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글로 분류되는 글을 쓰면 이런 글을 자주 맞닥뜨리게 됩니다. 여성부를 폐지해야한다, 군 가산점 도입해야한다, 남성도 힘들다 등등. 남성들의 분노가 가득한 글들이 피드백으로 자주 들어옵니다. 남성들의 피해의식이 상당하긴 합니다. "여성이 힘들다"란 말을 하면 이들은 "남성은 힘들지 않다"로 오독하고 거기에서 반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남성이란 이유로 그들의 삶이 탄탄대로가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 거지요.
문제는 "여성이 힘들다"를 "남성은 힘들지 않다"로 받아들이는대서 오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 힘들다"는 말은 말그대로 "여성이 힘들다"는 말이고, 그 말은 "남성이 힘들다"는 말과 딱히 상충되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함께갈 수 있는 두 명제죠. 한 개인은 비단 성별로 규정되지 않기에 여성은 여성으로 국한되지 않고, 남성 역시 남성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성은 여성으로서 존재하고, 남성은 남성으로서 존재하니 한 개인은 꽤나 복합적인 존재로서 살아가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석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의 취업이 남성보다 힘들다"라고 할 때 그는 여성이 아닌 한 사회인으로서도 취업이 힘들겠지만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됩니다. 반대로 남성이라는 정체성은 한국 사회에서 그다지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취업이 쉽지는 않습니다. 성 정체성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뿐이지, 한국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흙수저에 대출을 껴안고 대학을 졸업하는 남성들이라고 해서 삶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는 남성이라는 정체성 외에도 흙수저라는 정체성-계급도 함께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를 두고 "남성도 취업이 힘들다"라고 말할 수는 있을지언정 "남성이어서 취업이 힘들다"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라서 힘들다"란 말은 가능하죠. "여성이라서 죽었다"라는 말도 가능할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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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삶이 쉽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성에게 어떤 역할이 부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어떤 역할이 부여되고, 그 맨박스 때문에 영혼이 털리는 한 가장과 남성 청춘들도 우먼박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성 못지 않게 많을 겁니다. 그 문제도 함께 다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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