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망한 캐릭터들
원작 <데스노트>를 살린 건, 데스노트가 아니다. 물론 데스노트라는, 종이에 이름만 적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신박한 컨셉도 재미있는 무엇이긴했지만, 그건 소재일 뿐이다. 원작 <데스노트>를 살린 건 데스노트를 손에 쥔 명석한 라이토와 L간의 두뇌 싸움이다. 라이토는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사람들과 L을 엿맥였고, L도 독자들이 생가지 못한 방향으로, 그러나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데스노트는 엉뚱한 놈에게 주어진다. 라이토가 아닌 라이트라는 이 백인은 사신을 보고도 조금의 미동도 없던 일본인 라이토와 달리 사신을 보자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겁을 집어먹고, 공부를 잘하긴 하지만 머리가 딱히 좋은 거 같지도 않고 배짱도 없다. 원작의 라이토에겐 배짱이 있었고, 누가 뭐라해도 밀고나가는 줏대라는 게 있었다. 그런데 이 백인 라이트는 팔랑귀다. 옆에 있는 여친 미아 서튼에 손쉽게 휘둘린다. 이런 식이니까 주인공은 매력이 1도 없다. 그리고 왜 주인공으로 선택되었는 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가 주인공인 이유는 그저 그가 데스노트를 주웠기 때문이다.
감독은 영화에서 신이다. 데스노트를 떨어뜨릴 위치를 정할 수도 있고, 어떤 놈 앞에 떨어뜨릴 지 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아담 윙가드는 팔랑귀에다가 딱히 매력도 없고 겁도 많은 멍청이에게 이 데스노트를 전해줬다. 더 최악인 건 무능력한 감독 새x가 장쯔이가 출연하는 <고질라 vs 킹콩>의 감독이라는 거다. <데스노트>만 망치는 걸론 부족했냐!
주인공이 매력이 없으면 다른 인물들이라도 매력이 있어야하지만 그런 건 불가능하다. 주인공과 빌런은 짝이기에 한쪽이 어떤 성향을 가지는 지에 따라서 상대도 일정정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쪽이 병맛 테크를 타면 다른 한쪽도 같은 길을 걷게된다. 이 영화에서 라이트와 L이 딱 그런 경우다. 원작 <데스노트>에서 라이토와 L은 감정 따위는 배제하고 이성에만 의지해서 어떤 행위를 했다. 그런데 넷플릭스 <데스노트>의 라이트와 L은 완전 감정적이다. 라이트는 예측안되는 또라이 여친의 감정 따위에 베팅을 하는 비합리적인 로맨티스트고, L은 라이트-키라에 대한 분노에 가득차서 직접 권총을 들고 키라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댄다.
감정적인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리고 사실 원작을 충실히 따를 필요도 없다. 원작을 충실히 따를 거면 뭣하러 리메이크라는 피곤한 작업을 거치나? 리메이크에는 리메이크의 맛에 있어야하고, 원작과는 다른 맛을 보여줘야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보여주는 그 리메이크의 맛이 상당히 구리다. 예상치 못한 못생긴 맛이다.
자리 잡히지 않은 캐릭터의 선과 악
<데스노트>,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포주의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데스노트>라는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대부분 영화에서 선과 악이라는 개념은 중요하지만 <데스노트>에 있어선 더 중요하다. 데스노트를 집은 원작의 라이토는 키라-Killer라는 이름을 통해 범죄자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린다. 그리고 지딴엔 대단한 영웅이 된 양 자뻑에 취한다. 하지만 그는 범죄자이기에 인터폴의 추적을 받게되고 결국 범죄자답게 처참하게 사망한다. 자경단답게 사망하게 되는 거다. 배트맨이 경찰들과 협력하기 전에 꽁지 빠지게 도망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배트맨은 어떤 면에선 선을 행하지만, 동시에 폭력을 통해 범죄를 해소하는 자경단이기에 당당할 수 없고, 당당하지 않을 때 가장 배트맨답다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의 동상이 세워지는 장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작 <데스노트>에서 선을 표방하던 것은 L이다. (너무 빤한 연출이긴했지만) L은 흰 옷을 입고 있고 흰 공간에서 키라를 추적한다. 그런데 넷플릭스 <데스노트>에서 L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키라를 잡으려한다는 점에선 선을 상징하는 듯 하지만, 분노에 취해서 총 들고 키라를 나설 때 그는 그냥 미친놈이자 악이고, 자신만의 원칙을 깨며 스스로 자경단이 되는 위선자다.
그렇다고 주인공 라이트가 선인 것도 아니고 완전히 악인 것도 아니다. 주인공은 여친이랑 책임을 공동분담하면서 일정 정도 살인에 대한 책임을 덜어냈다. 거기다가 감독이 죽이는 건 라이트가 아니고 여친이다. 원작 <데스노트>에선 죄의 책임을 라이토가 혼자 떠안았는데, 넷플릭스 <데스노트>에선 팔랑귀 주인공은 멀쩡히 살아남고 그에게 '범죄자들을 죽이자'라고 했던 여친이 죽게 된다. 감독이 여친에게 처벌을 내린 거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주인공 새끼는 애초에 왜 필요했는 지 의문이 들게된다. 이럴 거면 그냥 라이트를 빼고 그 여친이 데스노트를 운동장에서 줍게 해도 되잖아? 주인공들인 라이트와 L의 설정이 이도저도 아니게 되니까 영화의 메세지도 이도저도 아니게 되고, 주인공도 아닌 조연이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되었고, 이 영화를 본 나도 내상을 입었다.
깜이 안되는 감독
사실, 캐릭터들의 주관이 분명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다. 걔들이 뭔 죄겠냐.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주관이 약한거지. 선과 악에 대해 별로 생각도 안해본 사람이,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도 구축하지 못한 상태로 선과 악에 관한 영화를 풀어내려니까 잘 될리가 없다. 그러니까 쓰잘데기 없이 고어 요소나 영화에 처발처발한 것 아니겠나. 한심한 감독의 한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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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송도 최악이고, 크레딧 디자인도 최악이다. 사람 죽어나가는 영화 크레딧에 배우들 실실 쪼개면서 연기하고 있는 메이킹 필름을 끼얹어? 영화가 장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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