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라 애플
아이폰7, 7+발표과 함께 IOS10 업데이트가 시작되었다. IOS10을 환영하는 자들도 있긴 하지만, 많은 이들은 괜히 업그레이드했다면서 다운그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친절하게 다운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설명해놓은 블로그도 있다. 나는 딱히 IOS10에 큰 불만이 없어서 쓰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S10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이 글은 IOS10의 문제점 중에서도 사진앱과 사진앱의 "사람들" 앨범에 대해서 주로 다룬다.
IOS10이 되면서 사진앱에 바뀐 부분이 몇가지 있다. 다양한 기능이 추가(1)되었고, UI에 변화(2)가 있었고, 추억탭(3)이 생겼고, 앨범탭에 "사람들"과 "장소" 앨범이 생겼다(4).
(1)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사진앱을 통해서 사진을 전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불가능했지만 이제 사진앱에서 Markup같은 앱을 통해 색연필같은 툴로 사진에 장난을 칠수 있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다른 어플을 실행해서 사진을 수정했어야했지만 이제 굳이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애플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기본앱을 사람들이 쓰게끔 만드는 거다. 비슷한 맥락으로 IOS10이 되면서 메모앱도 강화가 되었는데, 이 글에선 다루지 않겠다. (2)는 생략하겠다.
추억탭
추억탭(3)은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사진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그것들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보여주는 탭이다. 별로 새로울 건 없는 기술인 게, 구글포토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해주기 때문이다. 자비롭게도 구글포토는 아이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제 구글포토에서만 제공하던 기능을 Icloud도 제공한다는 점은 알아두자.
사진앱의 강화된 검색 기능
IOS10으로 넘어오면서 사진의 검색기능은 강화되었다. 책상 사진을 찍은 뒤 "책상"을 검색하면 예전같으면 검색이 안되었겠지만 지금은 검색이 될 수도 있다. 문장을 정확히 읽어야한다.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즉, 항상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진보다. 이전에는 불가능의 세계에 있던 것이 가능의 셰계로 넘어온 것이니까.
사물 검색이 가능해진 것은 딥러닝 기술 때문인데, 아이폰의 학습능력이 강화될 수록 검색능력도 강화될 거라 예상한다. 아이폰에서 "책"을 검색하자 아래의 화면이 나왔다. 나는 딱히 "책"이나 "책장" 폴더를 만든 적이 없었음에도 아이폰은 책과 책장들이 나와있는 사진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폰 사진앱은 아이폰 기기 및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들 속에서 사람들 얼굴을 찾아내고, 그 얼굴들 중에서도 유사한 얼굴들을 찾아내고, 유사한 얼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만들어 앨범으로 만들어준다. 그런 앨범들이 모인 앨범이 "사람들"이란 앨범이다.
"사람들"이라는 앨범
내가 IOS10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라는 앨범의 기능 때문이다. 이 앨범이 제대로만 구동된다면 내 얼굴이 찍힌 사진 앨범을 통해 내가 찍힌 사진들을 손쉽게 브라우징할 수 있게 된다. 타인들도 마찬가지다. 내 친구들의 앨범이 만들어지면 나는 언제건 그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을 손쉽게 브라우징할 수 있다. 예전같았으면 수동으로 앨범을 만들었어야했는데 그런 노력이 덜 필요하게 된다. 제대로된 구동된다면 말이지.
그런데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다. 손이 덜가야하는 게 이 서비스의 본질일텐데, 손이 완전 많이 간다는 게 함정이다.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다뤄보도록 하겠다.
"사람들"의 문제
1 . 잠그기를 해야 사진들을 스캔하는 시스템
이건 뭐 잠잘 때만 스캔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화면이 켜진 상태라도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가 된다.
그런데 얼굴 인식을 위해 스캔을 할 때는 화면이 잠금 상태여야한다. (젠더가 없다면) 음악을 들으면서 충전을 못하게하는 아이폰7과 아이폰7+의 정신이 여기에도 이어진건가? 매직마우스를 충전하면서 매직마우스를 쓰지 못하게하는 정신이 여기에도 이어진건가?
게다가 전원을 꽂아야 스캔을 시작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진을 스캔하기 위한 조건이 둘이나 된다. 아이폰을 잠그고(1) 충전기에 꽂아야한다(2). 그렇다고 두 조건을 충족한 뒤의 스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며칠밤을 전원을 연결한 상태로 잠금해놨는데, 아직도 사진 스캔은 완료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문제
2. 엉뚱한 얼굴인식
이 사진의 주인공은 누가봐도 가운데에 있는 인물-우주소녀 성소다. 설령, 사용자가 중간 인물의 오른쪽에 있는 희미한 인물이 찍힌 사진을 보관하고 싶어서 사진을 저장했다하더라도, 아이폰이 '얼굴'로 인식해야할 인물은 오른쪽의 인물이 아니라 중간의 인물이어한다. 그게 훨씬 자연스럽고 합리적이고 설득력있는 판단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아이폰이 얼굴로 인식하는 건 사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얼굴 보기"를 누르자 첨부한 사진의 오른쪽 화면이 나왔다. 성소의 오른쪽에 있는 초점조차 맞지 않은 인물이 얼굴로 인식된 것이다.
지금과 상태라면 아이폰은 대놓고 성소가 찍힌 사진을 두고도 성소의 사진을 성소의 앨범에 합류시키지 않는다. 그러면 사용자는 일일이 엉뚱하게 분류된 사진을 성소와 병합시켜야한다. 별로 헷갈릴 것 같지도 않은 사진을 두고 아이폰이 이런 에러를 발생시킨다는 거 자체가 어이없을 따름이다. 너무 멍청하다. <스타크래프트>의 드라군 수준이다. 이런 에러가 빈번히 발생하면 "사람들"은 사용자를 그저 불편하게 만드는 시스템으로만 남을 뿐이다.
비슷한 경우는 인스타그램 캡쳐사진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한 얼굴 사진을 캡쳐하면 당연히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사진의 '커다란 얼굴'을 얼굴로 인식해야할 거 같은데, 계정명 왼쪽에 표시된 '작은 얼굴'을 얼굴로 인식한다. 뭐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너무 멍청하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사진 속의 다른 얼굴을 인식할 수 있게끔 옵션이 제공해주면 좋은데, 사진앱은 딱히 그런 옵션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사람들"의 문제
3. 얼굴로 인식한 것을 삭제할 수 없다.
얼굴로 인식은 하지만 "사람들"앨범에 합류시키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 있을 수 있다. 한 직장인의 사진 앨범 속에 단체사진이 있는데 거기에 맨날 욕지꺼리나 하고, 지가 해야될 일을 부하에게 떠넘기고, 지가 다 책임지겠다면서 일을 진행시키는데 정작 문제가 터지자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퇴근을 늦게하고, 부하들을 위한다면서 회식 따위나 주최해서 사실상 연장근무를 주도하고, 주말마다 등산이나 가자고 하는 부장의 얼굴이 인식되었다고 치자.
이 경우에 사용자에게 주어져야하는 옵션은 두가지다. 옵션 중 하나(1)는 단체사진 중의 부장의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이 얼굴로 인식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옵션은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듯 제공되지 않는다.
나머지 옵션 중 하나(2)는 인식된 얼굴을 얼굴로 인식하지 않게끔 배제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장의 얼굴은 "사람들 선택"에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앱은 이 옵션도 제공하지 않는다.
왼쪽의 사진을 보자. 왠 그림의 얼굴들이 얼굴로 인식되었다. 해당 얼굴들은 내가 베이징의 한 박물관에서 찍은 작품에 그려진 것들이다. 저들은 내 친구도 아니고, 나는 저들을 "사람들" 앨범에 합류시키고 싶지 않다.
사진앱은 이런 경우에 앞서 언급했듯 딱히 옵션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런 이슈는 비단 얼굴들이 잔뜩 찍힌 회화 작품을 찍을 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여행을 가서 여행지를 찍었다고 해보자. 여행지에는 관광을 온 여행자들이 많을 것이고, 그들의 얼굴은 필연적으로 당신의 카메라에 담기게 된다. 이럴 경우 사진에 담기는 그 얼굴들을 아이폰이 얼굴로 인식한다고 해보자(실제로 나에게 발생한 이슈다) 그런데 나는 그 얼굴들을 "사람들"에서 배제할 방법이 없다. 그저 쌓여간다.
이름도 모르는 그들을 "사람들"에서 배제하는 방법이 두가지가 있긴하다. 그들이 찍힌 사진을 삭제하는 방법이 하나다. 나머지 방법 하나는 미지의 얼굴들이 찍힌 사진들을 모두 "병합"하여 하나의 앨범으로 합류시킨 뒤 그 앨범을 숨김하는 것이다. 이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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