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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13. 2017

[단독] 중앙일보가 기사에 '단독'을 붙이는 방법

#중앙일보 #너절리즘 #저널리즘


중앙일보의 조진형 기자가 2017년 9월 10일에 단독 기사를 냈다. 기사의 제목은 "[단독] 시인 최영미, 유명 호텔에 '룸 사용' 요청 논란"이었다. 멋있게 기사 제목에 "단독"을 달긴 했는데, 정작 기사 내용엔 단독 기사 무릇 담고있어야할 것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단독 기사라면 기자가 취재를 통해 확보한 독보적인 소스가 담겨있어야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이 기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건 최영미 시인이 공개 SNS인 페이스북에 전체 공개로 게시한 글이 전부다. 전체공개한, 누구나 볼 수 있는 걸 기사의 핵심 소스로 썼으면서 단독이라니?


중앙일보가 최영미 시인의 페북 글 만 보고 기사를 쓴 건 아니다. 취재를 하긴 했다. 최영미 시인의 이런 요구에 대해 호텔에 의견을 물었고 최영미 시인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아래를 보자.


A 호텔 측은 “최씨의 메일은 10일 오전 10시40분쯤 공용 메일로 접수됐다. 다만 룸을 무료로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디스카운트(할인)를 원한 것인지 메일상으로 명확치 않다. 평일인 내일(11일·월) 구체적인 대응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최근 세워진 A 호텔을 홍보하고 그 대신 룸을 제공받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호텔은 비용을 내고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쓴 곳이다. 난 룸을 제공받더라도 ‘무료’로 홍보해주는 것이 아닌가. 대중이 생각하는 ‘갑질’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도 자신이 무료로 머물렀던 호텔에서 유명 배우, 기자와 비공식 점심 모임을 갖곤 했다. 나 역시 평소 강연에서 ‘호텔에 살다 죽는 게 로망’이라고 수 차례 밝혔었다”고 덧붙였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 시인 최영미, 유명 호텔에 ‘룸 사용’ 요청 논란


그런데 중앙일보의 질문에 답하는 호텔의 답변이나 최영미 시인의 의견은 이 기사의 핵심이 아니기에 이를 두고 "단독"을 붙이는 건 부적절하다. 제목에서 보이듯 이 기사가 "단독"으로 건 것은 "시인 최영미가 유명 호텔에 '룸 사용'을 요청"한 것이지 그 요청에 대한 당사자들의 답변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 사안에 대한 최영미 시인이나 호텔의 답변을 다른 언론들이 다루지 않았기에 "단독"을 붙이는 것은 적절한가? 그것에 대해선 딱히 문제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이 기사를 쓴 조진형 기자가 같은 사안을 두고 쓴 후속 기사에는 "단독"을 뺏다는 것이다.




이 기사도 앞서 다룬 기사와 구성은 거의 같다. 최영미 시인의 페이스북 전체 공개 글을 핵심 소스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왜인지 이 기사에는 앞에는 자신있게 "단독"을 걸지 않았다. 앞 선 기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후속 보도로서 최영미 시인의 의견을 다룬 게 아닌가 싶은데, 여론에 따라 "단독"의 여부가 달라진다고 보면 되는건가? 




단독 기사를 읽을 때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그 기사만을 통해서 얻어내고자 한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이 기사는 놀랍게도 "단독"을 걸고, 그 뒤에 "논란"을 또 걸었다. "단독"을 걸었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자신있게 다룬다는 의미일텐데, 그 뒤에서 온 시민들이 다 알고있다는 듯이 "논란"을 걸었다. 이처럼 모순적인 제목의 기사는 정말 간만이다. 그래서 단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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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도 단독을 걸 것이다. 왜냐면 내가 이 주제로 처음 쓰는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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