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애니는 꽤나 오래된 애니입니다. 모리히 토미히코가 2005년에 쓴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2010년 4월부터 8월까지 방영이 되었던 애니죠. 저는 한 때 저와 가까웠던 이에게 이 애니를 추천받아서 2013년인가 2014년엔가 처음 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갑자기 보고 싶어서 또 봤죠. 다시봐도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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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심심할지도 모르니까 음악을 링크해두겠습니다.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의 엔딩곡인 <신께서 말씀하시길>입니다. 영상을 재생한 뒤에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한 뒤에 "연속 재생"을 누르면 음악이 반복됩니다.
신선한 구조
주인공은 1화에서부터 설레는 대학생활을 시작합니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와서 동아리를 물색하지요.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면 핑크빛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안고 동아리를 선택합니다. 애니에서는 "서클"이라고 부르더군요.
주인공은 1화에서 테니스 동아리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동아리 생활은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죠. 그에게 핑크빛 미래를 선물해주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은 1화의 막바지에 "그때 다른 서클을 골랐다면 나는 더욱 다른 2년을 보냈겠지"라는 대사를 합니다. 그리고 시계탑이 나오면서 시계가 되돌려지면서 엔딩이 나오죠.
그리고 2화가 시작하면 주인공은 테니스 동아리가 아닌 다른 동아리에 들어갑니다. 이런 식으로 그는 매화마다 다른 동아리에 들어갑니다. 역시 이 동아리는 틀렸다면서요. 그렇게 반복하다가 10화로 넘어오면 그는 결국 어떠한 동아리도 선택하지 않고 넉장반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이 됩니다. 결국엔 넉장반에서 나오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성공하지 못하고, 넉장반에만 머무르는 사람이 되죠. 그리고 11화에서는 넉장반의 세계를 극복하고 결국 외출을 하고, 그토록 바라던 연인을 만나게 됩니다. '결국 동아리는 애초에 문제가 아니었다' 라는 결론을 구조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인거죠.
애니의 매화에는 한 점쟁이가 등장합니다. "어쨋든 호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네"라는 말을 매화마다 하죠. 점쟁이는 매화마다 등장할 때마다 같은 대사들을 칩니다만, 매번 대사들 중 일부는 축소됩니다. 그런데 "어쨋든 호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네"라는 말은 조금도 압축되지 않고 꾸준히 나옵니다. 그만큼 중요한 대사라는 것이겠죠. 호기, 좋은 기회는 항상 주인공의 앞에 있었습니다. '다른 동아리'나 '다른 분야'에 기회가 있는 게 아니라요. 그저 주인공이 환경탓만 했을 뿐이죠. 마치 그게 의미라도 있는 양.
'호기'는 항상 주인공 앞에 있었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아카시는 5종이 한 세트인 모티그맨 중 한마리를 잃어버립니다. 주인공은 아카시에게 그 말을 들은 뒤에 아카시가 잃어버린 그 모티그맨을 줍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것을 아카시에게 주지 않고, 집 위에 걸어두죠.
눈 앞에 호기가 있다, 라는 말은 다다미 넛장반의 공중에 띄어져있는 모티그맨을 이야기하는 걸 겁니다. 주인공의 앞에는 항상 저 모티그맨이 있었고, 그렇기에 점쟁이는 주인공이 어떤 동아리를 선택하건말건 "어쨋든 호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네"라는 말을 했던거죠. 하지만 주인공은 마지막화에 가서야 그 모티그맨을 아카시에게 전달하고, 라멘을 먹으러가자고 합니다. 그렇게 그는 다다미 넉장반을, 그리고 스스로를 극복합니다.
"다다미 넉장반"의 의미
이 애니의 제목은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입니다. 다다미 넉장반은 주인공인 머무르고 있는 공간이죠. 주인공은 다다미 넉장반 사이즈의 원룸(?)에서 대학 시절을 보냅니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넉장반에는 제가 몰랐던 의미들이 더 있더군요. 나무위키의 써있는 글을 그대로 인용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시모가모유스이장의 모델은 1913년 준공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교토대학 기숙사 요시다료이다. 1960년대엔 이런 곳에 살고 있던 돈 없는 청춘들이 방에서 통기타 하나 가지고 현실에 대한 인식과 청춘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훗날 정식으로 음악계에 데뷔하게 되는데 이들을 '요조한 포크(四畳半フォーク, 다다미 넉 장 반 포크)'라고 부른다(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작곡가 카토 카즈히코가 리더로 있었던 포크 크루세이더스, 날개를 주세요의 아카이 토리, 아오이 산가쿠쵸, 후루이도, 이노우에 요스이가 여기에 속한다). 대략 한국의 1970년대 초 통기타 문화를 생각하면 된다. (나무위키)
라는군요. 일본에서 일종의 돈 없는 청춘들을 상징하는 소재 중 하나가 '다다미 넉장반'인 듯 합니다. 이 애니는 애초에 갓 대학을 입학한 청춘들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애니이니 꽤나 적절한 제목인 것 같습니다. 일종의 캠퍼스 애니랄까요. 그래서인지 이 애니의 재밌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이름이 없다는 것.
이름이 없는 주인공
주인공은 시종일관 스스로를 '와타시'로 부릅니다. 일본말로 '나'죠. 주인공은 "나는"이라는 말로 일기를 써내려가듯이 빠르게 대사를 치면서 스토리를 진행시킵니다. 작가가 그에게 이름을 주지 않은 이유는 갓 대학을 입학한 많은 남성들이 주인공과 비슷한 사고를 하기 때문이거나, 주인공을 관찰하기보다는 주인공에게 이입해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주인공에게 이름이 있었다면 시청자들은 그 주인공을 '쟤는 저랬다'라는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애니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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