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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n 22. 2016

K(女)는 어떻게 연애했는가?

어떤 매력적인 여성이 연애하는 법

2015년에 4월에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하나로 모았다. 최초에 글을 쓴 날짜를 이 포스트에 기록을 해두긴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들은 오늘, 2016년 6월 22일에 모두 수정했음을 알린다. 수정되지 않은 최초의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블로그로 가셔서 보시면 될 듯 하다. 다만, 애초에 내가 7편의 연재글을 하나의 글로 합치고 문장을 바꾸는 이유는 더 읽기 쉽게 만들기 위함이니, 그냥 이걸 보는 걸 권장드린다.


K는 나의 여자사람친구다. 2015년 4월 즈음 그녀와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보고 싶다는 제안을 전했고, 동의를 얻은 뒤 글을 적었다. 매번 글을 마무리한 뒤엔 "어떠냐?"고 검수아닌 검수를 받기도 했다. 사실관계에서 틀리면 안되고, 또 밝히면 안될 것까지 밝히는 것을 경계했다. 아무리 익명이라도 감추고 싶은 부분은 있는거니까. 


1. 매력적인 여자의 숙명


K는 매력적이다.

나는 K의 신상을 밝힐 수 없다. 그녀가 밝히지 말라고해서가 아니다. 그녀는 딱히 나에게 지침을 내려주진 않았다. 하지만 이 글에는 꽤나 내밀한 그녀의 속사정이 담기게 될 텐데, 나는 그 이야기들이 그녀를 호도하는 데 쓰이는 것을 경계한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고 있고, 제3자의 잣대로 그녀의 삶이 평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그녀에 대해 밝힐 수 있는 몇가지가 있다. 그녀는 2015년 현재 20대 후반의 여성이며, 서울에 있는 꽤나 좋은 4년제 대학을 나왔고, 현재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이쁜 편에 속한다. 머리카락은 자연스러운 긴 검은 웨이브 머리를 하고 있고, 어깨는 좁지도 넓지도 않다. 운동을 하는 진 모르겠지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가슴은 본인도 인정하지만 크지 않다. 허리는 잘록하고 다리는 강남의 누나들처럼 젓가락 같기보다는 운동으로 다져긴 것마냥 슬쩍슬쩍 근육을 내보인다. 


목소리의 경우, 내 앞에선 사내 대장부같은 톤인데 남자들 앞에서 K가 어떤 목소리를 내는 진 알 수 없다. 내가 남자인데도 왜 모르냐고? K에게 나는 남자가 아니다. K는 남자를 선택하는 최소한의 조건들을 몇가지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과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앵간해선 술을 안마시고 잘 마시지도 못한다. 나는 K에게 남자가 아니다. 그녀가 남자들 앞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는 지 알 수 없다. 나한테 할 때보단 더 여성스럽겠지, 라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녀가 남자를 고르는 조건에 대해선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룬다.


남자들은 K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K는 이쁘다. 하지만 이쁘다는 것 하나만으로 '괜찮은' 남자들이 접근하진 않는다. 이쁜 것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어야한다. 그녀에게 그것은 '반전매력'이다. 


그녀는 청순한 외모를 하고 있다. 딱히 남자를 욕망할 것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건 외모가 그런거고 현실로 오면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과 사귀었던 전적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밝힌다. 섹스광이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를 보고 아무도 그녀를 섹스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귀고 나면 남자들은 가면 뒤의 그녀, 섹스광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섹스 밝히는 여자를 마다할 남자는 그리 많지않으니까. 


한 때 그녀는 그녀의 지인 언니에게서 '공주짓 할 할 것 같이 생겨서 머슴짓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게 앞서 말했던 반전매력과도 통한다. 속세에서는, 혹은 겉으로 보기엔 조용조용할 거 같고, 까탈스러울 것 같은데 알고보면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 남자 입장에선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여자인거다. 제3자에겐 알려진 그녀의 모습은 요조숙녀인데 같이 침대에 들면 '밝히는 여자' 페르소나가 등장한다. 신동엽식으로 표현하면 낮져밤이랄까?


대체로 관계를 끝내는 건 그녀다. 그녀쪽에서 먼저 이별을 통보하는 식으로 연애는 종말을 고한다. 물론 그 이후는 여느 연애와 똑같다. 차인 남자들은 그녀를 쿨하게 보내주거나, 찌질하게 매달린다. 하지만 그녀는 헤어진 남자를 다시 만나지 않는다.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많다. 특히 K에겐 더더욱. 인기많은 여자의 특권이다. 혹은 저주거나.


끊이지 않는 연애

매력적인 여자들의 숙명이다. 그들에겐 남자가 끊이지 않는다. 남자친구가 있어도 남자들은 달라붙고, 남자친구가 없을 때는 더더욱 달라 붙는다(그들은 귀신같이 그녀의 솔로복귀 첩보를 수집한다). 그러다보니 연애를 쉬기도 힘들다. 남자들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을 해도 새로운 남자가 등장해서 그녀의 혼자있을 권리를 박탈하려한다. 물론 그녀에겐 거부권이 있다. 하지만 인기 많은 여자도 여자다. 좋아하는 이와 결별하면 그들도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새로운 남자는 일종의 치료제다. 눈 앞에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는데 왜 이미 지나간 사람 때문에 괴로워해야하는가? '사랑은 사랑으로 잊어야한다'는 건 그들의 삶의 신조다. 


K는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거의 솔로였던 적이 없다. 몇개월 전엔 롱디(long distance)인 남자를 사귈 때는 다른 남자를 만나 스킨십을 하기도 했었다(남자들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래 만나던 남자와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만나기도 했다. 누가 보면 '썅년'이라 할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보기엔 외로움을 견디는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 여인일 뿐이다.


평범하게 누군가를 사귀고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남자를 만나거나 하는 우리가 평범하다고 할 법한 그런 연애 전선이 그녀의 삶에서도 더 지배적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여자보다 쿨타임이 짧았을 뿐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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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글로 이어가겠다. 최근에 그녀는 헤어졌다. 그녀의 인생에서 최초로 차였고, 최초로 혼자가 됐다.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15.04.11


2. 그녀가 연애를 쉬지 않는 이유


그녀의 자존감을 충족시켜주는 것- 남자

K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것은 남자다. 특정 남자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남자인 존재가(그게 누구거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주위에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을 굳이 쳐내지 않았다. 나 좋다는 데 뭐하러 쳐내나? 그들이 K를 좋아하고 마음 아픈 것은 K의 관심사가 아니다. K가 지금 만나는 남자와 헤어진다면 그들이 빈자리를 채워줘야할 것이고, 이별과 새로운 연애 간에는 딜레이는 없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5분대기조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 자리에 있게 하기 위해 그녀는 그들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한다. 아슬아슬하고도 야릇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녀의 나이는 이제 20대 후반. 곧 서른이다. 슬슬 불안하다. 나이는 먹어가고 아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것들이 K의 입지를 흔들어놓는다. 철 없는 남자새끼들은 어리면 그저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는 20대 초반 꼬맹이들에게 질투심같은 건 없다. 다만, 그녀가 늙어간다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매력이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매력 그 자체가 사라지는 건 사실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녀의 주위에서 남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게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K가 최대한 많은 남자와 연애를 하려고 하는 이유

그녀의 신조는 '남자를 최대한 많이 만나자'다. 여기엔 나름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그녀가 최대한 많은 남자를 만나려고 하는 이유는 그녀 자신이 어떤 남자와 궁합이 맞는 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그녀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종교인과 사귀었다가 데였기 때문이다. 남자를 만날 때마다 그녀는 '나와 맞는 남자'와 '나와 맞지 않는 남자'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간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 한번도 쉬지 않고 연애를 했던 K가 그동안의 연애를 통해 얻은 '나와 맞는 남자'의 조건은 아래와 같다.


섹스 취향이 비슷한 사람- 그녀는 M이고, 부카게를 요구하고, 쓰리썸도 즐긴다. 따라서 남자는 S여야하고, 다른 여자도 껴서 섹스하는 것을 꺼리지 않아야한다. 아니, 그것을 즐겨야한다. 꺼리지 않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함께 원해야 더 즐겁게 섹스할 수 있으니까. 그녀에게 섹스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무엇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 그녀는 무교다. 그리고 그녀는 특히 기독교인을 싫어하고(대부분, 기독교인을 좋아하는 건 기독교인이다), 자신을 개종하려는 이를 혐오한다. 그러니 애초에 종교가 없는 남자를 선호한다.


똑똑한 사람- 단순히 지식을 많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혜롭고, 삶의 연륜이 있는 사람을 그녀는 선호한다. 나이값을 못하거나,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남자를 그녀가 굳이 만날 필요는 없다. 칼자루는 그녀에게 있으니까.


신체- 신체적 조건에 대해선 딱히 이렇다할 기준은 없다. 근육질이면 좋겠지만 근육질이 아니어도 사귀는데는 지장이 없다. 위의 사항들은 '필요조건'이라고 한다면 신체의 경우는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는 그런 조건인 게다.


경제적 조건- 이 역시 신체와 마찬가지다. 없는 것보단 많은 게 좋겠지만, 그녀가 남자를 고려할 때 이는 크게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항상 남자를 '먼저' 버렸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듯이, 그녀는 차이는 쪽이기보다 차는 쪽이다. 딱히 이걸 프라이드로 생각하는 것 같진 않다. 내 주위에 돈 많은 백인 연하 남자와 결혼한 여성이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은 자랑스러운 말투로 '나는 한번도 차인 적이 없어'라고 말한다. 그 사람의 경우는 한번도 차인 적이 없다는 것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자주 말한다는 것에서 그리고 그 말을 할 때마다 자신감 넘치는 함박 미소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걸 알 수 있다. 다만 K는 그렇진 않다. 그저 지금까지는 그래왔다는 드라이한 코멘트일 뿐이다.


그녀는 항상 남자를 먼저 버리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에 한 남자에게 버림받는다. 사실 모든 이별이 아프겠지만, K에게 이런 이별은 '다른 것'이었다. 한번도 버림받아 본 적 없던 이가 경험한 이별의 아픔이랄까? 이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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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차였다는 이야기를 내가 이전 글에 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이 글에서 다룰 생각이었는데, 순서상 그 내용은 마지막에 다루는 게 맞는 것 같다. 일단 우리는 K라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 만나자. 2015.04.13


3. 그녀에게 나타난 '완벽한 남자' J


남자 J

앞선 글들을 통해 나는 그녀가 남자를 많이 만나는 이유에 대해 기술했다. 그녀가 남자를 만나는 이유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남자 혹은 남자 유형을 찾기 위함이다. 그녀가 찾고자 하는 것이 남자인지 남자 유형인지는 그녀 역시 답을 찾지 못한 것 같으니 우리도 그녀에 대해선 이렇다할 확신을 할 수 없다. 다만 그녀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남자 유형'을 찾기 위한 연애를 했었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남자를 접한다면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시나리오는 쓸 수 있다. 새로운 남자들은 그녀에게 '나에게 더 맞는 남자 유형'을 찾기 위한 가이드 역할만을 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근에 남자를 만났더랬다. 자신이 구축해놓은 '남자 유형'에 딱 맞는 남자였다.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모른다(궁금하지 않아서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신원미상자에게 붙이는 이름 John Doe에서 J를 따와서 그를 부르도록 하자. J는 K에게 완벽한 남자였다. 그는 K처럼 섹스를 즐겼다. 


사실 많은 남성들이 섹스를 즐기겠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K가 만났던 남자들 중에는 똑똑한 남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단어만 던져주면 온갖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으며, 또한 지혜로웠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섹스에 그다지 욕심이 없었다는 것. 이건 치명적이었다. K는 그 남자와 일주일에 한번 섹스를 가졌다. K는 나에게 그 남자 이야기를 할 때 '한번'을 강조했다. 일주일에 하루가 아니라 한번! 한번이라니!


그리고 또 그 남자는 체위를 자주 바꾸지도 않았다. K에게 이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K가 만나는 남자들은 섹스를 언제나 원해야하고 다양한 체위로 섹스를 해야한다. '일주일에 한번만 섹스를 하는 남자'는 'K의 남자 유형'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단어만 던져주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던 똑똑한 남자는 결국 퇴출됐다. 섹스를 일주일에 한번 밖에 안하고 그 나마도 한두가지 체위로 한다는 이유로. 아무리 똑똑해봤자다. K에겐 섹스가 더 중요하니까.



섹스!

J는 섹스를 즐겼다. J는 K가 원하는 만큼 K의 몸을 원했고, 또 그들은 다양한 체위로 섹스를 즐겼다. 또, K는 여자 하나를 더 껴서 쓰리섬을 하는 것을 즐기곤했는데, J는 이 역시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온라인 채팅을 통해서 여자를 함께 구하고 쓰리섬을 했다. 그렇게 함께 즐긴 제 3의 여자는 두명인가 세명인가.


그녀는 M이다. 그녀는 섹스에서 주도되고 지배받기를 원한다. 섹스 성향이라는 건 연애의 그것과 꽤나 닮아 있다. 여자 K는 연애를 할 때도 남자가 주도해주기를 바란다. 그 성향이 섹스에까지 나아갔을 뿐이다. 그러니 섹스를 주도하는 것도 남자여야하고, 체위를 주도적으로 바꾸는 것도 남자여야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그녀가 왜 앞서 언급한 '일주일에 한번만 섹스를 하는 남자'를 찼는 지 더 이해하기 쉬워진다. 사실 K가 섹스를 하고 싶고, 다양하 체위로 섹스를 하고 싶으면 본인이 그걸 요구하고 주도하면 된다. 하지만 K는 남자가 먼저 섹스를 요구하는 것을 원했고 남자가 자신의 몸을 직접 움직여주길 원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번만 섹스를 하는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섹스를 여러번하고 또 다양한 체위로 하려면 K가 적극적이어야했다. 그런데 마조히스트-M이 그런걸 원할리가 있나.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만 섹스를 하는 남자'는 K에게 버려진다.


하지만 J는 K가 원하는 것처럼 다양한 체위로 섹스를 해주었고, K가 부카게를 원하면 그것도 해주었다. J가 S성향인지 아닌 지는 알 수 없다. 부카게도 싫고 쓰리섬도 싫었는데 K를 사랑하기 때문에 K를 위해 그 모든 것을 해줬을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의 섹스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J가 K의 섹스 취향을 존중해줬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K는 사랑받는 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녀의 삶의 낙인 섹스가 만족스러웠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2015.04.14



4. 차던 여자가 차였을 때


K의 피드백

내 글을 보고선 K가 내게 이리 말했다. "(섹스를 할 때) J가 적극적으로 그런 걸 요구했지, 내가 요구한 건 아니다" 나는 앞선 글에서 K의 섹스 취향을 다뤘었다. 그녀가 M이라는 것. 하지만 나는 의문이었다. 그녀가 그런 취향인 걸 남자가 그냥 받아준 것인지, 아니면 남자도 그런 취향인건지. 알고보니 K는 '자신을 M으로 다뤄달라'라는 요구를 한 적은 없고, J가 먼저 자신의 S성향을 드러내고 또 그 취향을 받아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서로 아다리가 맞았다는 이야기.



'완벽한 남자' J의 프로필

이전 글인 세번째 글을 통해서 J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려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로 K와의 궁합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니 그의 객관적 프로필도 다뤄보도록 한다. 그는 30대 중반이며, 현재 레지던트다. 그러니 예비 의사다. 어느정도 돈도 있고, K와 비교했을 때 그리 나이가 차이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S였다.



돈이 어느 정도 있는 남자

그녀는 남자가 돈이 어느정도 있는 것을 원한다. 그녀가 된장이라서 '돈이 어느정도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지 아닌 지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보시길 바란다. 그녀가 돈이 어느 정도 있는 남자를 원하는 이유는 그녀가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 중에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K가 연하 남성을 만났을 때다. '연하 남성'은 K보다 상대적으로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졸업해서 돈을 벌고 있는 K와 달리 아직 대학생 신분이었다. 그리고 모든 연하 남성들처럼 그는 그녀보다 나이가 적었다(...). 연하 남성이 직장인 여성보다 돈이 없는 것은 한국 사회에선 꽤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남자는 군대를 가니까 사회에 진입하는 게 기본적으로 2년은 늦는다. 그런데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것과 별개로 '연하 남성'은 자주 자신의 열등감을 노출했다.


결국 K와 '연하 남성'은 헤어진다. 물론 열등감 때문은 아니었고 '연하 남성'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는데 K는 지금도 그 '연하 남성'을 이야기할 때 열등감에 대해선 빼놓지 않는다. 메인 이슈는 안되도 K가 그 열등감 때문에 얼마나 짜증이 났었는 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니 남성들이여, 가진 것이 없어도 후달리지 말자.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연하 남성' 및 그외에 '열등감을 가진 남성들'을 겪고나서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남자 유형'을 수정한다. 남자라면 어느정도 돈은 있어야된다. 대체로 돈이 없는 남자들은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졌으니까. 일반화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녀의 삶이고 그녀의 잣대니까 그녀의 명제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도 그녀가 감당할 것이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J가 레지던트라는 건 K에게 꽤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듯 싶다.


연락이 닿지 않는 J

3개월쯤 연애를 했을까? J는 아프리카로 출장을 떠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출장을 떠난 이후로 K는 J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그 상태로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연락을 할 수 없었다. K는 걱정했다.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이라도 난 것은 아닌지, 신변에 위험이 있는 건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혼자서 걱정을 하고 있는 데 J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 일이 바빴다'라고 할 법하지만 J가 사과한 이유는 그런건 아니다. 


그는 K에게 이별을 고한다. 


일주일만에 연락와서 J는 K에게 이별을 고한다.

J가 일주일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J는 K에게 "미안해서 연락을 못했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미안해서'라는 건 'K에게 상처를 줄까봐 미안해서'로 해석할 수 있다. 이별을 고하면 K가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연락을 못했다는 게다. 


이 말을 듣고 K는 분노한다. K가 분노한 이유는 일주일 동안 J의 신변을 걱정한 자신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다. K는 연락이 안되던 J의 신변을 걱정했다. 그런데 J는 의도적으로 연락을 안했으며, 신변에 문제도 없었다. 그저 K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는 이유로 K의 연락을 무시한 게다. K는 바보가 됐다. 


씨발새끼. 걱정했었는데.


분노한 K

그녀는 충분히 화날만하다. 이는 그녀가 '인기 많은 여자'여서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연애를 하면서 이별을 먼저 고하던 것은 그녀였다. 상대가 상처를 받을 것을 걱정하던 것은 항상 그녀였다. '바보'였던 건 주로 남자였지 자신이 아니었던 게다. 그런데 남자새끼가 감히 그녀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녀는 분노했다. 물론 그녀의 감정에 슬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강간이나 당해라'라며 온갖 육두문자를 보내며 나에게 자신의 분노를 털어냈다. 참 찰진 욕이다. 아프리카에서 강간이나 당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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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처음으로 이별을 통보받은 그녀는 타인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다음 글에선 그 행동들을 다룰 것이다. 이 연재글이 언제 끝날 지 잘 모르겠다. 얼렁 끝내고 싶다. 2015.04.17


5. 이별을 한 이후


더이상 '완벽한 남자'가 아닌 J

잠수를 타고 이별을 한 이후에 K의 눈에 J는 더이상 '완벽한 남자'가 아니었다. 


이별한 후에 그녀는 내게 말했다.

"걔는 완벽하지않아."


잠수를 타는 찌질한 방식으로 그녀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낸 것이 그녀의 반감을 만든 것이긴 하나 그녀는 그 찌질함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J에게는 애초부터 단점이 많았던 게다. 전에는 못보던 게 헤어지면 보이는 법이다. 이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상대를 깔아뭉게기도 한다. 


J는 너무 자주 놀랐다. K와 함께 미술관을 가거나 할 때 K는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남자 J는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며 놀라곤 했다. 그런데 그게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그런 식이었다. 나이도 많고, 레지던트도 하고 있지만 허당끼가 있었던 게다. 레지던트라는 것도 그렇다. 나이가 30대를 넘어가는데 아직 레지던트나 하고 있다니. 이제 그의 거의 모든 것들이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K에게 J는 더이상 '완벽한 남자'가 아니며 앞으로 두번 다시 그와 연애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별을 합리화하기 위한 온갖 구실들을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좋게 헤어진 경우, 안좋게 헤어진 경우

흔치는 않지만 좋게좋게 헤어지는 연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별을 하는 그런 방식의 이별은 '좋게 헤어진 경우'에 포함된다. 그런데 한쪽이 바람을 피다가 걸려서 헤어졌거나, 한쪽의 마음이 먼저 달아나서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거나,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유지하기에는 너무도 힘이 들어서 이별을 통보하는 방식은 '안좋게 헤어진 경우'에 포함될 수 있다.


좋게 헤어졌을 경우에 K는 헤어진 남자들에게 그다지 나쁜 마음을 품지 않는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 안좋게 헤어진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그녀는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 '너 따위 없어도 나는 잘 산다능' 따위의 메세지를 보내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전남친과 헤어진 이후에 얼마 안되서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행위는 '너 따위 없어도 나는 잘 산다능'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행위의 일환이다. 물론 새로운 연애에 대한 갈망이 더 클 수도 있다. 이는 앞선 연재글에서 다뤘듯이 그녀가 연애를 강박적으로 많이 하는 이유와도 관련있다. 2015.04.21



6. 혼자가 된 걸 못견디는 K


항상 남자와 사귀는 상태였던 K

그녀는 혼자였던 적이 없다. 아마 대학생 때 남자를 사귄 후로 한번도 혼자였던 적은 없으리라. 그녀에겐 항상 남자가 따랐고, 심지어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을 때도 그녀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을 굳이 쳐내지 않았었다. 그들이 나중에 그녀의 남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남자가 최선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그녀가 지금 사귀는 남자는 그저 지금 사귀고 있을 뿐이다. 그 뿐이다. 그러니 백업-5분대기조들은 항상 대기시켜놔야한다.


그녀의 전략 덕에 주위에 남자들은 가득했고,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새로운 남자와 만나는 식으로 연애를 이어갔다. 그러니 그녀는 혼자였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녀의 나이를 고려할 때 최소 5년 이상은 쭈욱 남자와 함께 했었던 것이다. 혼자였던 적이 없었던 거지. 


2. 그녀가 J와 헤어진 이후

K의 연애사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J는 좀 다른 남자들과 차별화되는 구석이 있다. 


첫째로, 그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먼저 K를 찼다. 둘째로, K가 한참 J를 좋아할 때 K가 이별을 통보받았다. 보통은 K가 먼저 마음이 식고, 그래서 남자를 버렸었는데 말이다.


J의 이별통보는 K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그녀가 J를 '완벽한 남자'라 생각할 때 갑자기 이별통보를 받은 게다. 당황스럽고, 아프고, 얼얼하다. 그리고 슬프고 화난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차이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멘붕. 그녀는 멘붕했다. 나는 K와 절친한 관계이지만 그녀가 이별을 했다고 해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남자와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어도 얼마간 뒤에 새로운 남자와 만나고 있는 그녀를 매번 봤기 때문이다. 막상 그녀도 이별했을 때 이렇다할 말을 하지 않았다. 이별 따위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녀는 J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이후로 매일같이 페북 메세지로 나에게 온갖 분노를 털어냈고("아프리카에서 강간이나 당해라"라는 말은 한번만 한 게 아니다) 이상한 짓도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매칭사이트에서 만난 여자

인터넷 데이트 매칭 사이트에서 그녀는 한 여자와 친해진다. 소라넷 같은 사이트는 아니니 오해말라. 이 두 여자는 순식간에 친해지며 온갖 이야기들을 나눴다. 자신들이 즐기는 섹스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애초에 인터넷 데이트 매칭 사이트여서 그런 카테고리의 이야기를 나눈 듯 싶다. 


다만 이상한 점은 너무 급속도로 친해졌다는 것이다. K는 그녀에게 해당 매칭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그녀에게 알려줬으며 얼굴도 본 적 없는 이에게 온갖 이야기도 풀어냈다. 여기서 우리는 K가 사람을 잘 믿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면, K에게 있어서 사람을 믿는 데 기간은 그리 중요치 않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아마도 사랑을 원하는 그녀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연애가 인생의 낙이라고 줄기차게 말하는 그녀다. 그리고 그녀의 성적 대상은 비단 남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K가 인터넷 여자에게 마음을 연 것은 그녀와 엮일 수도 있다는 미약한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K는 그녀와 엮이진 않는다. 다만 그녀가 소개해준 남자와 만나게 된다. 다음 글에선 그 남자에 대해서 다룬다. 그 남자를 통해서도 우리는 K가 남자, 아니 사람을 잘 믿는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015.04.23


7.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감수하는 여자(완결)


인터넷 매칭 사이트에서 친해진 여자가 소개해준 남자

K는 인터넷에서 한 여자와 친해진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취향을 공유한다. 서로를 성적 대상으로 여겼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둘이 엮이진 않는다. 대신 한쪽이 한쪽의 연애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이 둘의 관계를 발전한다. 인터넷녀는 K에게 한 남자를 소개해준다.


그 남자는 군인이었다. 그냥 군인이 아니고, 특수부대에 속하는 군인이었다. 대학 교육도 받은 남자였다. 사진을 보면 얼굴은 준수했고, 몸도 적당한 근육질로 괜찮아보였다. K는 그 남자를 소개 받고, 짧은 시간에 친해졌다. 짧은 시간에 친해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녀가 사람을 쉽게 믿는다는 것. 앞선 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말했고 이 글에서도 그 부분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기억하라. 그녀가 사람과 짧은 시간에 사람과 친해지고, 마음을 빨리 오픈한다는 것을.


그 남자의 취향

그 남자를 어떻게 부를까? 군인이니까 '군인'이라 부르도록 하자. K는 인터넷녀와 성적 취향을 공유했듯이 '군인'과도 성적 취향을 공유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취향에는 관음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것을 보거나 상상하는 것을 통해 흥분했다. 이런 취향은 아주 스페셜해보인다.


그런데 인터넷을 조금만 돌아다녀보면, 그의 취향이 그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특히 소라넷 아제들은 자신있게 자신의 그런 취향을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부인되는 사람도 그런 취향을 딱히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다. 인터넷의 글들이 지어낸 소설이 아니라면 그 부부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있다고 봐도 된다.


물론 대중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런 취향은 전혀 건전하지도 않고, 오히려 터부시될 게다. 하지만 사랑을 하는 건 둘이지, 대중이 아니다. 사랑을 함에 있어 취존이 안되는 자들의 취향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다. 그들이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에 남자 네 명과 섹스를 하다

K와 '군인'은 만나서 섹스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섹스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라면 뭐하러 자신들의 취향을 공유했겠나? 그 둘은 돌아오는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토요일이었어야했다.


'군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선 배우들이 필요했다. K는 인터넷 매칭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자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토요일에 만나서 나와 섹스를 하자'라는 요지의 쪽지였다. K에게 작업을 걸었던 남자들에게 이 쪽지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누가 이 쪽지의 제안을 거부할 수 있겠나? 섹스를 제안하는 여성을 거부할 수 있는 남성은 극히 적다. 특히나 한 때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K와 '군인'의 계획은 이랬다. 1시부터 2시까지 1번 남자를 만나고, 다음 시프트에 2번 남자를 만나는 식으로 3번 남자까지 만난다. 그리고 나서 '군인'과 섹스를 한다. '군인'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킬 수 있으니 좋다. 그럼 K가 얻는 건 뭐였을까? 새로운 경험이다. 지금까지 안해봤던 짓이라 그녀는 "함 해보지뭐"라는 식으로 '군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왜 토요일이었어야했는지 알겠나?


세명의 남자와 섹스한 뒤

세명의 남자와 섹스를 한 뒤에 네번째 남자, '군인'을 드디어 만났다. 항상 온라인에서만 대화를 나눴던 그 남자를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난 게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알던 '군인'이 아니었다. 사진과 다른 사람이 나타난 게다. 같은 사람이긴 한데, 사진의 그 남자보다 뚱뚱했으며, 얼굴도 더 못생겼었다. 하지만 딜은 딜이다. K는 그 남자와 섹스를 한다. 섹스 뒤에 남자는 한번 더 만나자는 제안을 하지만 K는 거절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K는 인터넷녀에게 따지듯 물었다. 사진이랑 너무 다른 사람 아니냐! 이에 인터넷녀는 격분했다. '군인'은 인터넷녀와 절친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후로 이 세 사람 사이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있긴한데, 그건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상상력에 맡기도록 하겠다. '진흙탕 싸움'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K는 마음을 열었던 두 친구(?)를 잃는다. K는 인터넷녀에게 자신의 인터넷 매칭 사이트의 계정을 알려줬었다. 인터넷 매칭 사이트에서 이용자는 프로필을 꽤나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 잘나온 사진을 박고, 자신의 취향, 특기 등 온갖 것들을 적는다. 그 프로필을 작성하기 위해선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두시간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녀는 K와 싸운 이후로 K의 프로필을 삭제해버린다. 


물론 계정을 삭제한 건 인터넷녀의 잘못이다. 하지만 K는 얼굴도 보지 않은 이를 너무도 쉽게 믿었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얼굴을 알아도 사기치는 이 각박한 속세에서 얼굴도 보지 않고 목소리도 들어보지 않은 이에게 자신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게다.


이는 '군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루듯이 그녀의 몸을 쉽게 허락했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한 노력

그녀가 한번도 본 적이 없던 '군인'의 제안을 승낙한 이유는 무얼까? 그녀는 '안해본 거니까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이니 그 말도 틀리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한편론 '군인'이 자신의 새로운 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본다. 그러니 쉽게 믿고,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을 하지 않았을까. 


목표가 뚜렷하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법이다. 연애는 그녀의 낙이다. 그것을 위해서 그녀는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있는 것 같다. 그녀가 한번도 보지 않은 여자를 믿어서 인터넷 사이트의 계정을 준 것이나, 한번도 보지도 못한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준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녀는 많은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나은 사랑을 욕망하고 있는 게다.


그녀의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 그녀는 한 남자와 썸을 타고 있다. 말도 잘통하고 외모도 준수하다고 한다. '완벽한 남자'에서 찌질한 남자가 된 J는 더이상 그녀의 인생에서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남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는 불안하다. 남자 새끼가 또 전남친처럼 잠수를 타는 찌질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면 어떡하나? 남자가 잠수타는 것을 그녀가 물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다. 잠수를 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면, 남자놈에게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애초에 마음을 열지 않으면 된다. 좋아하지 않으면 된다.


그녀는 전략을 선택했다. 남자놈이 자신을 더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 부디 그녀가 같은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남자를 만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남자를 만난다면...서로 간만 보다 끝날 수도 있으니까.


후기

원래는 포스팅 하나로 끝내려고 했던 글인데 어쩌다보니 연재글이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 연재글을 다 읽은 분들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K는 다 읽었다. 그리고 나와 친분이 있는 여성 세 명도 읽었다. 그리고 그 세 명의 여인들은 모두 K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K의 팬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팬이라고 하신 분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도 이렇게 글로 남겨달라 했었다. 조만간 그분의 이야기도 글로 남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K를 위해서, 그리고 끝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튼, 끝. 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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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지금,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고 있다. 그녀는 행복해보이고, 이전과 다르게 '정착'을 고려하고 있다. 적절한 때가 되면 이 이야기를 다뤄볼까 생각 중이다.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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