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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l 15. 2017

<잭 라이언: 코드네임 셰도우>: 이도저도 아닌 첩보물


제목

한국에선 <잭 라이언: 코드네임 셰도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리즈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영화가 나온지 3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딱히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접은 듯 싶다. 다만 아마존 오리지널로 <잭 라이언> 시리즈가 만들어진다. 잭 라이언은 톰 클랜시가 만든 캐릭터인데 영화에는 총 4번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잭 라이언이 출연한 가장 유명한 영화는 <패트리어트 게임>일 듯.


세계관

영화는 시작에서부터 네셔널 시큐리티의 길을 걷는다. 주인공은 9.11을 보고 군인이 되니까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너무 뻔하다. 애국심을 조장하는 국뽕 영화가 될 것이고, 테러에 관한 영화가 될 것이고, 테러는 미국에서 발생할 위험이 발견될 것이고, 주인공은 어케어케 잘해서 테러를 막아낼 것이다. 그리고 애국가가 나오면 완성. 애국가만 빼고 내 예측은 다 맞아 떨어졌다.


소재

소재들도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러시아의 경제 공격은 딱히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고 영화가 만들어진 시점을 고려하거나 고려하지 않거나 딱히 시의성이 있는 주제도 아니다. 흥미로운 주제를 잡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도 있긴한데, 그럴 거면 양념이라도 잘 쳐야한다. 하지만 못했다. 자기들도 이것만으론 부족할 것 같았는지 흔한 국뽕 영화처럼 폭탄 테러라는 소재도 넣었는데...우린 너무 이런 걸 많이 봐오지 않았나? 아, 또 폭탄이라니.


게다가 첩보 영화치고 너무 많은 연애 감정을 쏟아넣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브랜딩하는데 온 힘을 쏟으려고 했던 영화이고 그렇게 되었어야할 영화인데, 딱히 편집한 영화를 보면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별 역할도 없는 잭 라인언의 여자친구에게 너무 많은 힘을 실어준 결과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키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캐시 라이언의 캐릭터는 너무 구축되었다. 그녀가 등장한 모든 장면들은 사실 영화에 넣을 필요도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잭 라이언을 브랜딩했어야했다. 그런데 여자친구에게 많은 비중을 부여하다보니 이게 로맨스물인지 첩보물인지 헷갈리는 지경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영화랄까.


캐릭터

이 영화를 보고 제이슨 본이 왜 간지가 났는 지, 그리고 멧 데이먼이란 배우가 얼마나 명배우인지를 이해하게 됐다. 제이슨 본은 일단 말이 별로 없다. 불필요한 말은 일절하지 않고 행동이 필요한 순간일 땐 혓바닥을 놀리기보다는 바로 몸을 움직인다. 그런데 이 영화의 잭 라이언은 말이 너무 많다. 물론 뛰어다니면서 액션도 하고 오토바이도 몰고 차도 몰고 다 하긴 하지만, 제이슨본의 그 기계미랄까, 그런건 없다. 기계미가 아닌 다른 미학이 있는 가하면 딱히 그런 것도 없다. 정말 이도저도 아닌 매력 없는 주인공이다.


그리고 제이슨 본은 조직에 의존하지도 않고 인터넷에 널려있는 흔한 정보들만으로 적을 추적해내는 실력을 보이는데, 잭 라이언은 최첨단 장비들로 무장한 팀에 의존한다. 제이슨 본에 익숙해지는 관객들에게 '잭 라이언'이라는 상품을 팔라면 더 나은 무엇을 가져왔어야했다. 그런데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직관을 가진 요원이라니 이건 팔려고 내놓은 상품인지 의문이다.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는 적어도 이 영화에선 딱히 매력이 없다. 007 형님처럼 수트빨이라도 좋으면 모를까. 나름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제목에 처음으로 박아놓은 영화인데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살리는 데 실패한 영화다. 후속작이 예정이 잡히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 않다.


여성 캐릭터


캐시 라이언의 소위 적극적인 여성상은 영화를 되려 망쳤다. 흔히 이런 류의 영화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미미하기에 나름의 시도를 한 것 같은데, 개연성이 너무 부족했다. 군사 훈련이나 첩보 훈련을 받지도 않은 의대생이 남친이 CIA라는 데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갑자기 그런 여성을 CIA 작전에 합류시키는 CIA베테랑의 결정이나, 위험한 작전에 넣는다는데 거절 한번 안하는 것이나, 훈련받은 정보원들도 발견하지 못하는 힌트를 발견하는 장면들은 암만 양념을 쳐봐야 말이 안된다. 영화 초반에 어떤 씨앗을 심어놨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고. 좋은 거라고 막 넣으면 안된다. 다 쓰까먹으면 오히려 재료를 망치는 법이다.


이런 식의 시도가 있었던 영화들이 있다. <본 레거시>라고.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레이첼 와이즈는 일반적인 여성 캐릭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는 그가 출연했던 <미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그저 박사일 뿐이지만, 겁도 없고, 사건 해결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전에 없던 캐릭터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해당 캐릭터는 매력있었다. 많은 남정네들이 이 영화를 보고 레이첼 와이즈에게 홀딱 넘어갔다. <콘스탄틴>에서도 꽤나 적극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남자들은 맨날 이런 식으로 기다리라고만 하지"하는 대사는 리얼 뜬금포긴했지만 영화를 그다지 헤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레이첼 와이즈가 <본 레거시>에 출연했을 때, 영화는 그가 아니어도 전체적으로 망이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둔 건 레이첼 와이즈의 뭔가를 해보려는 여성이었다. 온갖 빡센 훈련을 받고, 약물도 겁나 빨았을 것으로 포장이 된 요원은 레이첼 와이즈의 발차기 한 방에 처리된다. 이건 아니다. 너무 나갔다. 짬밥 가장 많이 먹은 레이첼 와이즈의 입김이 시나리오에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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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미션임파서블>시리즈에서처럼 여성 첩보원을 넣는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게 더 나은 옵션 같다. 민간인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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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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