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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r 15. 2017

<신 고질라>: 전통 일본 굇(!)수의 귀환

#신고질라 #고질라 #에반게리온

스포일러 있습니다.

제목

일본의 <고지라 시리즈>에서 고지라는 Gojira로 표기된다. 이번 2016년의 고질라도 일본 감독이 연출한 것이므로 고지라로 불러야될 것 같지만 영화의 정식 명칭은 <Shin GodZilla>다. 갓질라.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방사능 도마뱀. 이 글에선 고질라로 부르겠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 고질라"로 검색할 것 같기 때문이다. #예아


이분법: 청년 VS 중장년층

90년대 영화들 중에 유색인종들이 무시당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들이 있었다. 그 영화들은 꽤나 유치했는데, 그 이유는 적나라한 이분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흑인들은 모두 선하고 착했고, 백인들은 하나같이 다 싸가지가 없었다. 주인공이었던 백인 남성은 물론 예외다. 항상 이런 영화의 주인공들은 백인이었다. 마치 백인들이 유색 인종들의 구세주가 되어야한다는 듯이.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도 비슷한 짓을 하는데, 그런 영화들 중 일부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우호적이고 착한데 반하여, 남성들은 하나같이 쓰레기들로 그려진다. 한편으론 이런 부분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여성의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남성들보단 적대적이거나 베타적인 남성들이 더욱 강렬한 감정적 경험을 남길 것이고, 그런 경험이 남성에 대한 기억의 토대를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까. 이런 관점은 앞에서 언급한 백인과 유색인종을 다루는 영화에도 채택될 수 있다.



이번에 재개봉하는 리들리 스콧의 <델마와 루이스>나 박찬욱의 <아가씨>에도 이분법은 가득하다. <아가씨>가 "유치하다"라는 평을 듣는 이유는 '굳이 여성들간의 섹스가 그렇게 아름다워야하나?', '여성들이 그렇게 완벽한 존재일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여성간의 사랑이 굳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 여성들의 인간다움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 굳이 그들이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인간이라면 그런 완벽성은 제거되어야한다.


<신 고지라>가 비판하는 건 일본의 무능한 관료제 및 행정부인데, 당연하게도(?)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여기에도 이분법은 존재한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자들은 틀린 판단만하고 나라가 파탄날 상황에서 "일본의 명예" 따위를 신경쓰는 데 반하여, 젊은 것들은 어찌된지 처음 보는 저 도마뱀에 대해 놀라운 해석들을 내놓는데, 놀랍게도(!) 그게 항상 맞아들어간다. 마치 tvN <굿와이프>의 나나가 맡은 그 역할 같다. 모르는 게 없고 틀리지도 않는다.


모르는 게 없는 분


CG

아무 생각도 없이 <신 고질라>에 등장하는 뚱땡이 도마뱀을 보면 경악하게 된다. 2016년에는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조악한 수준의 퀄리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고지라 시리즈>의 오마주라고 생각한다면 뭐 납득은 할 것 같다. 


1954  <Gojira>

그런데 평범한 관객인 내가 굳이 오마주까지 신경 써줘야할 필요는 없잖나? 그 흐리멍텅한 생선 눈깔을 볼 때마다 고질라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CG에 혀를 차는 나를 발견했다. CG의 기본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거다. CG가 CG로 보이는 순간, 그건 CG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거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 점에서 <신 고질라>의 CG는 실패다.



일본에 기술이 없어서 이따위로 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번에 나온 <간츠:O>만 봐도 일본의 CG력은 어마무시하거든. 그냥 안노 히데아키가 과거의 향수에 빠져서 그 분위기를 낸 것 같다. 뭐 극장 흥행이 엄청 잘됐으니 나름 잘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신 고질라>는 2016년 일본 흥행에서 3위를 했다. 그런데 그 흥행이 비단 향수를 자극하는 CG 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에반게리온>과 <신 고질라>

<신 고질라>의 감독이 안노 히데아키인만큼, <에반게리온>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기는 아쉽다. <에반게리온>의 경우 사도들이 신 도쿄로 들이닥치면 모든 시민들은 대피한다. 그리고 사도들은 고질라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재난을 일으킨다. 사도들은 마치 그게 자신의 임무라도 되는 양 도시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다닌다. 작은 사이즈의 인간들은 탱크 등을 동원하여 온갖 무기들을 사도에게 날려대지만 이렇다할 효과는 없다. 마치 탱크의 포가 고질라에 전혀 효과가 없듯이. 그렇게 재난을 일삼다가 에바 초호기같은 로봇(?)이 또잉하고 나오면 1:1의 상황이 연출된다. 이제 고요한 도시에서 두 거대한 존재들을 다이다이를 뜬다. 사도를 죽일 수 있는 건 거대한 에바 뿐이고, 거대 굇수를 죽일 수 있는 것도 굇수 뿐이다.


<에반겔리온>

이런 연출은 일본의 <고지라 시리즈>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지라 시리즈>에선 거대한 괴수들이 1:1로 맞다이를 뜨거나 1:?로 싸움을 한다. 고질라가 킹콩이랑 싸움을 하기도 하고, 목이 3개인 용가리랑 싸움을 하기도 한다.


안노 히데아키는 두 거대한 괴수간의 싸움에서 괴수 한마리를 메카닉으로 바꾼 최초의 크리에이터가 아닌가 싶다. 안노 히데아키는 <에반게리온>에 대해 가장 획기적인 메카닉 애니메이션이라고 자뻑을 했는데, 그도 그럴만한 것이 굇수 영화 포맷에 메카닉을 결합한 최초의 애니이기 때문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포맷들을 뒤섞으면 명작이 나오기도하는데, <에바>가 딱 그런 류의 작품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난 나름 이런 생각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짤을 찾아보니 많이들 나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래의 짤들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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