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어떻게 범죄자를 만드는가.
아웃사이더들은 자신들의 공로 및 가치를 인사이더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인사이더들은 공로를 가로채며 자신들끼리 희희낙낙대기만하지 아웃사이더들을 껴주지 않았다.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은 그 안에 낄 수도 없었다. 그들이 안받아줘서인건지, 아웃사이더들이 그 그룹에 낄 용기를 갖지 못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아웃사이더들은 생각한다. "저들이 나를 껴주지 않았다"라고.
카진스키가 처음부터 그룹에 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한 때는 그도 사람을 믿었다. 하지만 믿음은 끊임없이 배신당했다. 가장 가까운 친구는 연애를 시작하자 카진스키를 버렸고, 대학 교수는 자신을 총애하는 듯 하더니 국가 안보를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 그가 애정으로 보살핀 동생 역시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모두가 단란한 가족을 가질 때 그는 그저 부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볼수 밖에 없었다. 아웃사이더인 그는 그것들을 가질 수 없으리라. 그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평범하게 살 수 없었고, 그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였다. 그가 괴물이 된 것 역시 사회 때문이었다. 사회-인사이더들은 그를 계속해서 물 먹였고,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사회 실험의 희생양으로 만들며 정신을 엉망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사회는 뭔가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므로 카진스키는 세상에 징벌을 내려야했다. 징벌이 이루어지면 사회는 비로소 카진스키를 인정할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껏 없었던 놀라운 사상을 보이는 철학자 카진스키를 비로소 떠받들 게 될 것이다.
그는 박스에 폭탄을 담아 인사이더들에게 보냈고, 그것을 열어본 자들은 목숨을 잃거나, 시야를 잃거나, 손가락을 잃었다. 그것은 처벌이었다. 이런 세상을 만든 것은 그들이니. 카진스키는 멈추지 않고 뉴욕 포스트에 선언문을 게시하며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철학자인지를 세상에 보인다.
또다른 아웃사이더 짐 피츠제럴드. FBI 요원인 그는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의 상사들은 그를 존중하지 않고, 그의 동료들 역시 그와 술 한 잔을 하지 않는다. 아니, 이 부분은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요원은 그들과 술을 마실 바엔 사건에 집중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동료들과의 래포는 포기했지만 그 덕에 범인을 잡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공로는 모두 인사이더들이 가져갔다. 범인을 잡아 모두가 기뻐서 박수를 치고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할 때, 그는 낄 수 없었다. 언론사가 FBI에 마이크를 들이댈 때도 그의 이름은 조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인정받지 못한 자 피츠제럴드는 결국 인정받지 못한 자 카진스키를 만나게되고, 둘은 미묘한 동지애를 공유한다. <다크나이트>의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 미드 <한니발>의 윌 그레이엄과 한니발 렉터간의 관계가 떠오른다. 배트맨은 경찰에 쫒기는 다크나이트이며, 윌 그레이엄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프로파일러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커와 한니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배트맨이 조커를 잡아야하는 이유는 '선은 결국 승리한다'는 메세지를 전파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조커와 자신을 구분짓기 위한 것이 더 크다. 배트맨 내부의 조커를 잡기 위한 그의 의지가 외부로 투사되는 것. 배트맨이 맞서는 최악의 적이 조커인 이유는 딴 게 아니다. 배트맨이 조커와 쌍둥이이기 때문이지. 윌 그레이엄 역시 한니발을 잡음으로써 한니발과 자신을 구별짓는다.
피츠제럴드는 카진스키의 언어를 분석해 그를 추적해내고, 결국 체포하는 것에까지 성공한다. 그리고 철학자로서, 선지자로서의 카진스키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게끔 하는데에까지 성공한다. 그리고 그렇게함으로써, 괴물이 되지 않은 아웃사이더는 괴물이 된 아웃사이더로부터 승리를 얻고, 또 구분된다. 그 승리가 유쾌하지만은 않다. 카진스키 역시 그의 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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