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Apr 16. 2017

세월호 박물관, 세월호 메모리얼의 건립을 기원한다.

세월호 메모리얼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고 세월호를 박물관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 박물관도 될 수 있을 것이고, 세월호를 포함한 한국의 안전에 관한 기록을 해놓는 박물관도 가능할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참사와 재난이 남긴 무엇과 달리 세월호는 하나의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가령 9.11테러 때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나,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잔해들은 '공간'으로서 기능하지 않지만 세월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거치면 박물관으로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단원고 교실에 있던 책상들을 옮겨놓을 수도 있을 것이고, 상황을 재현해놓은 영상들을 보여주는 영상실도 마련해놓을 수 있을 것이고, 타임라인들을 정리해놓는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는 장성들의 골프장에 쓰는 면적보다 적은 면적으로 훨씬 가치있는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다.


한국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한국은 문제를 덮어놓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는 일본이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와 상당히 유사하다. 독일은 전쟁 범죄에 대해 꾸준히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지금도 나치들을 찾아 재판장 앞에 서게 한다. 반면 일본은 전쟁 범죄를 저지른 과거의 현실을 왜곡하거나 그 쪽으로 관심이 가지않게끔 하는 방식으로, 문제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은 사죄하고 반성하지만, 일본은 사죄하지도 않았고 반성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많은 조직들도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 필자가 가장 한국적인 조직이라 생각하는 조직을 하나 예로 들어보며 설명을 이어가겠다. 군대. 군대를 나온 사람들은 군대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 잘 알 것이다. 소규모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분대에서 문제가 터져도 분대의 책임자는 그 문제를 상부에 말하기보다는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 분대에서 발생한 문제가 분대의 책임자에게 불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자는 설령 자신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문제를 상부에 알리려 하지 않는다. 


"일 크게 만들면 안된다"

소규모의 분대를 예로 들었지만, 중대와 대대의 위기 관리 프로세스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된다.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론에서 물어뜯을까 싶어 인권 침해 요소가 있어도 그것을 최대한 숨기려하고, 만약 해결한다면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헌병대와 감찰대 및 기무대다. 국방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세 조직은 위기관리팀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가 외부로 노출되기 전에 해결하기 위한 조직.


국방부의 이런 위기 관리 프로세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미콜(02-733-7119) 이슈가 아닐까 한다. 아미콜은 임태훈씨가 운영하는 군인권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후원을 받아 만든 신고 전화다. 군장병들은 아미콜을 통해 '군 외부'에 인권 침해 경험 및 사실을 고발할 수 있다. 국방부가 좋아할리가 없는 서비스다. '내부'에서 해결하면 되는 데 왜 '외부'에 알려서 일을 크게 만드나?



해서, 국방부는 아미콜을 견제하기에 이른다.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하나, 아미콜을 이용하면 징계를 당할 수 있다고 장병들에게 협박을 했다. 둘, 짝퉁 아미콜을 만들려했다(결과는 실패). 이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로서는 외부에 알려서 일을 크게 만드는 걸 우려했을 것이다.


국방부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조직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20내 청년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헬조선 늬우스>를 통해 대학에 관한 여러 제보가 오는 편인데, 특정 대학에 대한 내용이 담긴 포스팅을 올리면 해당 대학의 학생들은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을 해온다. 심지어 제보자들까지 글을 다시 내려달라는 요청을 해온다. 치부가 기록되면 안된다는 듯이 말이다. (사족, 요청은 받아주지 않는다)


9.11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시설물들

세월호에 있어선, 다르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완전하게 밝혀내고, 밝혀낸 사실들을 세계인들에게 속속들이 공개했으면 한다. 그게 사고에 대처하고 반성하는 정상적인 국가의 대응이다. 9.11테러로 인해 쌍둥이 빌딩은 무너졌고, 그 자리에는 One World Trade Center(이하 원월드 트레이스 센터)와 Ground Zero(이하 그라운드 제로), 그리고 9.11 Memorial(이하 9.11 메모리얼)이 건축됐다. 


(아래 사진에서 가장 위에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 그라운드 제로, 9.11 메모리얼)


One World Trade Center
One World Trade Center & Ground Zero
Ground Zero
9.11 Memorial & One World Trade Center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내려다본 9.11 메모리얼




그라운드 제로에는 9.11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름이 모두 음각되어 있다. 그들의 이름이 양각되지 않고 음각된 이유는 돌에 완전히 새겨지기 위해서다.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서. 음각된 틈에는 하얀색 꽃들이 꽂혀있다. 여전히 이들은 희생자들은 추모되고 있다.



비단 사람의 이름만 '기억'되고 있는 건 아니다. Ladder 20은 소방관들이 속했던 팀을 일컫고, Flight 175는 9.11 테러 당시에 건물과 충돌한 United Airline의 비행기다. 요즘 아시안 승객 폭행으로 시끄러운 그 항공사가 맞다. 이런 맥락을 고려해보면 그 항공사의 인종차별이나 난폭함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Memorial 메모리얼

미국에는 수많은 메모리얼들이 있다. 워싱턴을 가면 2차 세계대전에 목숨을 바친 2차 세계대전 메모리얼이 있고, 조금 움직여보면 베트남 전쟁을 기리는 메모리얼이 있고, 링컨을 기리는 메모리얼이 있고, 마틴 루터킹 주니어를 기리는 메모리얼 등이 있다.


각각의 메모리얼들을 통해 미국이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군인들을 존경하는 문화가 있으니 그들의 죽음을 명예롭게 기억하는 메모리얼들이 생겨났을 것이고, 인종간의 평등을 지향하므로 마틴 루터킹 주니어의 메모리얼을 건축했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건축물들은 '무엇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인지 방향 설정을 해주었을 것이다. 가치가 메모리얼들을 만들고, 메모리얼들이 또 가치를 만드는 식으로.


세월호 메모리얼

세월호 메모리얼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9.11 메모리얼이 지향하는 바와 상당 부분 일치할 것이다.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리면서, 동시에 비슷한 참사로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끔 재발을 방지해야한다는 가치들이 담긴 참사의 기록물과 콘텐츠들이 자리 잡아야할 것이다.


세월호가 지상에 올려진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즉, 본격적인 진상조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것들이 기록되고, 조사되고, 보관되고 또 모두에게 공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점들을 감추려는 시도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세월호를 진정으로 기억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

브런치 구독하시면 더 많은 글들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

작가 페이스북

작가 트위터

작가 유튜브(구독좀!)

글쟁이 박현우(좋아요좀!)

헬조선 늬우스

<헬조선 늬우스> 팟캐스트(클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