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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Oct 25. 2015

결혼식장 바깥서 고개숙이고있던 남자



몇년 전의 이야기다. 나는 아는 형의 결혼식에 갔었다. 함께 속했던 조직에서 알던 형이라 결혼식장에선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 사람들과 안부를 묻고 지켜지지 않을 약속들-언제 한번 보자-을 하면서 결혼식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 때 익숙했던 얼굴이 보였다. 신랑되는 형의 동갑네기.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알고있었지만, 딱히 인사를 하진 않았다. 얼굴은 알았지만, 평소에 나이 좀 있다고 지보다 어린 애들한테 거만하게 구는 것을 자주 봐왔기에 처음 본 날부터 말을 안섞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결혼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문 바깥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사람은 평소와 달랐다. 말이 그렇게 많던 사람이 사람들을 만나도 말을 섞지 않았고, 누구를 봐도 인사를 하질 않았다. 왜 저러나 싶었다. 소왓.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친한 사람도 아니어서 신경 안쓰고 결혼식에 오지 않았으면 못봤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 한번 보자.




결혼식이 시작될 시간이 되서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신랑 입장, 신부 입장, 영상 편지, 주례, 음악, 부부가 된 남녀 퇴장. 볼 일 다봤으니 나도 집에 가려고 내 주위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인사를 돌리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결혼식장을 나오니 아까 그 사람이 다섯 명이 앉을 수 있을 법한 긴 의자에 혼자 앉아서 허리를 숙여 엎드리고 있으며 어둑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사진에서처럼). 결혼식장에 안들어왔던 것. 이건 좀 이상한 일이다. 굳이 정장까지 차려입고 결혼식을 왔는데 건물 안에까지는 들어오고 정작 결혼식장에는 안들어온거니까. 


그 남자는 신랑도 알고 있었고, 신부도 알고 있었다. 다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있는 사람들이었고, 서로 친했으니까. 그래서 그 남자는 결혼식에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결혼식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결혼식장에서 차마 볼 수 없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거지. 아마도 그 남자는 신부를 사랑했었으리라. 하지만 그 남자의 마음이 어떻든간에 결혼식은 시작했고, 끝났으며 신랑과 신부는 부부가 되었다.




그런데 결혼식이 있고나서 몇년 뒤에 그 신랑과 신부는 남남이 되기로 결정을 내리고 '신랑'이었던 사람은 새로운 여성과 찍은 사진을 현재 카톡 프로필로 해놨다. 시대가 변했다. 짝사랑하는 여자가 결혼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돌싱이 됐다고 너의 여자가 된다는 보장도 없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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