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Apr 16. 2017

<드라마월드>: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다소 유치하기도 하고 엉성하기도 한 드라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국드라마를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연출가가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를 소재로 잡은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상적인 이유는 그것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내서라기보다는, 클리셰를 드라마의 소재로 잡는다는 것이 내게는 특별하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는 나에게 수정되어야할 무엇이고 비판받아야할 무엇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 한국 드라마의 의사나 변호사나 검사들은 항상 연애만 한다는 비아냥이 그런 불만들 중의 일부다. 그런데 <드라마월드>의 크리에이터인 조시 빌리그와 크리스 마틴은 그 클리셰를 소재로 써먹기에 이른다. 



내가 만약 이 드라마의 연출을 했다면 한국 드라마를 조롱하는 의도로 '패러디'를 했을터인데, 이들은 한드의 클리셰를 일종의 한드 속 코드로서 '차용'한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특별하게 보여졌다.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다름'으로 인식한다는 것. 이런 것이 한국적인 무엇인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좋든 싫든 간에.


나는 여전히 한국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음악으로 꽉 차있어서 저 배우의 기분을 추측할 순간도 주지 않고, 음악이 이끄는데로 저 씬을 이해해야한다는 것도 그닥이고, 미장센은 배우의 얼굴로 꽉 차있고, 감정도 무지하게 과잉되어있어서 한 회에 우는 캐릭터 하나는 거의 항상 등장한다. 한국 드라마의 인물들은 굉장히 쉽게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을 위해서 온갖 괴상한 에피소드들을 끼어넣는다. 그래서 항상 극단적이다.


한드를 좋게 평가하던 나쁘게 평가하던 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각각 다를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글을 수단으로 택했을 따름이고, <드라마월드>의 제작자들은 픽션을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는 픽션의 소재가 되었고, 그 소재는 우리가 본 바와 같이 요리되었다. 무엇이 옳은 방향이고 더 적합한 방법인지에 대해서 판단내릴 생각은 없고, 그것이 가능하다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드라마가 내게 특별한 느낌을 준 이유는 이 드라마가 나의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 지를 좀 더 명확하게 해준 것 같아서다. 땡큐다.

-

브런치 구독은 사랑입니다.

-

글로 먹고사는 인생입니다. 후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은 작가에게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살려주새오. 커피 기프티콘도 후원받습니다. 카톡- funder2000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사랑입니다. 광고 및 제휴 문의는 funder2012@gmail.com

작가 페이스북

작가 트위터

작가 유튜브(구독좀!)

글쟁이 박현우(좋아요좀!)


매거진의 이전글 <신 고질라>: 전통 일본 굇(!)수의 귀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