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기초회화 학습앱 튜터링에 대하여
튜터링 체험단 두번째 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회화 학원과 튜터링이라는 회화 어플이 어떻게 다른 지를 다뤄볼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는 월스트리트 잉글리시가 월스트리트 인스티튜트일 때 2011년 때부터 강남 센터에서 2년을 넘게 다녔던 경험이 있습니다(3년인가?). 당시와 지금의 월스트리트가 다를 수 있겠지만, 비교하기에는 용이할 것 같으니 이를 참고 삼아 글을 따라오셔요. 이 글에서는 편의상 해당 학원을 '월스트리트'라고 부르겠습니다.
어떻게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는가?
월스트리트는 영어 학원에 피트니스 센터 시스템을 도입한 회화 학원이라 생각하시면 간단합니다.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면 여러분은 우선 체중, 체지방 등을 체크하고 그 수준에 맞는 운동 패턴을 제안받습니다. 센터에 따라서는 무료 PT를 하루 정도 제공해주기도 하죠. PT를 등록하지 않는다면 홀로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센터에 방문할 겁니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운동을 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여러분의 의지는 1월 1일 때마냥, 처음 피트니스 센터에 돈을 줄 때마냥 불타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결국 게을러질 것이고, 피트니스 센터는 그 게으름을 기반으로 장사를 합니다. 여러분이 센터에 오지 않으면 센터에는 빈 자리가 생길테니까요. 이런 원리로 센터의 공간 사이즈와 무관하게 피트니스 센터는 무한하게 회원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에 처음 방문하면 하루 정도 월스트리트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이 학원이 대체 어떤 곳인지를 살필 수 있는 기회죠. 그리고 등록할 마음이 생기면 월스트리트의 계약의 방(!)에 들어가게 됩니다. 1개월을 계약하면 한달 금액이 가장 비싸고, 기간을 늘릴 수록 총 비용은 늘어나지만 한달 금액이 싸지는 식입니다. 계약을 하기에 앞서 레벨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레벨테스트를 하면 월스트리트가 자체적으로 만든 영어 레벨을 부여받습니다.
이때 기간 계약이 시작됩니다. SUVIVAL로 시작하더라도 3개월을 하면 레벨업을 몇 회할 수 있지만, 1년 계약을 하면 레벨업을 더 많이 해서 WAYSTAGE나 그 이상까지 갈 수 있다는 식이죠. 제가 계약할 당시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코스도 따로 있었습니다만, 지금도 있는 지는 모르겠네요.
여기에서 '레벨 올리기'는 일종의 PT라고 보시면 됩니다. 교제와 과제를 부여받고 그걸 수행한 뒤에 선생과 1~3(학생):1(튜터) 수업을 받게되는 거죠. 저때는 교제를 받았는데, 지금은 안준다는 동생의 썰이 있기는 합니다.
그 외에는 센터가 제공하는 수업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재밌습니다. 학생이 의지가 넘치면 센터가 제공하는 수업들을 최대한 받을 수 있습니다. 수업을 신청하고, 들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학원에 나가지 않으면 그런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없고, 수업을 신청하지 않으니 수업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간혹 "왜 안나오시냐"며 학생들을 닥달하는 담당 매니저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케바케입니다. 적극적으로 '공부해!'하는 분이 있는가하면, 완전 무심한 분들도 있죠.
월스트리트의 특장점을 하나 꼽으라면, 의지만 있으면 학원에서 뽑아먹을 게 적지 않다는 겁니다. 들으면 도움되는 수업도 많고, 공부 공간에서 공부하다가 물어볼 선생들도 센터에 상주하니까요.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수업이 예약제, 신청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지가 물러지는 순간 학습량이 폭발적으로 감소한다는 것. 정액제의 아이러니입니다. 언제든지 공부를 몰아서 할 수 있다는 심리는 학생을 게을러지게 만듭니다.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오늘 당장할 필요가 없거든요. 내일하면 됩니다.
튜터링도 월스트리트와 상당히 유사한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됩니다. 튜터링에서는 기간과 수업횟수를 정하죠. 월스트리트에서 기간과 레벨업 구간을 정하는 것처럼요.
해서, 튜터링에서도 월스트리트에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업 시간을 학생이 직접 정하기 때문에 학생이 게을러지면 학습량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죠. 튜터링을 다뤘던 첫번째 글에서 튜터링의 장점으로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전 여전히 이 부분을 튜터링의 특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합니다.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으면, 미루기 마련이니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튜터링도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좀 쉰다 싶으면 문자가 폭풍처럼 쏟아지거든요. 쉬면 쉴수록 문자가 더 격하게, 길게 옵니다. 공부를 하라고 리만인드를 팍팍 시켜주는 거죠. 수업을 듣지 않으면 문자를 보내게끔 알고리즘을 만든 게 아닌가 싶은데, 이게 자극이 으마으마하게 됩니다.
게다가 자극 문구들도 꽤나 다양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문자를 받아왔지만 반복되는 문장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직원 한분이 하루종일 공부 자극 문자를 타이핑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자극 문자들이 왔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문자들 때문에 '아차' 싶어서 앱을 켜서 수업을 듣고는 합니다. 효과가 있다는 거죠. 앱을 켜서 수업을 듣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쓰이지 않거든요. 수업을 듣기 위해 씻을 필요도 없고, 화장을 할 필요도 없고, 옷을 챙겨 입을 필요도 없고, 학원을 가기 위해 한파를 뚫거나 사람 가득찬 지하철을 탈 필요도 없습니다. 자극 문자가 효과적인 이유는 수업을 시작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손쉽게 수업을 들을 수 있기에 문자로 톡 건드려주기만 해도 되는 거죠. 넛지(nudge) 만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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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튜터링이 일반적인 회화 학원과 다른 점은 개인 교습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회화 학원을 제외하더라도 1:1로 발음을 교정해주고 표현을 가르쳐주는 학원은 찾기 힘듭니다. 설사 그런 학원이 있더라도 가격이 꽤나 나가죠. 중국어 독학하려할 때 튜터링이 가성비 좋은 서비스라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글에선 이에 대해서 다뤄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