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우 Nov 01. 2015

연애칼럼을 통해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나는 글을 꽤 오랫동안 썼다. 중학생일 때부터 일기장에 글을 쓰고 그 일기장을 반 애들이 보도록 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일기장이었는 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을 꽤나 즐겼다. "재밌다"라는 말을 듣는 재미에 글을 쓰곤했던 것 같다. 글쓰기 취미는 싸이월드로 이어갔고, 지금은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정치, 사회, 복지, 안전, 인권, 여성권, 동성애, 동물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었지만 딱히 이 때 썼던 글로 누군가와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던 적은 없다. 사람들은 글을 보고 "잘봤어요"하고 갈 길 간다. 딱히 내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던 이는 없었고 어떤 데이터를 요구하는 이도 없었다.


영화에 관한 글을 보고 내게 호감을 표했던 사람들이 있긴했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정치 분야 글은 뭐같이 쓰는데 영화 분야의 글은 그보다는 잘써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고, 영화라는 것 자체가 호불호가 딱히 안갈리는 분야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으나 아직 명확한 답은 구하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블로그에 연애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이 주제로 글을 쓴 건 역사가 꽤 된다. 웃긴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해주자면 초등학생 때 인터넷 카페에서 연애상담을 해줘서 "연애 엄청 잘하실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현실은 짝사랑하는 애한테 얼굴보고 고백도 못하는 모쏠 찌질이였지.


중딩 때는 싸이월드에 연애에 관해서 글을 계속 썼었다. 연애를 했어서 글을 썼다기보다는 남녀에 관한 여러 책들을 보고 정리하는 수준의 글이었다(그 때 봤던 책들은 지금도 책장에 꽂혀있다).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글을 썼으니 아마 지금 보면 껍데기뿐일거라 생각한다. 부끄러워서 다시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블로그에 연애칼럼이란 것을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이별을 주제로 많은 글을 썼었다. 이별한 자를 위로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쓴 적도 있고, 이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생각들을 다루는 글을 쓴 적도 있다. 위로하는 방법에 대한 글은 나의 예상보다는 흥하긴했지만, 그래도 가장 흥했던 글은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었다. 그런 글들이 흥할 때마다 나는 글을 보는 독자들을 상상해본다. 이별에 아파하는 사람들. 이별을 극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우면 인터넷에서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 있겠나, 하는 생각들을 한다. 내가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리고 나의 글이 그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들이 내가 쓴 글을 공유하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가 활자로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맞아 이거야 이거"하면서 말이지.


연애에 관해서 글을 쓴 이후로 친해진 분들이 몇몇 있다. 인스타그램 주소를 어딘가에 올리지도 않았던 때에 어떻게 알고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시고 댓글을 다셨던 분도 있고, 원래 안면이 있긴했었으나 딱히 가깝지 않았던 분들이 자신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친했던 이들과는 더 친해지기도 했다. 그들은 유대감 비슷한 걸 느꼈던 게 아니었을까?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자가 있다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 그리고 아마 나도 그들의 존재에서 안도를 했었던 것 같다. 나만 이런 경험을 한 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식장 바깥서 고개숙이고있던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