋거나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기 때문이다. 상담자는 신이 아니다. 스스로가 신이라 착각하는 상담자들이 있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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