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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19. 2017

부산행 감독이 만든 자칭 순정남의 창녀 만들기 프로젝트

*필자는 본래 "여성 혐오", "여혐"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혐오"란 단어가 "여성 혐오"란 단어가 묘사하려는 사회의 문제를 정확하게 묘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단어는 여러 맥락에서 자주 쓰이며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도 같기에 이 글을 포함해 차후의 글에서 굳이 해당 단어를 피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전형적인 여성 혐오 콘텐츠

한국 애니 <졸업반>은 전형적인 여성 혐오 콘텐츠다. 이전에 <뷰티풀 군바리>를 다뤘을 때도 나는 비슷한 표현을 썼었는데, 이 콘텐츠(작품이란 단어는 이 영상 찌끄레기에 과한 단어다)도 여성 혐오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지 보이기에 효과적인 콘텐츠다. 그런데 <졸업반>은 콘텐츠로서 <뷰티풀 군바리>보다도 못하다. 콘텐츠는 그것이 대중에게 팔릴 때 가치를 보인다. 그런데 <뷰군>은 인기라도 많은데 <졸업반>은 이렇다할 흥행 성적도 없다. 에로 영화처럼 IPTV를 통해 수익을 땡기려는 걸 수도 있긴하다. 


<졸업반>은  <돼지의 왕>, <사이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대표로 있는 스튜디오 다다쇼에서 만들어졌다. 연상호 감독은 <졸업반>의 제작과 각본을 맡았다. <사이비>에서 보수적인 기독교를 풍자했던 나름 진보적인 행보를 보였던 연상호 감독에 의해 여성 차별적 요소가 난무하는 <졸업반>이 만들어졌다는 게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진보의 모습을 보이면서 마초적인 경향을 보이는 활동가들도 적지 않으니까. 어줍잖게 되도않는 사회 비판할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부산행>처럼 영혼 없이 뛰댕기는 미지의 생물(?)이 나오는 작품만 하시는 건 어떨까. 


영화를 완성하는 건 제작자도 아니고 각본가도 아니다. 영화의 전반을 관리하는 건 감독이며, <졸업반>의 감독은 홍덕표다. 이전에도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었으니 <졸업반>을 만들 때 감독인 홍덕표와 제작자이자 영화 연출자인 연상호의 권한 경계가 애매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여튼 감독은 홍덕표로 되어있다. 홍덕표는 <발광하는 현대사>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도 섹스가 주요 소재다. 필자는 아직 <졸업반>으로 인한 내상이 아직 완치되지 않았기에 넷플릭스에서 바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고 있다. 마음의 준비 없이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섬세한 남자라.


그 남자가 상처를 받는 이유

주인공은 정우라는 이름의 남성이다. 정우는 학과 내에서 학내에서 가장 이쁘다고 여겨지는 주희라는 여자를 짝사랑한다. 정우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다 우연히 주희가 유학 비용을 위해 업소에서 일을 하는 텐프로라는 걸 알게되고 이로 인해 큰 상처를 받는다. 이 때 정우는 처음으로 상처를 받는다. 이후, 정우의 친구 동화는 술자리에 친구들을 불러모은다. 그가 말하길, 업소에 갔다가 주희를 발견하게 했다는 것. 소문을 내지 않을테니 한번만 대달라고 요구를 했고, 퀸카와 섹스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다. 이 때 정우는 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동화는 소문을 퍼뜨렸고 주희는 학교에서 퇴학될 위기에 처한다. 이에 주희는 정우에게 고민상담을 하고, 우리의 순정남 정우는 주희를 도울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그러다가 동화에게 이상한 말을 듣는다. 주희가 자신에게 갑자기 들이대면서 키스를 했다는 이야기. 거기에 또 충격받은 정우. 정우는 친구 동화와 주희가 격하게 섹스를 나누는 걸 상상하면서 또 괴로워한다. 


정우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성이 룸에서 일한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여기서부터 걸린다. 그저 청순하고 이쁜 여학우였던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룸에서 뛰는 '업소녀'라 상처를 받는 거잖나. 어이쿠 나랑은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네 난 이제 널 좋아하지 않으리다! 하고 끝나면 모두가 해피한데 주인공 남자는 워낙 오지랖이 넓어서 지가 업소 다니는 애보다 더 힘들어한다. '성녀'였던 줄 알았던 상대가 알고보니 '창녀'였다는 것에서 충격을 받는 이 남성 캐릭터는 별로 특이한 캐릭터가 아니다. 



윤제균의 <두사부일체>에도 비슷한 스토리가 나온다. 고등학생으로 위장 중인 조폭 남자 주인공은 조폭답게(?) 룸을 가는데 거기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는 범생이를 업소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남자 주인공은 업소에서 일하는 범생이 여학생을 보고 <졸업반>의 그놈만큼은 아니지만 충격을 받는다. 


이런 게 빻은 인간들 뇌에선 되게 그럴듯한 소재로 여겨지나보다. "퀸카로 여겨지는 여성이 알고보니 업소에 다닌다더라"라는 스토리. 남성 감독들 사이에서 이런 식의 영화들이 상당히 많은데, 지 딴엔 사랑했다 생각했던 여성에게 차인 사람들이 이런 식의 스토리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나를 찬 여자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을 창녀로 만드는 거지. 



업소에 보내진 않지만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 캐릭터를 찼을 때 일종의 처벌을 내리는 영화들은 상당히 많다. <쎄시봉>에서 한효주가 연기한 여성 캐릭터는 한효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정우를 택하기보다는 잘나가는 영화 감독을 선택하는데, 훗날 김희애가 된 한효주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마치 주인공을 선택했다면 그런 엉망진창인 삶이 벌어지지 않을 것처럼. 그리고 영화 막판에 김희애가 된 한효주는 정우가 젊었을 적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걸 알고 겁나 슬프게 운다. 아아 남자만 잘 골랐어도 김희애가 행복했을텐데! <건축학개론>도 플롯은 비슷하다. 짝사랑(?) 대상이었던 수지가 한가인이 되었을 때 한가인의 삶은 엉망진창이었다. 어째 한국 영화에서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의 현재는 이토록 엉망진창인가? 자칭 순정남인 감독을 차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널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나뿐이었는데!


등장하는 여성들의 면모: 정상이 없다.

이 영화, 아니, 이 영상 찌끄레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다음과 같다. 범생이에서 창녀가 되는 여성, 남성 의존적이고 술에 쉽게 취하는 멍청이 여성, 업소 여성, 소문만 가지고 소문을 믿어버리고 뒷담화하는 여성들. 어디서 한번 보기도 힘든 여성들이 이 영상 찌끄레기에서 100%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스토리도 빈곤하기 짝이었는데 캐릭터도 엉성하긴 마찬가지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캐릭터는 주희다. 유학비 때문에 업소 다닐 정도면 인생 쓴 맛 다본 인간일 것이고 마음 편히 대학 다닌 애들 싸다구 때릴 정도로 생존력이 뛰어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업소 다닌다는 소문이 대학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으니 제적처리한다는 말도 안되는 뻥구라에 속을 썩인다고? 굳이 그런 상식을 모르더라도 학교에 한번 전화해서 문의해보면 간단히 알아볼 수도 있는 건인데 얼마 본 적도 없는 남자놈한테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남자놈이 "제적처리된데."라고해도 멀쩡한 대가리를 장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알아봐줘서 고마워"라고 말한 다음에 지가 직접 알아보는 게 정상이다. 또, 룸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을 주희라는 캐릭터가 교수와 함께 모텔에 있다고 질질 짜는 것도 모순적이긴 마찬가지다. 각본 누가 썼어 이거? 이름이 연상호라고? 공유랑 정유미가 나오는 영화도 만들었다고? 정말?


그 주인공 친구로 등장하는 동화에게 매달리는 코막힌 여자 캐릭터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별 매력도 없어보이는 남자애가 자기한테 썅욕을 퍼붓는데도 울면서 매달리는 꼴이라니? 이 애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다 이런 식으로 감정적이고, 이성 따위는 없는 멍청한 존재들이다. 뭐 남자들도 정상은 아니긴 하다만은.


섹스에 대한 묘사의 천박함

이 영상 찌끄레기에서 섹스는 분명 중요한 요소다. 이 섹스 때문에 주인공이 첫사랑의 그녀를 창녀로 만들어버리니까. 주인공은 주희가 창녀마냥 자기한텐 한 번 주지도 않으면서 친구와는 섹스를 했다는 것에 분노한다. 그런데 사실 그 섹스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친구놈이 대차게 주희에게 까이자 그녀를 창녀로 만드는 과정에서 주희랑 키스하고 섹스도 한 것인양 구라를 풀었을 것이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졸업반>의 후반부에 그런 배드신은 불필요하며,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어야한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주인공의 머릿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기에 따로 영상 처리를 했어야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건 연출 미스다.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그건 말이 안된다. 입 닫아달라면서 섹스를 요구한 놈이랑 그렇게 허리 움직이고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 섹스를 하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잖나? 무미건조하고 키스도 없는 섹스면 모를까. 연상호의 뇌에서도 그건 불가능할거라고.


또 하나, 굳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섹스를 묘사할 이유가 1도 없다. 키스도 마찬가지다. 주희와 친구놈이 키스를 하는 장면, 주희가 친구놈의 거시기를 쓰다듬는 장면, 초반부에서 코맹맹이와 친구놈이 섹스를 하는 장면도 모두 그렇게 야하게 그릴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 애니는 포스터에서 보이듯 애초에 에로물을 컨셉으로 잡았는 지 초반에 실제 섹스도 섹시하고 야하게 그려냈고, 실제 발생하지도 않았던 섹스도 야하고 섹시하게 그려냈다. 주인공이 상상하는 바가 충분히 짐작되기에 존나 큰 가위로 싹둑 잘라내어도 스토리에 조금의 지장도 주지 않는 장면이지만, IPTV에서 장사하려면 필요한 장면이거든. 섹스! 섹스! 섹스!


총평

유학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등장시켰다면 그의 고통을 다루고,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사회 구조를 비판했어야했다. 무릇 한국 종교를 풍자했던 <사이비>의 감독 연상호가 각본을 맡았다면 그런 걸 할거라 사람들이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사이비>의 감독 연상호는 그 여성의 고통을 다루기보다는, 그 여성의 알몸을 보여주고, 남성 위에서 적극적으로 허리 돌리를 모습을 보여주면서 딸딸이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애니에, 이 영상 찌끄레기에 무슨 좋은 평가가 가능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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