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좀 길게 쓰고 싶다 브런치야
10월 29일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최근 취재 차원에서 10월 29일 집회를 방문했었다. 청계 광장에서 시작된 집회와 행진은 광화문까지 이어졌다. 현장엔 흔한 집회와 다르지 않게 깃발들이 많았다. 각종 노동 조직들의 깃발들도 있었고, 서울대 로스쿨 내의 인권법학회라는 곳의 깃발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SKY에 속해있는 로스쿨 내의 어떤 학생들이 "우리가 시위에 나가면 그때부턴 4.19야"라는 꼴같잖은 소리를 하며 시위에 나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낫달까. 이런 애기들이 커서 우병우 같은 게 된다)
정당들의 깃발들도 보였다. 정의당의 깃발이 유독 많이 보였고, 민중연합당, 노동당, 환수복지당 등의 깃발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깃발이나 국민의당의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집회를 다녀온 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는 식의 글을 <헬조선 늬우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했다. 집회를 나오지 않는다고 특정 정당이 악한 정당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집회에 나온다고 특정 정당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정당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집회는 정치적인 액션일 따름이다. 그런 차원에서 궁금했다. 집회에 나오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은 무엇인가? 전략이 있기는 한가?
헬조선 늬우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쓰니 댓글들이 달렸다.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이재명 시장님, 표창원 의원님 참석하셨어요", "많은 당원들도 참여했습니다."
민주당에 속해있는 '개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참여한 '개인'에게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이 정당의 전략과 유관한가는 또다른 문제다. 이재명과 표창원이 참여한 것은 그들의 정치적 소신일뿐, 그 소신이 민주당의 당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확인해보니 애초에 더민주당은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미리 입장을 밝혔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민심이 들끓는 것을 심정적으로는 이해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더 혼란이 오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이라는 건 대통령이 하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하야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 듯 보인다. 좋다. 일단 하나는 알겠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뜻은 완벽히 파악되지 않는다. 하야를 원치 않는다면 더민주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발생한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하려고하는 것인가? 지금 더민주당의 행보를 보건데 이 난국을 해결하고 싶어하기는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이슈 자체가 더불어민주당과 경쟁관계에 있는 새누리당에게 불리한 이슈이고, 다가오는 대선까지 이 이슈를 물고늘어지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이 난국을 굳이 해결하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어떤 판단을 했는 지는 모르겠으나, 저런 계산 자체가 옳은 지는 따져봐야한다. 민주당의 알고리즘은 적확한가?
간보는 더불어민주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민주당은 투 트랙의 전략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박근혜-최순실을 어떻게 조사할 건지에 관한 것인데 야3당은 모두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아래의 이미지는 그런 민주당의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다른 트랙은 박근혜에게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여기에서 민주당은 이렇다할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탄핵을 하자고 주장하지도 않고, 하야를 하자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검찰에게는 이케이케하라고 말들을 하는데 몸통인 박근혜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이쯤되면 의문이 든다. 더불어민주당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의 무엇인가? 어떤 리더십을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에 박근혜에게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시장, 손혜원 의원 등은 박근혜 하야 등을 부르짖고 있고, 민병두 의원 같은 경우는 6일에 하야나 탄핵을 해도 국정중단이 아니라며 조기대선을 치르면 된다고 했다(기사).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 지도부는 이렇다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원래 간보는 건 국민의당 안철수의 전문분야인데,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선 태도가 서로 상반된다. 안철수는 핏대를 세우고 박근혜에게 물러나라고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에, 간을 보고 있다. 뭐 좋은 거라고 서로 주고 받는 건지?
잃을 게 많다고 생각하나?
박근혜-최순실은 민주당에게 확실히 유리한 이슈다. 박근혜를 지금까지 보필하고 박근혜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소매를 거두고 돌격 앞으로 했던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죄질이 가볍지 않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욕을 먹는 이슈는 민주당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슈도 된다.
말을 잘 봐야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세월호 참사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미숙한 대처로 박근혜-새누리당에게 불리한 이슈였지만,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나? 딱히 그렇게 보기 어렵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새누리당에게 확실히 불리한 이슈지만 현재 박근혜에 비판적인 보수층들이 새누리당에까지 화살을 날릴지는 알 수 없다. 이명박에게 실망했던 유권자들이 박근혜에게 희망을 품었듯, 박근혜에게 실망했던 자들이 새누리당이 후발 선수로 내놓는 자에게 신뢰의 눈길을 줄 수도 있다.
(민주당에게 희망이 있다면 새누리당이 내놓을만한 괜찮은 선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다. 반기문은 박근혜의 인증을 받은 사내이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지지율이 떨어지고있는 중이고, 조카의 비리 등이 또한번 수면 위로 부상하면 또 지지율은 하락할 것이다. 재밌는 건 예전에도 손석희 앵커의 JTBC가 반기문 이슈를 먼저 건드렸다는 거다)
현 시국 자체는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게 내 진단이다. 그리고 가진 것이 많은 자는 매사에 소극적이게 되는 편이다. 대부분 이슈에 대해 간을 보던 안철수가 최근 핏대를 세운 것도 어찌보면 미디어가 안철수에게 예전만큼의 관심을 주고 있지 않아서-빈 곳간을 다시 관심으로 채우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비슷한 이유로 어떤 이는 만덕산의 명령을 받고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을까?).
민주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않고 소극적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보이기도 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괜히 질렀다가 몽땅 잃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지금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가설을 세워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별로 새롭지 않은 전략
전략적 모호성
THAAD(이하 사드)에 있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들의 태도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는 다르게 읽을 수도 있다. 전략 없음. 전략적 모호성을 전략 없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전략이 모호한 자와 전략이 없는 자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0'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특히나 야권 지지층들이 사드에 반대를 했고, 여기에 더해 전통적이 보수층들조차 자신들의 터에 전자파를 방출하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들어온다고 하자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혔다. 그런데 이와중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사드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도 국민의당은 간을 보지 않고 사드의 반대 목소리를 높혔었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어떤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정당은 정치적인 집단이고, 정치적인 집단은 여러 사안에 대해 여러 가치를 가질 수 있고, 당연히 가져야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예민한 사안에서만큼은 신중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아몰랑 대답안할래 따위의 태도를 견지시켜왔다. 사드를 지지한다면 이유를 밝히며 사드를 지지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으면 될 일이고, 사드를 반대한다면 그 이유를 밝히며 사드를 반대하는 자들의 지지를 받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식으로 그저 멀뚱멀뚱 처다보고 있으면 대체 이 정당은 정체가 뭔 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지지자를 더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건 덤이다(물론 지지자를 얻는 만큼 잃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애초에 비전(vision)을 가진 조직이라면 감당해야하는 문제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의 운명
-자존감 낮은 정당의 운명
더불어민주당은 이렇다할 소신도 없는 그저 덩치만 큰 정당이다(소신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밝혀보라). 이들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한다. 새누리당 등이 국정교과서 따위 등을 통해 역사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열일을 할 때도 더불어민주당은 그것을 방어하는 역할만 했을 뿐, 이렇다할 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말자'라는 말 외에 '하자'라고 한 게 얼마 없다는 이야기다.
테러방지법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말자'고는 했지만 민주당이 개인의 사적정보에 관한 인권을 위해 어떤 열일을 했나? 국민들을 위해 어떤 법안을 제출했나? 하다못해 독일처럼 학교에서 노동법을 가르치자면서 인권 교육의 발판을 열어놓기 위해 열일을 했다면 민주당이 뭘 하려고하는 정당인지 명확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하자고 안하잖아? 그저 반대만 하면서 라이벌 정당의 뻘타로 반사이익을 얻으며 연명하고 있잖아?
더불어민주당의 운명을 쥐고 있는 건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JTBC와 검찰이다. 자존감이 낮아 주변 눈치만 보는 자들의 운명은 으레 남들이 결정해주게 되어 있다. 지금 문재인의 지지율을 JTBC와 박근혜가 올려줬듯이, 민주당의 지지율도 새누리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민주당이 매번 이슈에서 '반대'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선수를 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뭘 위해 정치를 하는 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은 딱 까놓고 친일파와 대기업 후빨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거 같은데, 더불어민주당은 그저 반새누리를 하려고 정치를 하는 거 같거든. 뭐가 됐건 덩치값좀 해줬으면 한다. 잃을 것이 많은 자는 소심해지기도하지만, 아군이 많은 자는 대범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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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대학 수업에 들어갔을 때 학생회 인원이 한명 오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학교의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 등을 수렴한다면서 종이에 체크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물었다. "지금 학생회는 어느 쪽을 지지하나요?" 그 학생은 대답했다. "아직은 여론을 수렴하는 중입니다." 여론에 따라 바뀌는 학생회의 정체성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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