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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Oct 18. 2015

<쥬라기 월드>: 전작에 기생하는 전형적인 속편



1. 문제를 일으키는 건 여성이거나 유색인종이거나 뚱땡이. 역시 모든 문제는 푸른 눈을 가진 백인이 해결해야! 여기에 B대학에서 신문사를 맡고 있으면서  '감독의 의도'라는 개념이 탑재가 안된 어떤 바보는 "원래 문제일으키는 여자 많아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누나는 매번 비호감 역할으로만 캐스팅이 되네. 조고래랑 나왔던 <50/50>에서도 그렇고, <스파이더맨3>에서도 비호감 캐릭터.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제의 <히어애프터>에서도 딱히 호감 캐릭터는 아니었었다.



1.5 여자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반드시 영화가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 본 레거시>에선 레이첼 와이즈가 극한의 강도로 훈련받은 정보 요원을 발차기 한방으로 나가 떨어지게 하는데, 이보다 더 병맛스러울 수가 없다. 평소에 격투기 훈련 한번 안받은 아줌마가 007요원을 발차기로 무너뜨렸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 요원이 국정원 요원이었다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댓글 단다고 하체가 부실해졌을 테니까)


<더 본 레거시>의 발차기 장면은 레이첼 와이즈가 강하게 주장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장면이다. <콘스탄틴>에서도 "남자들은 지들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라면서 몸소 나서거든. 다만 <레거시>는 누나 변수 외에도 워낙 병맛인 영화고 <콘스탄틴>은 누나와 무관하게 꽤나 재미난 영화다.


2. 문제 일어나니까 일단 숨기려고한다. 제2롯데월드에 아쿠아리움 유리에 금 갔을 때도 이를 알리지 않고 관객들 계속 입장시켰는데...이거슨 패러디? 한류?


3. 자본주의를 까면서 메스세데스 벤츠 PPL은 해줘야! 이쯤되면 헐리우드 영화의 자본주의 비판은 비판이라기보다는 상품을 더 이쁘게 만들기 위한 장치다. 블록버스터의 태생적 한계다. 큰 영화를 만들려면 거대 자본의 힘을 빌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 비판 영화를 만들면서 동시에 영화는 자본주의를 더 굳건하게 만들어준다. 제작자는 돈 벌어서 좋고, 감독은 돈 벌어서 좋고, 기업들은 제품 홍보되서 좋고, 관객들은 뉴스도 안까는 걸 영화가 까주니까 기분이 좋다. #벤츠_G63_핡_PPL은_옳다능




3.5 <쥬라기 월드>는 더 크고, 더 사납고, 더 쿨한 공룡을 요구하는 사장을 비판한다. 그런데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공원>보다 더 큰 사이즈의 공원을 준비하고, 더 크고, 더 사납고, 더 쿨한 공룡들을 등장시킨다. 게다가 익룡들까지! 이제 공중전도 있다능!


4. 그러니까 <쥬라기 월드> 세계관엔 탱크같은 게 없는거지? 아니, 탱크같은 거보다 저 쪼끄만 파충류(=랩터)들이 저 거대한 용가리를 잡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거지? 그리고 심지어 전쟁에서도? 리얼?


5. 티렉스는 어쩐 이유에선지 그 괴물만 잡고 유유히 자기 집으로...왜죠. 너 <쥬라기 공원>에선 겁나 사나웠던 아이였잖아. 갑자기 왜 평화주의자가 된건데?


6. <쥬라기 공원>의 티렉스가 <쥬라기 월드>의 그 괴물을 때려 잡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쥬라기 공원>의 스토리텔링은 <쥬라기 월드>를 패대기치며 발라먹는다. 그러니까 93년 <쥬라기 공원>의 티렉스가 2015년 <쥬라기 월드>의 그 공룡을 때려잡는 건 신작 감독의 반성문과 다름 없다. 자기도 자기가 만든 게 얼마나 전작에 기생하는 지 뼛속부터 알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2015년의 그 공룡이 죽는 건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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