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를 나온 것까지 보고 샤워를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성 이슈를 다루는 영화는 존재하는데, 진정한 의미의 남성, 그러니까 젠더 측면에서 남성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것.
헐리우드나 충무로 판이 남성들의 판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여성들이 그 판에서 소수이고 약자라는 것을 부정할 수도 없다. 다만, 남성들이 주류로 등장하는 영화들에서 남성들은 '남성'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페미니즘 측면에서 이런 영화들을 깔 수 있는 이유는 '사람'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고 '피해자'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리얼>이나 <VIP>도 같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주류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줴다 남성이고 '피해자'들은 우연히도(?) 모두 여성이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 여성으로 등장하는 피해자들은 '사람들'로 등장하는 사람들을 자극시키기 위해 희생된다.
그런데 그런 영화들에서 '사람'으로 등장하는 그 남성들은 외피는 남성이긴 하나, 사회적인 남성으로서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남성을 외피로 하는 그 주인공들은 남성을 대표하기보다 인류나 사람, 사회인, 자연인을 대표한다.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게됐다. 젠더 측면에서 남성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것.
이유를 찾기는 쉽다.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이 등장하는 계기는 남성 지배적인 사회일 것이다. 예술가들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과 같은 편견을 깨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페미니즘 영화들이 등장한 이유는 영화를 망치로 삼아 얼음들을 깨려하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영화들에서 '사람'으로 등장하는 남성들은 페미니즘 영화에선 '남성'으로서 등장한다. 다만 대상화되어서)
젠더 측면에서 남성을 다루는 영화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깰 얼음이 존재하지 않거나 설사 존재한다하더라도 그리 문제 삼을 정도로 부피가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소재를 다루건 영화는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으니까. 다만, 영화 소재로 삼기에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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