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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ug 16. 2017

디지털 미니몰리즘을 실천하는 방법

디지털 디톡스와도 통한다.

digitaldetox.org
내 삶은 디지털 꽉 채워져 있다- 읽기, 보기

내 삶은 디지털로 도배되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디지털 장비인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깨워서 전자 신문을 읽는다. 구글은 내가 자주 클릭했던 뉴스들을 기반으로 내 취향을 파악해서 내가 읽을만한 뉴스들을 추천해준다. 비단 뉴스만 추천해주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또, 개9라는 어플은 요즘 커뮤니티에서 흥하고 있는 게시물을 취합해서 하나의 게시물로 보여준다. 게시물이 아카이빙할만한 가치가 있다 판단되면 에버노트에 공유한다. 그러면 그러면 해당 게시물의 링크와 내용물이 에버노트에 저장된다. 에버노트에 저장된 아티클은 아이폰, 아이패드, 집에 있는 PC나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맥북프로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저장할만한 가치는 없지만 현재 관리하고 있는 헬조선 늬우스에 올릴만한 것이 있다 싶으면 기사 링크를 복사하거나 사진을 저장하거나 캡쳐한 뒤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를 통해 페이지에 업로드한다.


아이패드를 산 김에 리디북스를 다운 받아 할인하고 있는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구매해서 읽어봤다. 생각보다 너무 쾌적했다. 앞으로도 책을 구매할 때는 종이책을 사기보다는 e-book을 구매하게 될 것 같다. 가격도 싸고, 태블릿만 곁에 두고 있다면 언제든지 읽을 수 있고, 부피를 차지 않아 방을 지저분하게 하지 않는다. 워낙 글들을 액정 화면으로 많이 읽다보니 이제는 종이보다 액정이 편하고, 딱히 종이를 넘기면 읽는 것에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종이를 넘기는 에너지를 소비하기가 싫어졌다. 한 손가락으로 '톡'하고 가볍게 액정을 치면 페이지가 넘어가지는데 왜 두 손가락과 손목을 써가며 종이를 넘겨야 하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다.


디지털로 텍스트만 향유하는 건 아니다. 동영상 관람도 적지 않다. Youtube, TED, Netflix에 업로드되는 동영상들을 잠깐 볼라치면 한 두 시간은 훅하고 사라진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동영상들을 다 보는 것도 아니고, 관심있는 동영상들을 볼 뿐인데도, 어느 순간 이상한 곳에 와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



미로에 빠지는 상황은 비단 유튜브를 접할 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디지털 뉴스를 읽으려고 클릭해 들어가도 같은 상황은 벌어진다. 당신이 '트럼프' 관련 기사를 읽으려고 특정 웹사이트에 접근했다하더라도 어느 순간 정신차려보면 '나인뮤지스의 반전 뒤태'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인뮤지스가 나쁜 건 아니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 나는 나인뮤지스를 애초에 보려고 했었나?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자로서 경계해야하는 건 콘텐츠를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있느냐다. '트럼프'를 보려던 자가 '나인뮤지스'를 보게되었다면, 거기엔 타력이 개입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 것까지 어쩌다보니 소비하게 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날리고, 돈을 쓰기도 하고. 


디지털 의존의 부작용

디지털은 확실히 아날로그보다 빠르고 편하다. 그런데 너무 빠르고 편하다보니 소비자는 속도에 압도된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들여서 기사를 읽을 수 있다보니 더욱 많은 기사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정보로 머리를 채우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하나를 볼라치면 자동으로 갑자기 다른 동영상이 재생되는데, 구글이 마술을 부려 자동재생하는 그 동영상을 소비자는 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렇게 또 몇시간을 빼앗긴다. 동영상만 그런 마술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허핑턴포스트는 특정 기사를 선택하면 '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마련했어'라며 기사들을 보여주는데 "이 남자가 이 자세로 20분을 버텨서 건진 사진 한 장"을 보지 않을 자제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나?


결국 디지털이 제안하는 온갖 것을 소비하고 나면 기력이 소진되고, 시간은 휘발되고, 인간관계도 소원해진다. 그런데 과연 그 콘텐츠들을 정말 소비했어야만했나? 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알아야할 사실(fact)나 알아야할 뉴스나 꼭 봐야할 동영상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이 제안하는 콘텐츠들을 일일이 소비하다보면 중심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얄팍한 지식만 늘어가고, 자기 주장을 잃게 된다. 잠도 줄고.


미니몰리즘에 대한 이해

미니몰리즘은 '그 물건을 소비한다면 당신은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메세지에 반기를 들며 나타났다. 그렇기에 미니몰리즘은 과한 소비와 소유에 대해 '정말 그럴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위의 포스터는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어있는 '미니몰리즘'이라는 다큐멘터리인데, 이 다큐에서 두 청년은 미국에서 미니몰리즘을 전파하고 다닌다. 강연을 듣던 사람이 이 둘에게 묻는다. "난 정말 책을 좋아하는데 책을 소유하면 안되나요?" 이 때 미니몰리스트가 답한다.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은 가져도 된다고. 미니몰리즘은 소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광고하는 물건을 무조건 구매하기보다는 정말 '나'가 원하는 것을 소비하고 소유하자는 움직임에 가깝다.


디지털 미니몰리즘 실천방법

디지털 미니몰리즘(=디지털 디톡스)을 하기 위해선 마인드셋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행동을 제약하는 원칙들을 세우고 스스로를 통제해야한다. 각종 웹사이트들의 광고와 알고리즘은 당신에게 '이걸 소비하라'고 끊임없이 유혹할테니 그 타력에 이끌리지 않도록 중심을 다잡아야한다. 아래는 내가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서 정해놓은 몇가지 규칙인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 참고만 하시라. 중요한 것은 스스로 룰을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아니면 당신은 디지털 콘텐츠가 명령하는 대로 이끌릴 수 밖에.


볼 것만 볼 것이다! 라는 마인드셋으로 무장

허핑턴포스트의 "이 남자가 이 자세로 20분을 버텨서 건진 사진 한 장"이라는 낚시 아닌 낚시 기사에 낚이지 않으려면 웹을 서핑할 때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소비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마련해야한다. 헬조선 늬우스의 콘텐츠는 무조건 보겠다던가, 연예인 기사는 읽지 않겠다던가, 디스패치의 기사는 믿고 패스하겠다던가 하는 식의 룰을 하나 둘 머리에 입력하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길을 헤매지 않을 수 있다. 유튜브가 추천해준다고, 넷플릭스가 추천해준다고 우리가 그걸 봐야되는 건 아니다. 봇의 추천을 무시하는 힘을 길러야하는 시대다.


구독은 최소한으로.

구독을 많이하면 할수록 소화해야하는 콘텐츠가 늘어난다. 구독이라는 행위에는 '당신의 콘텐츠를 가능한한 모두 섭렵하겠습니다'라는 의미가 내재되어있는데, 많이 구독할 수록 소비할 콘텐츠가 늘어난다. 그러므로 구독은 정말 소비하고 싶은 대상의 것만으로 한정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무분별하게 구독을 늘려나가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 길을 잃게된다.


구독을 하지 않고-그러니까 상대가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그걸 보기보다는 정말 그것을 보고 싶을 때 검색을 해서 해당 콘텐츠를 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것은 차라리 주체적인 소비에 가깝다. 그런데 구독을 하게되면 정말 보고 싶지 않을 때라도, 그리고 그것을 당장 볼 필요가 없더라고 그것을 보게 된다.


필자는 지금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에서 최소한의 팔로우만을 하고 있고, 지금도 줄여나가고 있다. 구독을 늘리면 잡(?)콘텐츠들이 내 신경을 거슬리는데 그렇게되면 정작 중요한 콘텐츠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림을 최소한으로.

알림은 필연적으로 집중을 끊어지게 만든다. 어느 일에 몰두하고 있더라도 알림이 오면 집중이 끊어지고 이는 딥워크를 해체시킨다. 딥워크가 끊어진 상태에서 다시 딥워크에 들어가려면 또 시간이 걸리기에 알림은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모두 해제하는 게 업무 효율성을 위해 좋다. 인스타그램의 사진에 누가 '좋아요'하거나 댓글을 달았을 때 그 사실을 우리가 당장 알아야할 필요는 1도 없다. 페북의 댓글, 유튜뷰의 알림도 마찬가지다. 나의 경우, 캘린더와 전화, SMS문자, 카톡과 텔레그램 정도에만 알림을 해놓았다. 그나마도 휴대폰은 평소에 비행기 모드를 해놓는다. 어차피 연락 오는 사람도 없지만 여튼


많은 사람들의 신경을 앗아가는 것 중 하나가 이메일 알림일 것이다. 확인을 안하자니 불안하고 오는 족족 확인하자니 집중이 계속 깨지니까. 이메일 같은 경우, 특정 이메일을 가진 사람(들)이 이메일을 보낼 때만 알림이 오게끔 중요도에 따라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시간을 정해야.

콘텐츠에 할애하는 시간을 정해야한다. 몇 시간이나 콘텐츠를 소비할 것인지, 언제 콘텐츠를 소비할 것인지 등의 룰을 정해놓아야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콘텐츠를 소비하려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삶을 잡아먹어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하루에 2시간만 쓴다던가, 3시간만 쓴다던가, 이걸로 부족하면 6시간을 쓴다던가하는 식으로 명확한 기준을 정해놓으면 행동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메일 같은 경우도 알림을 해제했다면 몇 시에 이메일을 확인할 것인지를 정하는 게 좋다. 아침 9시에 한 번 확인하고 오후 6시에 한 번 확인하는 식으로 시간을 정해두면 그 외의 시간에 괜히 이메일을 확인해서 집중력을 깨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캘린더에 이메일 확인할 시간을 지정해두고 그 시간이 됐을 때 알림이 오게하면 이메일에 신경을 끄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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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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