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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01. 2016

<자백>: 감시받지 않는 권력 국정원-검찰


<자백>

최승호 감독 연출 <자백>의 내용들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이미 <뉴스타파>에서 다뤘던 내용들을 하나의 영상물로 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백>이 의미있는 이유는 파편으로 흩어져있는 국정원의 음모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시켜주기 때문이다. <자백>을 통해 국정원과 검찰이 어떻게 결탁해오며 무고한 자들을 간첩으로 만들어냈는 지 더 없이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국정원을 누구보다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언론인이 최승호이고, 국정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매체가 그가 속해있는 뉴스타파다. 한편, 가장 견제되어야할 권력 중 하나가 국정원임에도 해당 조직은 여전히 감시의 눈에서 벗어나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국가 안보라는 미명 아래 온갖 악행들을 저지르고, 하마처럼 세금들을 슈킹한다. 우리는 그들이 그 돈과 그 조직력으로 뭘 하고 다니는 지 알 수가 없다. 국가 기밀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가려진다.


책임지지 않는 국가 권력

국정원의 악행들이 국가 기밀이라는 이름 아래 비공개 처리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일부만을 저널리스트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최승호나 뉴스타파가 없었다면 국정원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심지어 특정 상임위에 속해있는 국회의원조차 국정원의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국정원은 완전히 감시 바깥에 있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썩기 마련이다. 그리고 국정원은 의문의 여지도 없이 썩었다. 


어이없는 점 중 하나는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실제 피해를 입은 자들이 속출되어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국가의 '실수'로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국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국가는 이런 경우 조금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 무죄 선고만으론 부족하다. 금전적인 보상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반드시 함께해야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는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애초에 국민에게 의무만 부여하고,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군인이 군대에서 부상을 입어도 이렇다할 보상을 해주지 않고, 죽음을 맞아도 유가족에게 이렇다할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그저 국민들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 갈아넣어진다. 항상 그런 식이었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이 관성을 깨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다. 


국가 안보, 영업 비밀- 정보 비대칭

각종 행정 조직에 소위 '마피아'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보가 비공개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환경은 범법이 더욱 쉽게 일어나게 해준다. 범법이 일어나도 쉽게 은폐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정원이 간첩조작하기 위해 거짓 증언을 시킨 유가려(유우성의 동생)를 폭행하고 고문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런 행위들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행위가 바깥으로 공개가 되지 않으니 뭔짓이든 할 수 있게 된다. 국정원이나, 국정원이 관리하는 합동심문센터는 감시의 눈 바깥에 있고, 촬영도 불가능하고 조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국정원의 업무 특성상 비밀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임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 인간의 인권이다. 합동심문센터에 탈북자가 들어온다면 의무적으로 변호사와 의논할 수 있게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 변호인과 함께 탈북자가 심문받을 수 있게 해야 유가려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변호인도 국보법의 처벌은 받으므로 '국가 기밀'이란 게 유출되면 그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합동심문센터에 애초에 '국가 기밀'이란 게 있는 지도 의문이다. 국정원이 벌이는 폭행과 고문 그리고 감금이 '국가 기밀'이란 말인가? 지랄이다. 애초에 국가 안보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심문 센터'에 있다는 건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심문 센터에선 심문을 하면 될 일이다. 단지 더러운 일이 까발려지는 게 싫은 거겠지. 


비슷한 예로 한국의 원전 마피아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부정부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이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인재였다. 원자력 에너지 관계자들 자체가 고오급 정보를 가진 자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전 필드에서는 필연적으로 끼리끼리가 발생한다. 게다가 고오급 정보들을 다룬다는 이유로 원전과 관련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노후화된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이유, 계속해서 원전을 지으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이 원전 마피아의 존재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위기 관리는 조금도 되지 않는다. 오로지 비밀을 공유하는 자들 간의 이익이 모든 행위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박근혜와 최순실 간의 미심쩍한 관계가 문제인 이유는 최순실이 단순히 신내림을 받은 자여서가 아니다. 최순실이 뒤에서 박근혜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었을 때, 언론이나 검찰 등은 이를 감시할 수가 없다.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썩기 마련이다. 


많은 언론들의 보도를 볼 때 국가의 소중한 재원들이 최순실과 관계있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쓰여졌다. 애초에 청와대의 행정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언론 또한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근혜의 죄도 있고, 최순실의 죄도 있지만, 무턱대고 박근혜를 지지했던 자들의 죄도 가볍지 않다. 그에 대한 무한 신뢰가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자가 나올 필요는 없다. 그런 뜨뜻미지근한 죄책감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저 죄인들은 벌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최순실이건, 박근혜건, 최순실이나 박근혜의 따까리들이건. 검찰이 열일을 해줄까? 그다지 기대가 안된다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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