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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pr 04. 2017

문재인, 안철수 양자구도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졸라.


자칭 '보수' 언론들이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의 양자구도가 이루어질 거란 듯이 여론조사를 뽑아낸다. 의도가 너무 빤하다. 문재인 바람을 꺾였다는 걸 입증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멀쩡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승민측은 같은 당의 이혜훈 의원을 통해 바른정당-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조차 명확히 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아니 오히려 부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유승민-홍준표의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한듯한 착각을 주는 여론조사를 뽑아내고 있다.


소위 알 권리를 위해서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거라면 납득 못할 것도 없다. 양자 구도의 가능성이 설사 없다고하더라도, 가장 지지율이 높은 두 후보를 붙여놓고 다이다이를 떠보면 누가 승리하는 지 시뮬레이션은 해볼 수는 있다. 특히나 한국처럼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에선 더더욱이나 그런 시뮬레이션이 의미가 있다. 그런데 자칭 보수 신문들이 언제부터 시민들의 알 권리에 관심이 있었나?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여전히  양자 구도 여론조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뱉어내는 건 의도가 엿보이는 현상이다.


한국 정치 역사상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들은 항상 일어났었다. 노무현이 정몽준과 단일화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선거 전날 정몽준이 되돌아설지 어떻게 알았겠나? 선거를 위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하는 이회창 같은 사람이 나타날 줄은 또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김영삼이 그럴 줄 누가 알았겠나? 괜히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니다. 안철수가 유승민, 홍준표와 단일화하는 경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은 할 수 없는 이유다. 여의도가 세인들 예측대로 움직인 적이 있던가?


안철수-유승민-홍준표 단일화가 힘든 이유
@뉴시스 조인원 기자

우선, 가벼운 문제부터 털고 가자. 김종인과 정운찬 그리고 JTBC 전 회장인 홍석현이 하나로 뭉쳤다. 이들은 직접 대선에 출마를 할 수도 있다도 점쳐지는데, 필자가 보기엔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가 영향력이 있다고 착각하는, 언제 떠나야할 지 모르는 노인들끼리 반문 연대를 만들고 세력을 불리려는 디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다지 변수가 되는 사람들은 아니므로 여기까지만 다루자. 다같이 만덕산이나 가시지들.



안철수가 유승민이나 홍준표와 단일화할 가능성

일단, 안철수나 유승민이나 둘 다 단일화에 대해선 긍정적이지 않다. 안철수는 매번 습관적으로 여의도의 구태 정치를 비판하는데 지금의 시점에서 단일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그런 구태스런 모습의 전형이다. 게다가 지금 소위 보수 진영쪽에서는 믿을 수 있는 게 안철수 뿐인지라 안철수 입장에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지금으로선 그저 4월말까지 간만 보면 된다. 안철수가 잘하는 거 있잖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안철수가 속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호남이 기반이라는 것. 유승민이나 홍준표 같은 사람들이 "King of the South!"를 외치면서 안철수에게 칼을 바쳐도 안철수 입장에서는 선뜻 그 칼을 받아들 수 없다. 그 칼을 받아든 순간 호남 표가 달아날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 유승민이나 홍준표가 표를 주려고 단일화를 했는데 유승민이나 홍준표를 지지하던 이들이 안철수에게 표를 줄 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안철수 입장에서는 단일화를 하는 순간 호남표를 날릴 수도 있고, 거기다가 얻는 것도 없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호남표도 얻고 보수층의 표를 얻을 수도 있다. 단일화는 안철수 입장에서 말그대로 "올인"이다. 다 얻을 수도 있지만, 다 잃을 수도 있다. 



유승민이 안철수와 단일화할 가능성

유승민 입장에서도 지금 섣불리 안철수와 단일화를 진행할 이유는 없다. 단일화를 진행한다면 아무래도 지지율이 한참은 낮은 유승민이 양보를 하게될텐데, 그것이 이미 기정사실화되어있는 이상 몸을 불릴 수 있는 만큼은 계속 불리는 수 외엔 남는 게 없다.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야 단일화를 성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대선 정국이 끝났을 때 안철수가 이기건 지건 바른정당에 콩고물이라도 조금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패배하는 팀에 속하더라도 그럴듯한 덩치로 있는 게 차후에 유리하다.


(홍준표 사진은 생략한다. 내 브런치는 소중하니까)


유승민이 홍준표와 단일화할 가능성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박근혜와 관련된 인물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단일화를 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아무래도 새누리당에서 박근혜에 반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뭉친 당인만큼 그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듯 보인다. 자유당의 홍준표라는 사람 자체가 박근혜에게 미운 털이 박혀서 나름의 고초를 겪은 사람인지라 혓바닥으로 이케이케 명분을 만든 뒤 단일화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긴하다. 앞서 말했듯 유승민은 지금 몸을 불려서 비싼 값에 팔려야하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을 되돌아보며

2012년 12월 대선 때는 진보 혹은 중도로 평가되는 문재인과 극우 정당의 후보 박근혜가 맞붙었다. 개인적으론 그 판 자체가 이해가 안갔는데, 독재자의 딸이, 심지어 그 독재자 아빠를 찬양하는 딸이 떡하니 상당한 지지율로 대선 후보로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딸도 얼마든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재자 아빠를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박근혜는 아니었다. 되려 그는 박정희를 찬양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무려 대통령 후보였다. 그것도 될 법한.


말도 안되는 현상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인간이 정말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뜨악했다. 그 날 12월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자조적으로 다들 말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박정희, 전두환도 버텼는데 뭐 박근혜 정도야." 


박근혜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일어날법한 일들이 줄기차게 일어났다. 국정 교과서, 블랙리스트, 최순실....그리고 세월호. 놀라운 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박근혜의 지지율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는 거다. 오히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대표가 이토록 부끄러운 수준의 행위들을 하다니? 세월호는 '남의 일'이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의 수치심을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난 이 부분은 여전히 납득 안된다. 이미 세월호 건에서부터 지지율은 폭망하는게 정상적이다. 세월호 참사가 진정한 의미에서 본격적인 이슈로 부상한 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다. 



2012년을 되돌아보면 현재 글을 쓰고 있는 2017년의 4월 4일, 5월의 장미 대선은 훨씬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적어도 핵심 후보들 중에 파시스트들은 없는 듯 하니까. 문재인과 안철수와 유승민과 홍준표 그리고 심상정. 이 다섯 사람 중에 유승민과 홍준표와 심상정은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번 대선은 2012년 때보단 낫다. 누군가가 대통령이 된다면 문재인과 안철수일텐데, 둘 모두 박근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보다 낫다는 것에 안도하는 내 자신이 싫어지긴하지만, 여전히 나는 안철수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그의 역사관이 박근혜와 크게 다른지 모르겠는 지점들이 부분부분 있었기 때문. 한 때 이슈가 되었던 트윗에서 그는 "건국"이라는 단어를 썼다. 

게다가 국민의당을 창당할 당시엔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이승만을 "국부"로 부르기도 했다. 후에 사과를 했지만 해명이 참 가관이다. "사회통합 관점에서 (나온 국부 발언의) 진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국부 명칭에 뒤따르는 높은 도덕적·역사적 기준을 떠나 대한민국을 세운 공적에 대해선 국부에 준하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만일 우리 국민이 이 호칭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 초대 대통령으로 예우하면서 그분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살펴보면서 사회통합에 이르는 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민 분열의 씨앗, 뿌리 깊은 대립을 극복하고 통합에 이르기 위해 현대사에서 이승만의 위상을 정립하는 문제는 열린 마음으로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문제는) 열린 쟁점이다."

이런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창당위원장이고, 안철수 본인도 박근혜처럼 "건국"이란 단어를 썼다. 박근혜보다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들? 지지하지 않을 이유는 넘치지만 안철수를 지지할 이유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은 싫어할 이유가 딱히 없는데, 지지할 이유도 딱히 선명하지는 않다. 인권 변호사였고, 주변에 능력있는 인물들이 있다는 게 내 입장에선 가장 큰 호감 포인트다. 


본격적으로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의 정책을 비교 분석해볼 수도 있겠지만, 크게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진 않으므로 하지 않을 생각이다. 정책이란 게 대선 끝나면 이런저런 상황과 말들로 바뀌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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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좀 도입하자 젭라. 너무 거인들에게만 유리한 구조 아니냐고. 

심상정 누님한테도 기회좀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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