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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02. 2017

MBN은 배우 김주혁의 사망 전에 사망 뉴스를 보도했다


2017년 10월 30일 16시 27분 배우 고 김주혁(45)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교통사고가 난 장소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의 한 아파트 정문이었다. 그의 차량은 다른 차량과 충돌한 뒤 인근 아파트 중문 벽을 들이받고 계단 아래로 추락했고 그 과정에서 차량에 화재가 나고 전복되었다. 이후 그는 차량에서 구조되어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건국대병원이 밝힌 사망 시각은 18:30분이다. 오후 6시 30분. 


이제 MBN의 기사를 보자.

MBN의 김주혁 사망 기사

이 기사는 김주혁이 사망한 10월 30일에 이현재 기자가 썼다. 그런데 기사를 입력한 시간은 18:03으로 되어있다. 이 시간은 의료진이 김주혁에게 사망 선고를 하기 전이다. MBN의 기사를 시작으로 타 뉴스들도 MBN의 기사를 우라까이하기 시작했다. 사망 선고 전에 사망 보도를 한 언론사는 MBN 외에도 하나 더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의 기사를 보자.

연합뉴스의 김주혁 사망 뉴스(현혜란 기자)는 김주혁의 공식 사망 시간인 18:30보다 13분 빠른 18시 17분에 작성되었다. MBN의 단독 아닌 단독을 우라까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사일 수도 있을 것이고, MBN의 단독 아닌 단독을 만들게 해준 어떤 소스가 타언론사의 기자들에게도 퍼져서 이런 기사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어쨋거나 두 언론사의 기사는 단독(?)을 위해서 혹은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서 아직 죽음이 결정나지 않은 사람의 죽음을 멋대로 결정내렸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만약"을 들면서 이들의 보도행태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김주혁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면"이라는 가정을 들면서 이런 보도를 비판한다면 "결과적으로 기사가 틀리진 않았으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란 반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반박은 자연스럽지도 타당하지도 합리적이지 않고 저널리즘의 근처에 가있지도 않다. 즉, 결과적으로 그들의 보도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니까. 뉴스 소비자들이 기자들에게 기대하는 건 저널리즘이지 신내림 받은 예언이 아니다. 김주하가 일회용컵 사용하지말라는 건 가르쳐주면서 이런 건 안가르쳐주나?


이 기사에서 중요한 팩트는 "김주혁의 사망"이다. 사람의 생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기자는 전문가가 아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생명에 관한한 기자나 경찰 싸대기 수십번 때릴 119도 사망을 선고할 자격은 없다. 국내법은 사람의 생명에 대해 전문적 식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사망을 선고할 자격을 주었다. 법을 따진다면 김주혁의 사망 여부를 가장 먼저 판단해 알릴 수 있는 자격이 사람은 건국대병원의 의료전문가 및 김주혁을 소생하기 위해 투입된 의사들이지, 왠 기자나부랭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참고로 필자는 법이 만능이라 생각하지 않고 인류의 최고선이라 믿지도 않는다. 또한, 대다수의 언론이 그 유명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르지 않듯(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이영학이 있다), 사망 선고에 있어서도 법에 완전히 속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MBN과 연합 기자의 행태가 역겨운 이유는 저들이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법을 초월해 의료진 행세를 해서가 아니다. 


전문가들의 사망선고가 있기 전까지 그는 죽지 않은 상태다. 소생하려는 자들은 어떻게든 그를 살리려 노력할 것이다.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살리려는 시도했을 것이다. 그래야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거짓 없이 유가족들에게 할 수 있을테니까. 소생 조치가 이루어지는 와중에 그를 사랑하는 자들은 거기에 온 희망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왠 기자는 아직 사망 선고가 내려지지 않은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1분이라도 더 빨리써서 "단독"을 달아야겠다는 더러운 욕망을 품는다. 쪽팔린 줄은 아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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