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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an 16. 2018

설거지를 잘하는 방법

게으름, 작업의 양, 복잡성, 작업의 순서

설거지의 양이 적을 때는 설거지를 할 때 작업 체계랄 게 전혀 필요 없다. 싱크대에 있는 거 쓱하고 땡치면 끝이다. 하지만 설거지를 미루면 그때부터 설거지라는 작업이 복잡해진다. 작은 젓가락과 수저들, 부서지는 그릇들, 그보다 크지만 부서지지 않는 냄비들이 뒤엉켜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기름기'라는 속성을 통해 설거지라는 작업의 복잡성을 더 올릴 수도 있다. 기름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따로 처리해야 설거지를 더욱 완벽하게 처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에 세제를 머금은 수세미로 기름기 없는 그릇들을 처리한 뒤에 기름기있는 그릇들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 반대 순서로 할 경우엔 기름기가 없던 그릇들에까지 기름기가 옮아갈 수 있다.


기름기가 없더라도 복잡성이 올라갈수록 작업의 순서가 중요해진다. 가령, 작은 그릇 하나와 큰 그릇 하나가 있는 상태라면 순서는 앞서 말했듯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작은 그릇 대여섯개와 수저 다섯 세트와 철로 된 냄비가 있다면? 어떤 순서로 설거지를 해야할까?



그릇들이 애초에 쌓여있던 구간(A섹터)에서 큰 냄비부터 빼내서 세제칠(?)을 하고 세제처리된 놈을 두는 구간(B섹터)에 아가리를 위로 향하게 놓은 뒤, 큰 그릇부터 작은 그릇, 수저들을 차례대로 처리하며 큰 놈(냄비)의 위에 작은 놈들(큰 그릇, 작은 그릇, 수저들)이 쌓이는 식으로 처리해야한다. 이렇게 해야 차후 물로 행궈진 놈들을 건조대(C섹터)로 옮길 때 용의하다. 


건조대에 물건을 옮길 때를 생각해보자. 물기가 빠져야하기 때문에 수저들은 대가리를 위로 내밀 것이고, 그릇들을 아가리를 아래로 향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수저들의 내민 대가리들을 그릇들이 품어줘야하고, 그 그릇들은 그보다 더 그릇들이 품어줘야한다. 그래서 설거지의 마지막은 가장 크고 튼튼하며, 결코 부서지지 않는 철로된 그릇-냄비가 장식하게 된다. 


아직 설거지는 끝나지 않았다. 건조대에서 바로 식탁으로 가는 그릇과 달리 냄비는 그와 유사한 속성-크고 부서지지 않는-을 가진 물건들이 집합되어있는 또다른 공간(D섹터)로 옮겨지게 된다. 냄비는 일반적인 밥 그릇 반찬 그릇과 달리 상시 사용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냄비는 설거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맞다. 냄비 위에 크고 작은 그릇들이 쌓여있다면 냄비가 D섹터로 갈 때 손이 많이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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