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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10. 2017

ASMR로 불면증 치료하고 멘탈 관리하기


처음엔 ASMR을 피했다.

지금은 애용하는 콘텐츠지만 한 때는 ASMR이란 게 도통 납득이 안가서 안봤다. 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연기를 하는데 그걸 못봐주겠더라. 그들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상황 자체에 몰입을 하지 못했다. 손 마사지를 해준다는 데 거기에 내가 싱크가 되려면 내가 그를 선생으로 보고, 스스로를 샵에 찾아간 사람으로 생각해야하는데, 그게 안됐다. 인위적인 느낌도 들었다. ASMR의 소리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인위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오로지 ASMR을 위한 소리를 만들었다. 나는 인위적으로 내는 소리가 웃기다 생각했고 그래서 아래같은 영상을 찾아봤다.



Peacuful Cuisine이라는 일본 유튜버의 영상이다. 유튜버는 버블티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를 일일이 촬영하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소리를 디테일하게 따냈다. 이 영상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ASMR 유튜버들의 사운드처럼 품질 좋은 마이크에 의해 증폭되어 녹음됐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소리가 어떤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점에선 다르다. 즉, 마이크에다 대고 실제 벌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양 연기를 하며 소리를 발생시키지 않고, 버블티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리를 쓴다. 보는 입장에선 스스로를 샵에 방문한 1인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유튜버를 마사지사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도 비슷한 작업을 하는 유튜버들이 있다. 꿀키와 한세 등. 나는 꿀키를 선호한다. 꿀키는 요리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제목에 "ASMR"이란 단어를 넣지 않는다. 꿀키가 귀를 간지럽히는 요리 사운드를 일부로 녹음해서 내보냈다하더라도, 그리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그런 식으로 녹음했다는 걸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하더라도, 제목에 "ASMR"를 넣지 않았기에 꿀키의 사운드는 ASMR을 위한 것이 아닌, 요리를 하면서 나오는 자연발생적인 사운드로 더 들리게 된다. 인위성이 배제된달까? 위는 꿀키의 영상이다.


그런데 한세는 제목에 "ASMR"을 자주 넣는다. 제목에 "ASMR"을 박아넣는 순간, 나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ASMR"을 하기 위해 각종 재료를 써는 한세를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꿀키를 선호한다. 꿀키의 영상을 볼 때 내가 상상하는 건 요리를 더 맛있고 이쁘게 만들려고 요리에 영혼을 갈아넣는 요리사니까.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상상하자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고 졸려온다. 나만 그런건가.


ASMR에 입문(?)하기 시작

ASMR을 피하던 내가, 지금은 ASMR을 완전 즐겨 듣는다. 잘 때는 거의 항상 틀어놓고, 자지 않을 때도 가끔 틀어놓고 눈을 감는다. 사람들은 대중적으로 잘 통용되는 콘텐츠로 해당 분야를 입문하게 되고, 자기만의 취향을 찾으면 더 전위적이거나 매니악한 것을 찾아가게 된다. 테트리스로 게임에 입문을 해서 다크소울을 하게 된다던가, 샹들리에로 Sia에 입문해서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지지 않은 다른 곡에 더 푹 빠지게 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ASMR에 입문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ASMRSurge라는 유튜버의 영상이 추천됐고 썸네일이 이뻐서 별 생각없이 눌렀다. 그런데 왠걸, 넘나좋은것. 이 사람의 영상이 좋았던 건 1차적으론 영상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미장센은 뛰어났고, 영상에 불필요한 요소가 1도 없었다. 검은 배경에 소리를 내는 무언가만을 보여주고 그걸 통해 소리를 냈다. ASMR의 기본은 영상미라기보다는 소리인데, 당연하게도 소리도 좋았다. 영상을 이렇게 뽑아내는 촬영 장인이 소리를 아마추어처럼 뽑아낼리가 없잖나. 아래는 ASMRSurge의 ASMR이다.



ASMRSurge를 시작으로 ASMR에 점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의 콘텐츠도 찾아보고, 한국인들의 콘텐츠도 찾아보고 하다가 결과적으로 지금은 ASMRSurge를 포함해 4개 정도의 ASMR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그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ASMRSurge- https://www.youtube.com/user/ASMRSURGE

Pelagea ASM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lMeUt5nOTQ-yfjXzRKVKA/featured

ASMR kkyuu- https://www.youtube.com/channel/UCrqV3csNIL6v64Skm69cBog

ASMR Suna 꿀꿀선아- https://www.youtube.com/channel/UChYcJLnVxqgO3SkM6vKX9aw


남성 ASMR은 나랑 안맞았다. 내가 남성혐오자라 그런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도무지 브라더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긴 싫더라. 시도해보긴했으나, 얼마 안가서 다른 걸 틀었다. ASMRSurge같은 경우, 손을 보면 남성의 것이긴하지만 정작 남성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는다. 그저 사물이 내는 사운드만 들어가있다. 그가 조심조심하면서 소리를 낼 때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보자면 '어떻게든 좋은 소리를 뽑아내겠다'는 고요하지만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앞서 말했듯, 나는 뭔가 열심히 하는 사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졸려오는 사람인지라 이런 거에 약하다. 위에 그의 영상을 올렸으니 영상은 생략하겠다.



Pelagea ASMR은 러시아 여성분이 하시는 건데, 클릭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썸네일로 나를 유혹했기에 클릭해 들어가게 되었다(거기다가 제목으로 재워주겠다고도 하니까). 그의 ASMR은 영어로 이루어지거나 러시아어로 이루어져는데 둘 다 각자의 이유로 좋다. 영어는 알아들을 수 있으니 좋고, 러시아어는 알아들을 수 없어서 좋다. 영어로는 기분 좋은 말을 해줘서 좋고, 러시아어는 알아듣질 못하니 잠을 재워주는 마법 주문처럼 들려서 좋달까.



ASMR kkyuu나 ASMR Suna 꿀꿀선아의 ASMR을 좋아하는 이유는 Pelagea ASMR을 좋아하는 이유와는 조금 다르다. P는 목소리가 조곤조곤하고, 영상 컨셉 자체가 사람을 홀리는 식이라서 최면에 빠져들게 하는 느낌을 준다. 한편 뀨우나 꿀꿀선아의 ASMR은 소재를 통해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내서 좋아한다. ASMRSurge를 좋아하는 이유와 닮아있다. 


두 분 모두 목소리도 좋으시고, 또 좋은 소리를 내려고 신기한 소재들도 많이 준비하신다. 예민한 마이크에다가 조심조심 소리를 내는 게 사람을 또 졸리게 만든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란 인간은 열심히 뭐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졸려온다. 새로운 소품을 영상에 쓰기 위해 고민했을 걸 생각하니, 저 소품을 챙겨오고 영상 만드려고 기획했을 걸 생각하니, 마이크 앞에서 조심조심 소리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잠이 오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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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 12.9 2세대 스피커가 품질이 워낙 좋아서 ASMR을 듣기에 좋다. 자기 전에 ASMR을 재생시키고 아이패드를 바닥 눕혀버린다. 난 아직 구독하고 있진 않지만 Youtube Red를 구독하면 ASMR 라이프가 더 윤택해질 것이다. 액정을 꺼도 사운드가 끊어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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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태초의 ASMR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옆에서 수학 문제를 열심히 가르쳐주던 여자사람친구다. 나에게 수학 문제를 이해시켜주려고 나보다 더 열심히였던 아이를 보고 있자니 너무 편해져서 졸려왔다. 잘 지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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