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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r 13. 2016

"너는 왜 연애를 안하니?"에 대답하는 방법

돈이 없을 때? 시간이 없을 때?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너는 왜 연애를 안하니?"

노희경은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을 쓰며 사랑하지 않는 자들을 모두 범법자로 만들었고, 우리의 친척들은 새해만 되면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으레 행사처럼 연애, 결혼 계획 여부를 묻는다. 그들은 마치 '그래야한다'는 듯이 '사랑하라'를 강조한다. 노희경은 로맨틱한 냄새를 풍기려고라도 했는데, 친척들은 딱히 로맨틱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딱히 그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솔까, 간만에 꼬맹이들 봤는데 그들이라고 연애 여부 물어보고 싶었겠나. 그들은 사실 관심도 없을 것이다. 할 말이 없는거다 할 말이. 그러다보니까 아제 개그도 치고 연애 여부도 묻는다. 상대의 감정을 읽지 못하니 무신경한 말도 뱉는거고.


그런데 그들의 말처럼 '사랑'을 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가? 의지만 있으면 연애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가? 난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내가 연애를 못(안)하고 있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다. 정말이라고. 닥쳐). '연애'라는 아웃풋에 도달하기 위해선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준비되어야하는걸까? 돈? 시간? 마음가짐? 사람?


경향신문의 3포 세대

3포 세대라는 말을 최초로 쓴 건 경향신문의 특별취재팀이다. 2011년에 그들은 <복지국가를 말한다>라는 타이틀로 기획시리즈를 연재했고, 그 때 그들은 3포 세대라는 말을 만들었다. 세가지를 포기한 사람들이 3포 세대인데,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


2011년의 2~30대들을 3포 세대로 부른 것이며, 2015년 현재는 3포 세대란 말은 쓰지 않고, N포 세대란 말을 쓰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외에도 포기해야될 게 늘어난 느낌이다. 경향신문은 딱히 연애를 하라거나 연애를 하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2~30대들이 돈이 없어서 연애 등을 포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토리 세대를 한글 패치한 달관 세대라는 말을 만들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마치 청년들이 돈이 없어서 연애를 못하는 현실에 꽤나 만족하고 있는 듯 하다. 달관이라니. 부처인가?


연애에 돈이 필요한가?

3포 세대는 돈이 없어서 연애를 포기하긴했지만, 연애에는 돈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데이트를 소박하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소박한 데이트에도 어느 정도 돈이 들긴하지만, 그럼에도 할 수는 있다. 노오력하면 못할 건 없다. 데이트는 홍대 놀이터에서만하고, 맨날 떡복이랑 순대튀김이랑 김밥만 먹고, 커피나 술 대신 생수를 마시고. 호텔이나 모텔갈 돈이 없으면 섹스는 여관에서 하거나 싸구려 에로 영화에서처럼 화장실에서 해결보면 된다. 사람들 없을 때 야외에서 해도 되고.


아무도 '그런 연애'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그런 연애'를 꿈꾸지는 않는다. 이는 솔로들이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 사람과 만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솔로들이 아무리 외로워도 '그런 사람'과 만나지 않는 이유는 그와의 연애가 '나'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형을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이상형에 근접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 그것이 연애를 더욱 오래, 행복하게 지속시켜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압도당한 이들은 자신의 취향이 전혀 사람과 만나기도 하는데, 이런 관계의 경우 오래가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이 관계는 되려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연애의 대상인 사람뿐만 아니라, 연애 그 자체에 대해서도 각자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상적인 모습'에 '적은 돈'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갑이 두텁지 못하면 사랑하는 자에게 맛있는 것을 사먹여줄 수 없고, 함께 여행을 갈 때도 쪼들린다. 자존심이 상하고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런 연애'를 할 바엔 연애를 포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연애'를 할 바엔 차라리 안하는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돈이 연애를 풍족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 이들은 더욱 더 그런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런 연애'를 꿈꾸지 않으니까.


이론과 현실

한 때 내게 자신의 이상형을 말해준 여자사람동생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성 친구가 돈이 자신보다 많기를 바랬다(그외의 다른 이상형도 말했다). 혹자들은 여기까지 들으면 그녀를 "된장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은 "된장녀"가 아니다. 세상엔 여러 취향이 있을 따름이다. 여튼, 그녀는 자신의 이성 친구가 돈이 충분히 있기를 바랬는데, 그 이유는 자신 앞에서 자신의 이성 친구가 돈 때문에 기죽는 모습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기 싫었기 때문에 애초에 돈이 어느 정도 있는 남성을 만나길 바랬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결국 그녀가 사귀게 된 남성은 그리 경제적으로 풍족한 남성이 아니었다. 그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 남자와 사귀게 되었는 지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는 그녀가 내게 설명했던 이상형과 어긋나는 남성과 사귀었다는 것이다. 그 남성의 무엇이 그녀가 이상형을 극복하게끔 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연애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남성과 결국 연애를 하게 되었다. 이런 케이스들은 굉장히 많다.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아니, 이상형에 상반되더라도 연애를 하게 되는 경우다.


한편,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연애'에 대한 어떤 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이런 식의 연애'를 바라지 않았던 이가 '이런 식의 연애'를 하게 되는 경우다. 이상형에 부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하고, '이런 식의 연애'를 바라지 않던 이가 연애를 하게끔 하는 원동력은 나의 경험치로 판단하건데 하나 뿐이다. 사람.


"사람이 없어서"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장애물이었던 요소들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과거였다면 하지 않았을 것에도 도전하게 되고, 장애물이었던 것들은 더이상 장애물이 아니게 된다. 돈 문제도 마찬가지고, 그 외의 문제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너는 왜 연애를 안하니"라고 물으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사람이 없어서" 외엔 딱히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이 바빠서"라고 하던 사람도 '맞는 사람'을 만나면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음이 있어도 의도적으로 몸을 빼면 뭐 답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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