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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19. 2016

[연애상담후기] #2 자신을 바꿀 생각이 있는 사람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상대적으로 많다.

Jackson Pollock, Number 34 1949


연애상담에 임하는 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을 바꿀 생각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누가 어떤 그룹에 속하는 지는 대화 몇마디로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해야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을 바꿀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신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 있고, "난 이건 확실히 지켜져야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다보면 "그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일부를 수정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자신을 바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나, 자신을 바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나 딱히 한쪽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연애를 함에 있어서 이들의 선택은 큰 갈림길을 만든다. 특히 자신을 바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선택 옵션이 줄어든다. 자신을 바꿀 생각이 없으니 상대가 '나'에게 맞춰줘야한다. 이런 경우엔 '나에게 딱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나'의 주목표가 된다. 하지만 '나'가 '나'를 바꿀 마음을 먹는다면 '나에게 딱 맞지 않는 상대'라도 연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점이 있으면 맞춰나갈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와 딱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다. 개개인은 모두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연애관계에  룰들을 정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 정도는 애인이 지켜줘야한다."는 식이다. 룰들은 개개인마다 제각각이다. "내 애인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연락을 하면 안된다", "내 애인은 무조건 나를 집에 데려다줘야한다", "내 애인은 집에 일찍 들어가야한다", "내 애인은 항상 이뻐야한다", "내 애인은 갑빠가 빵빵해야한다" 등등. 약간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룰들을 적어놨지만, 이 글에선 이 룰들을 개인적인 취향이라 전제하고 글을 진행하겠다. 실제로 개인의 취향이기도 하다. 저 룰들을 견지하고 있는 상대가 싫으면 만나지 않으면 되는 부분이다. 사회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다니!"하면서 인민재판을 할 필요는 없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도 그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니까.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다수가 옳게 되는 건 아니다. 아군을 많이 포섭하면 기분은 좋겠지만.




케이스 상담사례 하나
연하와 연애하던 여성

한 여성이 이메일을 통해서 연애상담을 요청해왔었다. 그분은 연하의 남성과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남자친구의 연락이 점점 뜸해지고 있었다. 예전처럼 잘해주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이메일을 통해 몇몇 에피소드를 접했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이것저것 검색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남자친구와 같이 할 겸 커플 케이스를 주문했다. 그런데 케이스 선물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는 "고마워"라고 말하는 대신, "에이 왜샀어,  내가 사준다 했잖아" 라고 했다. 그리고 선물해준 케이스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또다른 에피소드, 데이트를 위해 만나면 연상의 여자친구는 데이트 코스를 미리 짜놓고 남자친구를 리드하곤 했다. 이 역시 남자친구를 불쾌하게 했다. 여성은 남자친구가 왜 불쾌해했는 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은 남자친구를 배려한건데, 남자친구는 되려 불쾌해했으니까.


나는 남자친구가 주도권을 잡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성이 연하라서 여자친구에게 일종의 열등감을 가질 수도 있었고 그렇다면 여자친구의 제안은 연하 남성에게 일종의 '명령'으로서 기능을 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데이트 리딩(leading)은 남자친구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 이는 남성의 선택권을 좁힐 것이었다. 남성이 연하이기 때문에 '누나에게 무시받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이런 가설을 세워보았다.


가설을 세운 뒤에 나는 여성분에게 한번 "오빠"라 불러보라고 했다. 이는 꽤나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데이트 주도권에 있어서도 남자친구에게 한번 다 맡겨보라고 했다. 이 역시 꽤나 긍정적이었다.


내가 이 케이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남자친구가 마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다. 그녀가 자신의 태도를 고수하고 이전과 같이 연애를 했다면 남자친구는 계속 불쾌해했을 것이고, 결국 갈라섰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상담요청을 한 분은 연애에 임할 때 자신의 태도를 바꿀 생각이 있었고 그 덕에 두 남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다. 한편, 그녀의 그러한 '태도 전환'이 그녀의 행복에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그녀에게 이별을 권고했을지도 모른다. 관계를 위한 관계를 유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만족하는 듯이 보였다.


남자친구가 상담요청을 해왔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다 너 좋아해서 그러는 거니까 연애를 주도해야된다는 집착은 버리고 마음껏 사랑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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