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각기동대> 영화화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http://funder2000.blog.me/220045018555
위 포스팅에서 루퍼트 샌더슨이라는 감독에 대해 잠깐 썰을 풀었었습니다. 여배우랑 불륜을 했다던가, 그의 영화가 평이 안좋다던가 하는 얘기를 했죠. 그런데 저는 샌더슨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평이 안좋다는 것만 알았기에 포스팅에서도 '평이 안좋은'이라 표현을 했었죠. 그래서 직접 봤습니다.
<Snow white and the Huntsman>란 영화는 엄청 후지더군요. 대부분 장면에서의 연출은 허접하기가 그지없고, 배우들의 연기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문제는 배우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감독의 캐스팅 실패, 감독의 가이드 실패라고 봅니다. 영화의 모든 실패 이유는 감독에서 찾아야겠죠. 영화의 성공도 마찬가지구요.
우리가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한 이유는 이 영화의 앞뒤가 안맞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맞기 떄문에 불편함을 느끼는거죠. 그런 부분들은 이 영화에 유독 많습니다. 하지만 이 포스팅에서는 '캐릭터'에 한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보려 합니다.
캐릭터
제가 다루는 스노우 화이트라던가, 왕비같은 캐릭터들은 오로지 이 영화에서의 캐릭터만을 따질뿐 원작의 캐릭터는 고려하지 않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스노우 화이트
이 여자애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란 영화에서 '순수', '순결'이라는 키워드로 컨셉이 잡혀있습니다. 아마도 진실만을 말하는 거울이 그렇게 말하니 '진실'이라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실만을 말하는 거울이 그렇게 마했으니 영화적으로 감독과 관객이 약속을 한 겁니다. "스노우 화이트"는 "순수한 존재"라는 걸요. 그런데 영화는 언제 약속했냐는 듯이 계속해서 약속을 깹니다.
스노우 화이트가 여왕의 성에서 탈출을 할 때를 보자구요. 그녀는 못을 들고 남자의 얼굴을 못으로 긋습니다. 보통의 캐릭터였다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방심할 때 공격하고 탈출하는 건 당연하지요. 저라도 그렇게 할 겁니다. 그녀가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였으면 아마 목을 비틀었을 겁니다. 그게 라라 크로프트의 개성이자 성격이니까요. 캐릭터의 행동은 성격으로부터 돌출됩니다.
그런데 순수, 순결의 결정체인 스노우 화이트가 못으로 한 남자를 공격해서 상처를 입히는 건 그녀의 캐릭터와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순수한 인물로 컨셉이 잡혀있고 관객들과 감독이 이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상황을 만들어서 그녀를 탈출시켰다면 그녀의 캐릭터성을 유지할 수 있었겠죠.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스노우 화이트 대신 '작업'을 수행했다면요.
또한, 그녀는 옆방에 있던 자기 친구(?)도 버리고 도망갑니다. 이것 역시 일반 사람의 행동이었다면 자연스럽습니다.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없고,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붙잡히니까 누구라도 그녀처럼 반응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녀는 '누구라도'에 해당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순수한 인물인 '스노우 화이트'라는 인물이죠. 그렇기 때문에 친구를 '버리고' 도망치는 행위는 거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친구'가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러면 그녀는 '버리는'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캐릭터를 유지할 수 있었겠죠. 감독은 영악하지도 못했고, 세련되지도 못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뜀박질. 그녀는 사내 대장부처럼 뜁니다. 세상에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처럼 씩씩하게 뛰는 모습은 컨셉과 모순됩니다. 크리스틴이란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애초에 연기지도를 잘했어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있습니다(오늘안에 끝나려나요). 스노우 화이트가 헌츠맨과 도망다닐 때 그들은 우연히 트롤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때 헌츠맨은 격하게 싸우다가 한대 맞고 기절을 하게되죠(토르ㅠ). 이제 트롤의 마지막 일격이 남았습니다. 그 한방으로 헌츠맨은 죽게 될테죠.
그런데 그 때 스노우 화이트가 갑자기 '아아아아아악!!!'하면서 트롤과 맞섭니다. 괴물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트롤에 맞서죠. 이런 말을 한다고 저를 마초처럼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괴물에게 '아아아아아악!!'하면서 맞서는 건 제게는 남성적으로 보입니다. 스노우 화이트, 백설공주가 할만한 행동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그녀가 트롤에게 'Stop! Plz!'하면서 두 손을 벌려 막았다면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캐릭터는 전혀 위협받지 않았을겁니다. 굳이 강하게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거죠. 또 나중에는 갑옷 입고, 칼 들고 설칩니다 하아...뭐 더이상의 말은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스노우 화이트는 애초에 순수하고 고결한 캐릭터로 컨셉이 잡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막바지에선 칼을 들고 사람들을 죽이기까지하죠. 저는 폭력과 순수가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높은 선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래서 저는 스노우 화이트가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감독은 악을 직접 칼로 죽이는 모습이 순수한 캐릭터가 할만한 행동이라고 봤을까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저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 그 역할을 꼭 '스노우 화이트'라는 캐릭터가 해야되나? 왜 굳이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이라는 영화가 그런 이야기를 담아야하나? 백설공주의 손에 칼을 쥐어주는 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나?
왕비
스노우 화이트와 달리 왕비의 연기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그리고 캐릭터도 훨씬 더 분명합니다. 오로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미모와 관련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샤를리즈 테론 누님의 연기는 뭐 말할 것도 없죠. 영화에서는 크리스틴과 대등한 입장으로 등장하는 데, 영화를 보는 제가 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여왕의 동기란 게 상당히 미약합니다. 아름다워지려하는 그녀의 욕망, 모든 여성에게 있을 법한 욕망이지만, 그녀에게 그 욕망은 더욱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남자에게 하는 말들을 보면 남자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은 듯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남자를 싫어할 이유가 될 뿐, 직접적으로 젊어지려는 동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돌아돌아 생각하면 결국 연결은 되겠지만,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좀더 분명한, 젊어지려는 이유가 있었다면 '여왕'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세계관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의 세계관을 빌려왔죠. 뿔이 많이 달린 사슴이 등장하기도하고, 페어리(요정)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세계관에 대한 설정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여왕'이 마법을 쓰는 것은 우리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세계관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이상으로 길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작 마법을 쓰는 캐릭터는 여왕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녀가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초반부터 잘 설명이 되었습니다.
흰 사슴은 왜 필요했을까요? 그녀가 the one이라서? 이미 그녀가 특별한 인물이라는 건 영화 초반부부터 '거울'이 설명해줬습니다. 여왕이 그녀의 심장을 필요로 하고, 스노우 화이트만이 여왕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초반부에 설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흰 사슴이 나오는걸까요? 반복학습을 위해서? 저는 후까시라고 봅니다. 그저 눈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흰 사슴이든, 요정이든, 거북이든 뭐든요. 후까시들은 내용에 사실상 무관했고, 이야기에서 빠졌어도 아무 무리도 없었을 겁니다.
마무리하며
이 분이 <공각기동대> 영화화하는 감독이 된다는 썰이 돈다는 것조차 저에겐 슬픔과 분노로 다가옵니다. 제발 하지마시길. <공각기동대>를 위해서, 감독 스스로의 신변안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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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에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을 수정하여 2015.10.16에 브런치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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