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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Oct 18. 2015

<인사이드 아웃>: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지나?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다. 이에 대해선 딱히 이견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굳이 왜 이 영화가 뛰어난 지에 대해서 글을 쓸 필요는 못 느끼고 있다. 다만, 이 영화가 어떤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 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소박한 스토리

영화는 꽤나 소박하다. 그 아이의 머릿속에선 온갖 일들이 벌어지지만 머리 바깥으로 오면 딱히 별 스토리가 없다. 


"소녀는 어딘가로 이사를 가고, 가출을 시도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게 끝이다. 


하지만 소녀가 이 짧은 경험을 하는 그때조차도 오만가지의 심리적 변수들이 작동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훌륭히 보여준다. 그러니 부모들에게는 "아이는 사소한 것에도 상처받고 또 기뻐한다"라는 메세지를 줄 수 있고, 타인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분노를 다스리고 친절하라"라는 메세지를 줄 수도 있다. <인사이드 아웃>을 본 이들은 전보다 더 행동에 주의할 것이고, 전보다 더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것이다. 단언컨데 교육부가 이번에 도입한 인성법보다 훨씬 교육적이다.


<인사이드 아웃>: 사람의 머릿 속에 다섯 가지의 감정이 있다. 
분노(anger), 짜증, 역겨움(disgust), 기쁨(joy), 공포(fear), 슬픔(sadness)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들은 어떻게 활동하는가?

재밌는 것은 이 다섯 가지의 감정 중에서 리더가 있으며 사람마다 리더를 맡고 있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소녀의 경우는 기쁨이가 주인공이지만, 소녀의 아버지가 등장할 때 그의 뇌를 보면 분노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녀의 경우는 리더인 기쁨이가 사라지자 분노가 리더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데, 그때 가출을 하게 된다. 다시 기쁨이가 헤드쿼터(?)로 돌아오고난 뒤에야 소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반면에 소녀의 아버지의 경우는 항상 분노가 리더 역할을 해서인지, 영화 내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다. 전화를 할 때도 화를 내고, 식탁에서 딸이 투정 부린다고 또 거기다가 화를 낸다. 물론 화를 안낼 때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주도권을 잡은 '분노'

하나의 감정은 다른 감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영화가 끝날 때 쯤에는 버스 운전사의 머리 속이 보이는데, 그의 머릿 속 안에는 다섯 개의 감정이 모두 분노가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버스 운전사는 어떤 일이 일어나건 분노할 것이다. 그에겐 분노 외엔 다른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감정은 어떻게 다른 감정으로 변하는가? 이에 대해선 <인사이드 아웃>이 딱히 설명을 해주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 이에 대해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분노만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있고, 다른 감정들이 하나의 감정에 계속 동요하게 될 때 하나의 감정으로 변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쁨이가 분노에 동조하다보면 분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까 넘어가자.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법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소녀는 단 한번도 적극적이었던 적은 없다. 그러니까 그 소녀가 웃고, 장난을 쳤던 이유는 기쁨이가 조이스틱을 놀렸기 때문인데, 소녀는 이때 기쁨이에게 일방적으로 조종을 당하지, 딱히 기쁨이에게 주도권을 주는 어떤 행동을 하진 않았다. 이런 점을 인정한다면 <인사이드 아웃>의 교훈은 애매해지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내가 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는 그 감정들이 무얼하는 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어차피 감정들이 자기 멋대로 군다면 인간의 역할은 조종당하는 것 외엔 없다. 


다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구경꾼이기 때문에 소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구경함으로써 언제 어떤 감정을 살려야하는지, 어떤 감정을 억눌러야하는 지에 대한 교훈은 얻을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속의 인간들은 그 젤리(?)들에게 조종당하지만, 영화 바깥의 우리는 그 젤리같은 놈들이 없더라도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영화 속 인간과 현실 속 인간의 가장 큰 차이다. 주도권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 <인사이드 아웃>은 그 조이스틱이 실재함을 은유적으로 잘 보여주고, 또한 그 조이스틱의 사용법도 알려준다. 기쁠 땐 웃고, 슬플 땐 울라는 진리.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져도 다시 모든 것을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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