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아이린 #꼰대 #아재
아이린 태도 논란?
아이린 태도 논란이 거세다. 무려 "아이린" 태도 논란이다. 말 못한다고 꼰대질한 김구라가 아니라 아이린이 주인공이다. 놀라운 건 그 이유다. 참석한 자들에게 욕을 한 것 때문도 아니고, 세트장에서 갑자기 자리에서 벗어난 것 때문도 아니고, 질문한 것에 대답을 안한 것도 아니다. 그냥 말을 별로 안했다. 그게 다다. 정말 그게 다다.
놀랍고도 신비로운 점은 김구라의 태도에 대한 비판보다 아이린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더욱 많이 제기되고, 실제 이 논란도 "아이린 태도 논란"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로 이슈가 오르내린다는 거다. 우라까이가 밥줄인 기레기들은 네티즌들이 아이린의 태도를 두고 온갖 비판을 한다고들 하는데(물론 기레기들에게 근거는 없다), 김구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고 이 글을 쓰는 나도 김구라의 태도가 상당히 거슬리므로 이 글을 적는다.
김구라는 초범이 아니다.
ex) KARA 강지영의 눈물
김성주나 김구라 같은 중년 남성 MC들의 종특이 하나 있다. 그들은 여성 게스트만 나오면 자신이 원하는 어떤 여성상을 강요한다. 한 예로 그들은 여자만 보면 말을 많이 하라고하고 애교를 보여달라고 한다. 김성주는 밥먹듯이 "애교 대결"을 시키고 과거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서 "강지영이 아니면 강지영이 애교를 누가 아냐고 김구라가 아냐구"라고 하며 계속해서 애교를 요구했고, 결국 강지영은 눈물을 흘렸다. 공범들도 있다. 김국진과 윤종신, 그리고 슈퍼주니어 규현.
젊은 여성 게스트가 말이 없다는 것
헬조선에는 나이가 적은 여성에게 요구하는 어떤 스탠다드가 있다. 나이가 적은 여성은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해야한다. 한 예로 위아래가 있는 조직에서 회식을 하는데 한 테이블에 남자만 앉아있으면 많은 이들은 그 사이에 젊은 여성을 끼워넣으려고 한다. 그 여성에게 주어진 사명은 남자들만 있어서 칙칙한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칭찬이랍시고 한마디 던진다. "xx씨가 오니까 분위기가 사네"
분위기를 띄우는 임무가 암묵적으로 주어지긴하지만, 그렇다고 개그맨마냥 원맨쇼를 하는 것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한 때는 술을 따라주는 역할이 주어졌지만, 사회가 그나마(!) 진보해서 이런 부분은 전보다 적어진 것 같다. 다만, 여전히 그 자리에 "꽃 한 송이" 마냥 존재해야하는 임무는 주어진다. 왜냐하면 '남자만 있는 건 칙칙하니까.'
방송에 나오는 여성
방송인(이 글에선 방송에 나오는 여성이란 뜻으로 방송인이란 단어를 쓴다)인 여성들에겐 더욱 많은 것이 요구된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을 위해 더욱 많은 액션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뜬금없이 춤을 시키고, 애교를 보여달라고 한다. 방송인 김성주는 최근 <복면가왕>에서 알리 등에게 "애교 대결"을 요구했는데, 이는 김성주가 처음하는 애교 요구도 아니고, 아마 2017년에도 김성주의 애교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방송인이란 직업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
방송인이니 말을 잘 해야하고 애교 정도 보여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놓치고 있는 맥락이 하나 있는데, 춤이나 애교 등의 요구는 거의 항상 젊은 여성에게만 주어진다는 거다(간혹 남자 아이돌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애교에 미친 나라인가). 이런 맥락을 통해 밝혀지는 건, 김구라나 김성주 같은 아저씨들이 꽤나 올드하고(1), 젠더 감수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거(2). 그리고 그 방송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PD 나부랭이들도 감이 없다는 거(3). 그리고 그걸 무감각하게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그 행위들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것(4) 정도가 되겠다. 방송인이란 직업은 원래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이 나라가 이상한거다. 옆에 있는 섬나라도 이상한 건 매한가지.
아이린이 문제다? PD나 진행자가 수준 미달이다.
세상엔 내향적인 사람이 있고, 외향적인 사람이 있다.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은 친하지 않은 사람 앞에선 말이 적어지고, 친한 사람과 단 둘이 있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이 많아진다. 아이린이 어떤 성격인지는 필자가 알 수 없고, 솔직히 관심도 없으나,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성격의 소유자가 나오건, 그 사람에게 맞춰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한다.
말이 많은 사람이 나왔을 때는 그에 맞춰서 진행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 나왔을 때도 그에 맞춰 진행해야한다. 진행자로서의 김구라가 하수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는 그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게스트를 윽박지르고, 짜증만 부리는 전형적인 한국 중년 아재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경력은 있을 만큼 있는데, 딱히 실력이 있어서 그 위치에 있다기보다는 그저 짬밥 때문에 해당 자리를 꿰차고 있는 느낌이다. 내공이 전혀 안느껴진다.
PD에게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전에 대본을 대략으로라도 짜놓고 어떤 질문이 전해질지에 대해 게스트와 어느정도 합을 맞춰놨었더라면 프로그램은 원활히 흘러갔을 것이고, 게스트가 이렇게 욕을 먹는 지경이 오지도 않았을 거다. 그리고, 해당 장면이 나갔으면 어떤 이슈가 불거질지 뻔히 알만한 사람이 문제적(?) 장면들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건, 한 인물을 이슈몰이를 위해 희생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스트가 뭔 잘못인가? 감당하지 못할 거면 섭외를 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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