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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04. 2015

사랑을 잠시 쉬어도 좋은 상태

사랑을 하면 안좋은 상태, 사랑을 잠시 쉬어도 좋은 상태가 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극심히 외로울 때(1),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 때(2),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보다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일 때(3).


극심히 외로울 때

외로움은 일종의 정신적 상처다. 그리고 상처가 깊을수록 우리는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원래라면 사랑하지 않았을 사람에게 푹 빠지고,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도 서슴없이 하게 만든다. 연애는 외로움을 치료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연애는 외로움이 해소될 때 급격하게 식을 가능성이 배우 높다. 


또한, 이는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정당한 태도도 아니다. '그 분'을 외롭기에 만나는 사람이 되게끔 하지 않는 것은, 그리고 '그 분'을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함께하는 자의 특권이자 의무다. 그리고 그런 의무를 충실히 따를 때 행복한 연애가 시작되고 유지될 수 있다. 외로움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보다 설렘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모두에게, 아니 스스로에게 좋은 외로움 출구전략이 될 것이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 때

사랑은 기본적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혼자하는 사랑은 '자위'라고 하며, '자위'는 연애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이 '함께'하는 것이라면 나와 '그 분' 사이의 합의가 있어야한다. 굳이 A4용지에 서류를 작성하지는 않더라도 암묵적인 상호 합의가 전제가 되어야 썸도 타고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모텔도 가는 게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 때"는 이런 '함께'의 정신을 저버리는 경향이 있다. 열번 찍으면 넘어뜨리지 못할 나무가 없다는 말을 믿고 미친놈처럼 돌격하는 사람이 로맨틱해보일 수는 있으나, 한편으론 지밖에 모르는 사람일거란 생각도 든다. 거절하는 사람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돌격자가 더 상처를 받을 순 있겠지. 그런데 우리의 친구 유병재가 "니가 더 힘든 걸 안다고 해서 내가 안힘든건 아니다"라는 식의 말을 하지 않았던가. 돌격대가 더 힘들다고 거절하는 자가 마음이 편할거란 이기적인 상상은 자제하는 게 좋다.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고, 함께할 수 없을 때 나의 사랑을 상대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그것이 심해지면 스토킹이 되고 성범죄가 되는 것이다. 희안한 정신병자들만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의 성범죄는 피해자의 지인들에 의해 벌어진다. 물론 모든 성범죄들이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일어나진 않겠지. 

그리고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신기하게도 세상은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혼자 찌질된다고 그 사람이 당신의 연인이 되란 법이 없기는 하지만.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연애를 하겠다는 강력한 욕망에 사로잡혀 누군가에게 접근할 때, 상대는 안다. 모를 것 같지? 다 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그 사람과 이렇다할 인간적인 관계도 없는데 연애를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결코 호감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의심부터 생기는 게다. 저 색히는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이렇게 접근하나? 그러니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못을 박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제대로된 연애는 시작할 수 없다. 상대가 극심히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면 받아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릐의 케바케는 여기서도 통하긴하겠지만)


연애는 기본적으로 타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그런데 '연애를 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면 연애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이는 상대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라 보기 어렵고,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데 아무나랑 만나나? 연애가 좋은거긴한데, 좋은 연애를 하려면 나와 맞는 사람과 적절한 타이밍에 해야된다. 사람이나 타이밍 둘 중 하나만 뒤틀려도 연애는 중대한 위기에 봉착한다. 급하게하려하지 말자. 시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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