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randdaughter loves it. It came just in time as her other one just happened to stop working. Now we still need a back up."
"제 손녀가 좋아합니다. 딱 맞는 순간에 왔어요, 그 아이의 다른 패드가 갑자기 고장났거든요. 여전히 여분이 필요하긴 합니다."
XBOX ONE Recon Tech 패드에 달린 한 리뷰다. 한 할머니가 손녀한테 엑박패드 사줬단 얘기를 아마존에 올렸다. 할머니가 이 신제품을 안다는 것이나, 그걸 아마존에서 구입했다는 것이나, 그걸 손녀한테 사줬다는 것이나, 리뷰를 또 직접 남기는 것이나 왜인지 신박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처음도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다. 후기의 제목은 이렇다. "As always, a good buy!"
할매 만세일 수도 있겠는데, 아마존 만세가 아닐까나. 아마존은 한국의 홈쇼핑들처럼 쇼핑을 하기 위해 설치해야될 프로그램들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윈도우만을 지원하거나 맥만을 지원하지도 않으니 어떤 OS를 써도 할머니도 얼마든지 아마존에서 손녀에게 엑박패드를 사줄 수 있다.
노인들은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쇼핑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들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그들은 맥이 아닌 윈도우를 써야한다(쉽다). 그리고 윈도우를 쓰되 윈도우가 제공하는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사용해야한다(이것도 쉽다). 윈도우가 새로운 인터넷 브라우저를 만들어서 제공했지만, 그래도 익스플로러가 좋다. 여기까지는 쉽다.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어차피 한쿡인들은 윈도우와 익스플로러와 네이버를 사랑하니까.
1. 회원가입 및 로그인
이제 노인들은 홈쇼핑 사이트에 들어간 뒤에 회원가입을 해야한다. 어.....그런데 할 수가 없다. 회원가입을 하려면 "회원가입"이라 적힌 글자를 찾아야하는데 글씨가 변비 걸린 플랑크톤이 간신히 싼 똥마냥 쪼만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로그인을 안한 사람이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어떻게 회원가입을 유도할까? 아래를 보자.
아마존에 처음 들어가면 이쪽을 보라는 듯이 흰 창이 뜬다. 그 안에 노란색 블록을 넣고 "Sign in"을 넣었다. 저 버튼을 누르면 첫 방문자는 회원가입을 할 수 있게된다. 이때 회원가입을 하면 자동 로그인이 되는데, 다시 로그인할 필요는 없다. 로그인이라는 귀찮은 절차를 반복하지 않게 사용자들을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파크의 경우, 노인들이 어찌어찌 모니터에 눈알 붙여가며 회원가입에 성공했다하더라도 로그인이 유지되지 않는다. 작은 글씨를 잘 못보는 노인은 멀찍이서 "로그인"과 "회원가입"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또 모니터에 눈알을 붙여가며 힘겹게 로그인을 해야한다.
인터파크에도 "로그인 상태 유지"라는 기능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건 뭐 하루 정도는 유지되나 모르겠다. 필자의 경우 매번 사이트 접속할 때마다 로그인을 하기 때문에 애초에 왜 저딴 허접스런 기능을 넣었는지도 의문이 든다. 인터파크는 로그인이 유지되면 회원 정보가 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을 것이고, 그러면 괜히 자신들에게 책임이 떠넘겨질거라 망상을 펼쳤을 것이고, 그래서 허접스러운 로그인 유지 기능을 넣었을 것이다.
2. 할인 받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인은 그저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했을 뿐이니까. 이제 물건을 하나 사서 구매를 해야한다. 구매에 성공하는 것은 난이도가 높다. 그런데 구매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게 있다. 웹사이트가 최대로 지원하는 할인을 다 얻어내는 것.
한국 인터넷 쇼핑사이트트들은 인터파크를 포함해 할인을 자동으로 제공해주지 않는다.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쿠폰을 받아야하고(1), 쿠폰을 적용해야한다(2). 당신이 할인 쿠폰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다하더라도 쿠폰을 받지 않거나 있는 걸 쓰지 않으면 쿠폰은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할인 쿠폰은 기간이 끝나고 무쓸모해진다. 당신의 통신사 마일리지처럼. 사진으로 함께 보자.
이 물건의 판매가는 57,800원이다.
할인적용가는 54,910원이라고 되어있다.
이 상태에서 "바로 구매"를 누르면 어떤 가격이 뜰까?
할인적용가가 뜨지 않고 57,800원이 뜬다.
할인적용가인 54,910원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꽤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한다.
"쿠폰 받기"를 클릭하면 아래의 화면이 뜬다.
여기에서 쿠폰을 받아야한다. 2,890원짜리 쿠폰을 받았으면 이제 다음 단계다.
다시 "바로구매"를 눌러준다.
이제 "쿠폰 할인"칸에서 "조회 및 적용"을 한 뒤 아까 받은 쿠폰을 적용하면 할인은 완료다.
조올라 불편하게 되어있다.
아마존의 경우도 리딤이란 게 있어서 리딤 코드라는 걸 입력하면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에 이미 할인이 포함되어 있어서 딱히 쿠폰을 일일이 받아서 그걸 또 적용해야하는 뻘짓을 하지 않아도 아마존이 제공하는 최대의 할인혜택을 누릴수 있다.
쿠폰이 ㅈ같은 이유는 그걸 사용할 줄 모르면 사용할 수가 없어서 남들보다 비싸게 구매해야하고, 사용할 줄 알아도 조온나게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건 판매자 입장에서나 걔네한테 수수료 떼어먹는 인터파크 입장에서는 쿠폰이 좋기도 할 것이다. 쿠폰 있는 거 모르고 그냥 구매한 사람들은 그만큼 물건을 비싸게 살테니까. 아, 이 글이 애초에 다루고자 했던 바로 돌아가보자면, 노인들은 이 쿠폰을 사용하기 겁나게 힘들 거다. 가격에 합쳐져 있으면 모를까.
3. 구매 및 결제
노인이 쿠폰을 받고 적용하는 것에까지 성공했다하더라도 아직 할 게 많이 남아 있다. 아마존은 카드 번호와 카드 뒷면에 적혀있는 3자리의 숫자만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첫 결제를 마무리하면 두번째 결제 때는 또 카드 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다. 원클릭 구매라는 것도 존재하는데 원클릭 구매 버튼 한번만 클릭하면 결제와 함께 지정된 주소로 배송이 시작된다.
인터파크는 아마존같은 쥐똥만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고 거창한 결제 방식을 채택했다. 그럼에도 노인이 인터파크에서 결제를 완료하기 위한 지름길이 있다. 일단 노인이 쓰는 은행에 들어가서 안내해주는대로 따라하여 어찌어찌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뒤 그것을 컴퓨터 어딘가에 저장한다. 그리고 인터파크에 들어가서 인터파크가 보안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 온갖 잡다한 프로그램들(=쓰레기)을 설치한다. 이 과정이 다 완료되면 결제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은 이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해볼 가능성이 높기에 이런 지름길을 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제를 할 때 온갖 이상한 프로그램들을 깔고, 드디어 결제를 해보려하는데 인터파크가 제공하는 보안 프로그램들(=쓰레기)은 공인인증서란 걸 요구한다. 노인은 "씨부럴것들아 그건 또 뭐야"라며 네이버에 공인인증서를 검색한 뒤 이케이케해서 공인인증서를 확보한다. 그리고 결제를 이케이케해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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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노인들이 회원가입 단계에서 포기할 거란 것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인터파크만 다뤘지만, 알라딘을 포함한 다른 웹사이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인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맥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 어차피 수도 얼마 안되니 무시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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