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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Dec 12. 2017

형편없는 국민은행 웹사이트


고팍스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데, 그 경험 자체가 너무 직관적이라 기분이 좋았다. 이 기분 좋은 경험을 극대화해준 건 다름아닌 국민은행.


국민은행에서 고팍스에 돈을 넣는데, 그 과정에서부터 짜증이 올라왔다. 일단, 국민은행은 '지정 PC'라는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최대 5대까지 지정할 수 있다. 지정 PC는 컴퓨터를 포맷하면 다시 지정해야한다. 즉, 포맷을 5번하면 6번째 때 PC를 등록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온라인 상에서는 지정한 PC를 삭제할 수도 없고, 은행을 직접 찾아가야한다.


난 꽤나 포맷을 자주 하는 편이기에 지정할 수 있는 PC의 수는 애초에 넘겼다. 이를 배려해(?) 국민은행이 PC를 지정하지 않아도 개인 인증을 할 수 있게 해주기는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굉장히 불편하게 되어있다.


난 어차피 PC를 지정할 수 없는 처지라서 'PC 지정 서비스' 대신에 다른 인증 수단을 쓴다고 설정을 해놨다. 그렇다면 국민은행은 당연히 내가 이체 절차를 밟을 때 그 대체된 인증수단을 내게 보여줘야한다.


그런데 국민은행은 이체할 금액(1)을 입력하고, 계좌를 입력하고(2), 은행을 선택하고(3), 내 통장에 입력할 문구(4), 상대 통장에 입력할 문구(5), 보안카드의 숫자를 입력(6, 7)하고 이체를 딱 시작하면 나에게 묻는다.


"지금 니 컴퓨터는 지정된 PC가 아닌데?"
"다른 걸로 할래?"

그러면 나는 다시 "ㅇㅇ"라고 답하고 

(1)~(7)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결과적으로 이체 한번 하려고 하면 굳이 이체가 안될 걸 알면서도 (1)~(7)을 거쳐야된다. "지금 니 컴퓨터는 지정된 PC가 아닌데?"라는 질문을 받기 위해서.


고팍스는 완전히 직관적이다. 로그인만 하고나면, 어떤 거래를 하건 추가적으로 인증을 할 필요가 없다. 보안카드를 요구하지도 않고, '지정된 PC'인지 아닌지도 묻지 않는다. 단, 로그인 과정에 몇가지 추가사항은 있다. 아이디와 비번을 친 뒤에 OTP를 입력해야한다. 그리고 로그인이 되면 매번 내게 SMS 메세지를 보낸다.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하고 사이트를 디자인한듯.


가상화폐 거래 자주하는 친구에게 묻자하니, 이쪽이 완전 레드오션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코피스보다 거래량이 많아서 그만큼 웹사이트들도 편리성을 위해서 영혼을 갈아넣는 듯 싶다. 반대로, 국민은행을 비롯한 한국의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는 경쟁이랄 게 없다. 영화판도 대기업들에 잠식된 마당에 은행이 경쟁하면 그것도 웃기긴 할 것 같다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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