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네티즌이 사과했다. 인터넷이 만들어지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SNS를 통해 모두가 하나의 방송국이 된 이래 반복되어온 일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 혹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마치 실제 일어난 양 인터넷에 늘어놓았고, 그 이야기들은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인터넷을 떠돌며 몸집을 불렸다. 몸집이 불려진 이야기들은 “이런 논란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다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 증폭기를 거쳐 더 넓은 세상에 퍼트려졌다.
기자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 지 안 벌어졌는 지와 무관하게, 설령 그 일이 일어났다하더라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하더라도 “이런 논란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엄밀히 말해 틀리지지 않은 주장을 했고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으니 기자는 중립을 지켰다면서 자위를 할 수도 있다.
기자가 그렇게 어떤 종류의 중립을 지키며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을 더욱 증폭시킬 때, ‘기자가 썼으니 사실일거야’라고 믿는 다소 순수한 사람들에 의해 소문은 하나의 진실로 진화한다. 그 순수한 사람들은 기자가 마지막에 폭발하는 전투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설치해둔 사출 좌석인 “이런 논란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라는 문장엔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고 이미 진실이 되어버린 소문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소문을 진실로 만들어낸 기자는 사라지고, 논란을 만들어낸 주모자가 부상한다.
대부분 네티즌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휘발되는 속성을 지니지만, 기자가 생명을 부여해준 이야기는 질긴 생명력을 가진다. 그리고 관심의 대상이 된 그 이야기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네티즌들이 가세하고, 결국 가볍게 글을 끄적인 네티즌은 갑자기 이야기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1인이 된다. 그렇게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네티즌이 사과했다. 제대로 앞뒤 사정도 모르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끄적였다는 이유로. 네티즌이 사과할 때 기자는 또 기사를 하나 쓴다.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네티즌이 사과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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