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갈 때는 비자가 필요없지만 온라인으로 ESTA를 신청해야한다. 중국에 갈 때는 비자를 신청해야한다. ESTA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지만 중국 비자는 훨씬 복잡하고 요구하는 것도 많다. 왜냐, 중국(1) 비자(2)니까.
어디로? 언제까지?
나는 사전에 조사를 하지 않고 비자 신청을 하러 중국 대사관을 찾아갔고, 대사관을 찾아가니까 근처에 있는 경찰로 보이는 자가 비자를 신청하려면 영사관을 가야한다고 해서 영사관까지 걸어갔었다. 때는 한 여름. 죽는 줄 알았다. 땀 뻘뻘 흘려가며 영사관에 가서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한테 "비자 신청하려구요"라고 하니까 "여권"이라 쿨하게 말했다. 정작 여권을 보여주니까 팜플렛을 하나 주면서 '여기'를 가야한다고 하더라. 여권은 왜 보여달라고 한겨?
비자 신청을 하기 위해 가야할 곳은 서울스퀘어와 남산스퀘어다. 나는 중국 영사관에 있었고, 가장 가까운 곳은 남산스퀘어였으므로 그쪽으로 향했다. 중국영사관에서 남산스퀘어로 가려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한 백인 여성이 비자 신청을 여기에서 하는 게 맞냐며 나에게 묻더라. 여기 아니고 다른 곳에서 해야한다니까 같이가도 되겠느냐 물었고, 결국 같이 남산스퀘어로 갔다.
그분의 이름은 비키였고 브라질인이었고 직업은 모델이었다. 상해에 가려고 비자를 신청하는 거였는데 모델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 한국에서 일하는 건 할만하냐는 질문 따위를 던지며 남산스퀘어로 향했다. 딱히 궁금한 게 없어서 별 말 없이 남산스퀘어까지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사진이나 찍어둘 걸 그랬다. 그러면 이 포스트에 사진이라도 하나 넣을 수 있을텐데 말이야.
그녀는 비자 신청을 끝내고 나보다 먼저 돌아갔다. 비즈니스 비자는 여행 비자보다 빨리 발급되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녀가 떠나고 두세시간 뒤에 떠났다.
서울이나 남산스퀘어는 비자 업무를 주중에 09시부터 15시까지만 진행한다. 나는 15시 전에 도착해서 서류들을 구성하고, 16시를 넘겨가면서도 비자 신청을 했다. 애초에 (다양한 서류 요청으로 인해) 지연될 걸 감안해서 15시로 정해놓은 게 아닌가 싶다.
비자 신청시 준비해야되는 것- 준비서류
여행 비자를 신청했는데, 나를 포함해 4인의 비자를 신청했다. 4인 중 2인은 여행일정이 달랐다. 4인 중 2인은 9월 3일부터 7일까지만 베이징-북경 여행을 하고 한국에 돌아가지만 나머지 2인은 7일에 베이징-북경에서 시안으로 넘어가서 11일까지 중국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항들은 중국 비자를 신청할 때 중요하다.
1. 여권
뭔 말이 필요한가.
2. 중국 비자 신청서
여기서 다운 받을 수 있다. 2.6에서 중국방문일정을 입력하라고 나오는데 나같은 경우는 숙박업소의 주소를 입력했고 비자 신청을 통과했다.
3. 숙박업소 예약확인서
베이징에서는 4인이 머무므로 숙박 예약확인서에는 4인의 이름이 모두 있어야했다. 우리는 북경에 가기전에 에어비앤비에서 예약을 했었는데,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확인서류를 인쇄하자 이름이 다 삭제되어있어서 멘붕에 빠졌었다. 4인 중에 개발자 1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으면 어찌되었을지? 예약확인서는 4장을 인쇄해서 갔다줬다. (남산스퀘어에는 프린터기가 있었으나, 상황에 따라 줄이 길 수 있으니 가급적 인쇄해서 가는 걸 추천드린다. 또, 이미지 캡쳐를 해서 인쇄하는 건 안된다고 직원이 말했다. 웹페이지의 '인쇄'기능을 사용해서 인쇄해야한다고.
주의해야할 게 하나 있다면, 예약확인서의 이름이 비자에 기재된 이름과 동일해야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은 비자에서 PARK HYEUN WOO인데, 에어비앤비 예약확인서에 PARK HYUN WOO라고 기재되어 있으면 서류를 다시 만들어오라고 말한다.
4. 티켓 예약확인서
이것도 당사자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는 티켓이 있어야한다. 나같은 경우는 각자의 이름이 적힌 티켓 예약확인서 4부.
5. 여행 일정서
남산스퀘어로 가니까 직원이 적으라면서 여행 일정서를 줬다. 이건 서울스퀘어나 남산스퀘어에 가기전에 미리 작성할 수 없는 듯 보이니, 일정을 대략 정해놓고 방문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나는 위시빈 서비스를 이용했다.
어디어디를 갈 건지를 적으라고 했는데, 북경의 일정은 대강 정해놨으나 시안의 일정은 정해놓지 않아서 자리에 비치되어있는 중국의 관광지들을 참고해서 작성했다. 9월 3일부터 7일까지 중국에 머무는 아해들과 11일까지 머무는 아해들의 일정을 다르게 했다. 왠지 중국은 까다로울 거 같아서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달까.
이상의 서류들을 모아서 제출하면 비자 신청이 완료된다. 그리고 비자를 신청하면 3일 뒤쯤에 비자가 나온다. 나는 월요일 오후에 신청했는데 목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비자 신청을 하면 영수증을 주는데, 그걸 챙겨가야한다. 아래처럼 생겼다.
비자 신청을 한 이후- 전화
비자 신청을 무사히 마치니 직원이 전화가 올 수도 있는데 그 전화를 받지 않으면 비자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화가 언제 오는 지도 정해진 바가 없고, 전화가 오는 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게 함정이다. 이런 사항들을 동행들에게 알려줬다. "전화가 올 수도 있는데, 안받으면 비자 취소될 수 있으니까 받아라" 전화가 오면 일정 등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고 했는데, 우리 동행들 중엔 전화온 사람이 없다.
후기
확실히 이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빡세고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그런데 중국의 이런 철통 보안은 중국에 도착하자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의 관광지들을 돌자 '아 얘네는 어차피 외국인 관광객 없어도 먹고 살만하니까 비자 신청 절차가 빡세서 외국인이 안와도 별로 상관이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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