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최근에 연재를 종료한 일간 박현우 19호 중 12월 9일자로 배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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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다룰 구독 모델은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도입하고 있는 구독 모델이다. 일종의 정액제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돈을 지불하면 일정 기간동안 콘텐츠를 무제한 즐길 수 있다.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게임쪽에서도 이런 구독 모델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점차 부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는 ‘Project xCloud'(이하 엑스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넷플릭스와 운영방식이 살짝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엑스클라우드에 월정액 등으로 가입하면 게이머는 엑스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게임들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이 중에는 <기어스5> 같은 신작 AAA 게임도 포함되어있어서 게임을 구매하는 것보다 엑스클라우드를 가입해서 플레이하는 게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이득이다. 물론 게임을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간이 끝나면 게임은 더이상 이용할 수 없다. 엑스클라우드에는 또다른 기능이 있다. 게이머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게임을 어디에서나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엑스클라우드에 가입하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게임과 엑스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게임을 엑스박스뿐 아니라, 폰이나 태블릿을 통해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곧 윈도우10을 지원한다고도 한다. 이런 게임 경험을 요즘 업계에서는 스트리밍 게이밍이라고 한다.
스트리밍이기 때문에 기술적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우선 단점부터 이야기하면, 보통 엑스박스 패드에 폰을 연결해서 플레이하는데(소개영상), 와이파이 신호가 약하면 인풋렉이 발생한다. 점프키를 눌렀는데 캐릭터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일정 시간 뒤에 반응한다던가 하는 거다. 와이파이가 아니라 모바일 데이터를 쓴다고해도 인풋렉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모바일 데이터를 쓸 때 인풋렉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쓰기 때문에 요금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구글이 일부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로 <레드 데드 리뎀션2>을 1080p 60프레임으로 플레이하면, 분당 119MB를 쓰고 1시간을 플레이하면 7.14GB를 쓴다고 한다(VB). 그런데 <레드 데드 리뎀션2> 같은 게임은 맵도 넓고 할 것도 많아서 즐길 거 다 즐기면서 하려면 플레이타임이 100시간은 기본으로 넘어간다. 즉, 이론적으론 어디에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지만, 실질적으로는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약은 분명히 있는 것.
<레드 데드 리뎀션2>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반드시 이득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워낙 플레이타임이 길어서 이 게임을 충분히 즐기려면 게임을 대여하는 것보다는 하나 구매해서 진득하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한 번에 여러 게임을 동시에 돌린다면 구독 모델에 이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 게임만 오랜 기간 할 거라면 구독 모델의 이점이 낮다. 특히나 구글 스태디아의 경우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태디아 구독료와 함께 게임도 따로 구매해야 해서 특히나 비용 메리트가 없다시피 하다.
장점도 물론 많다. 보통 게임을 구매하면 물건이 집까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게임이 집에 도착해도 설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하지만 엑스클라우드나 스태디아에는 설치 시간이 없다. 이미 서버에 게임이 설치되어있기 때문에 게임을 디바이스에 딱히 설치할 필요가 없고, 대형 패치가 이루어져도 딱히 패치를 할 필요도 없다.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걸 달리 말하면 게임을 저장할 하드웨어가 필요 없다는 뜻이고, 최신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된다. 해서, 스트리밍 게임이 대중화되면 이론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고가의 장비라는 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폰만 있어도 콘솔이나 PC로만 즐길 수 있었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거다.
넷플릭스는 가격 경쟁력으로 1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엑스클라우드도 순항 중이다. 스태디아는 자기들이 광고한 것처럼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엑스클라우드와 비교해 나은 점이 없어서 평이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구글이 스태디아를 손절할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구글이 손절한 서비스는 생각보다 많다. 가장 가까이로는 페이스북과 비벼보려고 했던 구글플러스). 이 서비스들은 전에는 인류에게 없던 기술을 활용해 보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덕에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앞으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 될 것이고, 게임도 그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구독 모델은 어떻게 소규모 스튜디오를 구원하나? 답은 글 앞에서부터 있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사람들은 콘텐츠를 추가로 소비할 때 추가로 돈을 지불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엑스클라우드를 구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엑스클라우드에 포함되지 않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구입을 해야겠지만, 엑스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평소라면 돈을 주고 보지 않았을 소규모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소비할 수 있게 되고, 엑스클라우드 회원들도 평소라면 플레이하지 않았을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들을 플레이하게 된다. 넷플릭스에는 다큐멘터리가 상당히 많고, 다큐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넷플릭스로 다큐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같은 작품을 보기 위해 극장을 갈 거란 생각은 하기 힘들다. 그때부터는 구독료 외에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같이 음악을 제공해주는 구독 서비스들은 어떤가? 이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한 뒤-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들어본 적은 없겠지만 왠지 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가져왔어'라며 음악을 추천해준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전에는 듣지 않았던 음악을 자연스럽게 소비하게 된다. 그 음악의 저작권을 가진 자들 중에는 잘 알려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도 상당할 거다.
구독 모델, 정액제 덕분에 소비자들은 전에는 소비하지 않던 종류의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같은 기업은 자신있게 소규모 스튜디오나 아티스트에게 투자해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다. 구독 모델과 알고리즘이 보우하사 누구의 콘텐츠든 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들은 계약금을 받거나 콘텐츠 소비가 이루어질 때 지급을 받을 수도 있으니 대중들의 관심을 못 받는다고, 검색되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악명 높은 알고리즘이 때로는 좋은 일을 하기는 한다.
덧, 한국의 구독 모델은 상황이 다르다. 추천 알고리즘은 형편 없고(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상한 협회와 단체들이 아티스트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저작권료도 상당 부분 챙겨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