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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n 15. 2017

중년 여성이 이쁘다는 것


칭찬은 칭찬인데 마음 속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칭찬들이 있다. 나이가 서른이 넘거나 마흔이 넘은 여성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찬사가 딱 그렇다. 혹은 결혼을 했거나 애 낳은 엄마들을 향한 어떤 찬사. 듣는 입장에선 찬사니까 좋을 수도 있단 생각은 들지만, 한편으론 그 말에 뭔가가 전제되어있는 느낌도 든다. 애를 낳은 여성은 당연히 못생겨야할 것 같고, 결혼을 한 유부녀는 못생겨야할 것 같고, 나이가 들면 당연히 못생겨야할 것 같고.


이런 편견은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엄마들이 피부가 좋고 몸매가 이쁠라치면 "저렇게 몸매 관리하면 애는 언제 돌보냐?"는 핀잔을 던지는 것이 한 예다. 애를 돌보고 남편을 내조하면 당연히 외모 관리는 안되어야한다는 계산이 그 안에는 들어가 있다. 애를 돌보는 건 당연히 여자라는 차별적인 시선도. 다행인건 이런 시선이 예전처럼 흔히 발견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확실히 사회는 변하고 있다.



중년 여성들의 미모를 향한 찬사를 마냥 나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모를 겸비하는 것은 타고난 것을 더해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미모에 대한 찬사는 그 노력에 대한 찬사로 볼 수도 있다. 그런 피부를, 그런 몸매를 가진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대단해요! 같은 식으로.


특정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찬사, 어떤 일을 수행하거나 달성한 것에 대한 찬사는 자연스러운 데 미모에 대한 찬사는 그보다 소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특히 결론없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성상품과 논쟁과 결부되면 여성의 미모를 찬양하거나 칭찬하는 일은 더 힘들어진다. "몸매가 끝내주시는 군요!"는 미모를 찬양할 때도 쓰일 수 있지만, 성희롱을 할 때도 쓰일 수 있는 말이니까.


특정 말이 주체에 따라, 달리 들릴 수 있다면, 그 말이 쓰이고 있는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밖에. 하지만 누군가를 이쁘다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이쁘다고 말하는 방법은 많다. 한 예로, 나는 지금까지 이 글을 쓰면서 누군가를 이쁘다고 한 적이 한번도 없지만, 여러분은 내가 누군가들의 미모를 찬양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야노 시호가 쓴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될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느낀 단상들을 나열한 부분들을 보자면 에세이집같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다양한 복장으로 삽입되어있는 화보들을 보아하면 화보집 같기도하면서, 각종 요가의 자세들이나 피부에 좋은 화장품을 소개해놓은 파트들을 보아하면 패션 잡지의 느낌도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류는 독자의 몫이 아니다. 야노 시호라는 인물이 "아이의 엄마"나 "추씨의 부인"으로 규정될 수 없듯이.


야노 시호가 왜 몸매 관리를 하고 피부 관리를 했는 지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들어 있다. "멋진 여자"가 되고 싶었다는 게 야노 시호의 설명인데, 책 중반부터 나오는 각종 방법들은 그런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해 야노 시호가 시도했거나 여전히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롤 모델을 만들어 지향점을 만들거나, 서핑을 하거나.


남성인 내게 이 책은 실용적으로는 딱히 쓸모가 없다. 물론 그녀가 소개하는 요가 동작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여성을 대상으로 쓰여진 셀프 케어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야노 시호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만큼 야노 시호의 생각들이 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처세술이나 자기관리 책들의 작가들은 성공을 해서 그런 책을 썼다기보다는 그 책이 찰 팔려서 결과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다. 굳이 저격하고 싶지 않으니 사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다만 야노 시호는 커리어적으로나 외모로나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성공한 캐릭터다.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이 책은 검증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야노 시호의 팬이라면, 야노 시호처럼 아름다워지고 싶다면 그녀가 밝히는 노하우를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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