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Oct 09. 2015

멘탈을 회복하는 방법

나만의 의식(ritual)을 통하여

김정운 교수의 책에서 처음 접한 개념이다. 리츄얼. 종교적 의식을 리츄얼이라고들 하는데, 여기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김정운 교수가 말하는 리츄얼이 종교적 의식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일종의 삶의 습관 같은 것을 리츄얼이라고 한 것. 하지만 이것은 무의식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의식적인 습관인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퇴근 후에 집에 들어가서 치킨을 주문한 뒤에 맥주캔을 까고 TV를 트는데 매일 같이 그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면 그건 리튜얼이다. 직장에서 상처받은 멘탈을 치유하기 위한 리츄얼이랄까?


담배쟁이들이 이런 리츄얼을 충실히 따른다. 예를 들어 그들은 업무가 일정 부분 끝나면 담배를 피러 나와서 담배를 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담배를 피러 나온다. 그리고 업무가 끝나면 또 담배를 태운다. 나름 심신을 달래기 위한 리츄얼이다. 담배로 몸이 달래질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리츄얼이 있었다. 대학교 수업이 끝나면 콜라를 까고 게임을 하거나 미드를 봤다. 대체로 모든 과정이 이러했다. 과제가 끝나면 또 콜라를 까고 게임을 하거나 미드를 보거나 영화를 본다. 토론준비가 끝나면 콜라를 가고 게임을 하거나 미드를 튼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할 때도 비슷했다. 어딘가를 갈 때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일정 중에 쉴 틈이 나면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일정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는 전화를 거는 대상이 고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중 연락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을 한다. 여튼, 나의 심신 안정 리츄얼에는 콜라, 게임, 미드, 영화, 전화가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리츄얼이 깨지고 있는데, 대학이 끝나고부터다. 대학 때는 고정적인 일정이 있어서 그 일정 뒤에 리츄얼을 끼어넣을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고정적인 일정이 없으니 리튜얼이라고 할 법한 게 딱히 없는 실정이다.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예를 들어 콜라를 까고 미드를 보더라도, 리츄얼 때처럼 심신을 달래주지 못하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하는 게다. 미드가 예전처럼 즐겁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미드를 좀 더 재밌게 보기 위해서라도 고정적인 일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를 3개월간 쓴 뒤의 소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