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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Oct 31. 2015

<도리화가>는 수지의 마지막 영화가 될 지도 모르겠다

생명 짧은 아이돌의 생존전략

아이돌은 생명이 짧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이도 중요하다. 그래서 장수하고픈 아이돌에겐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핑클의 옥주현처럼 뮤지컬계를 진출하거나, 슈퍼주니어의 그 아해들처럼 예능에 나와서 입담으로 생존하거나, 소녀시대의 그 제시카처럼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서 생존하거나. 


수지가 아닌 '배'수지

수지는 영화 포스터에 '배'수지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배우 커리어로 출구전략을 세운 듯하다. 내가 보기에 수지는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녀는 가수이기보다는 배우이기를 선택할 게다. 이번에 개봉하는 그녀의 두번째 영화가 얼마나 훌륭하고, 또 그 안에서 '배'수지가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커리어는 결정될 것이다. 그녀는 SES의 유진이나, 원더걸스의 소희나 f(x)의 설리처럼 될 수도 있고, 조선 최초로 아이돌 출신의 괜찮은 배우가 될 수도 있다.


'배'수지가 아닌 수지로 이름이 올라와있다.


<건축학개론>과 달리 '배'수지로 이름이 올라와있다.


수지의 한계

수지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건 <건축학개론>이고, 그것에 있어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 수지 본인이 아니라 <건축학개론>의 감독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로 그녀는 인기를 얻었는데 이 부분은 상당 부분이 감독의 캐스팅과 운에 달려있다. 즉, 수지가 아니었어도 나는 <건축학개론>에 출연한 미지의 여배우가 '국민 첫사랑'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에 있어서 수지의 지분이 크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에 수지는 지금 꽤나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건축학개론>


수지가 <건축학개론> 거품으로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면 <도리화가>에서 그녀의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나 연기력은 모두 까발려질 것이고 <도리화가>에서 욕을 먹는 건 <도리화가>의 감독이 아니라 '배'수지 본인이 될 것이다. 영화를 책임지는 것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배우들 쥐어 뜯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수지의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사실상 <도리화가>에서 사람들이 관심있게 볼 대상은 감독 이종필도 아니고, 연기 선배 류승룡도 아니다. 사람들은 이종필이 누군지도 모르고, 류승룡은 호감가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티켓파워가 없는 배우다.  <도리화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수지다. 사람들은 수지를 보러 영화관을 찾아갈 것이다.


그런데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도리화가>가 '배'수지의 첫 주연작이라는 것이다. <건축학개론>에서 그녀는 영화에서 그리 큰 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의 고등학교 시절만 책임졌었다. 그리고 멜로 영화의 특성상 남주와 여주 골고루 영화의 지분을 차지했다. 게다가 <건축학개론>은 고등학생 때와 그 이후 때의 배우가 다르다는 점도 수지의 지분을 덜어준다. 책임질 부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우호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15초짜리 광고에서 멋져보이는 연기자가 60분짜리 드라마에서 후져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15초짜리 광고는 그 연기자의 허접한 연기력을 커버해줄 수 있지만 60분짜리 드라마는 아무리 뛰어난 연출가와 편집자가 편집을 해도 커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에서 네명의 연기자와 지분을 골고루 나누며 연기를 했다.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는 딱히 자신의 무언가를 보여줄 시간이 없었으며 빈틈을 보일 여유(?) 조차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것은 그녀에게 긍정적이다.


그런데 그녀는 <도리화가>에서 한 주인공의 삶을 모두 책임지게 된다. 사실상 영화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을 맡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들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선을 요구하는 배역에서 연기를 하게되고 전보다 많은 대사를 치게 된다. 수지에게 있어 이런 원톱 배역은 처음이다. 이 영화가 '배'수지의 영화커리어를 결정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영화가 훌륭하고 그녀도 훌륭하다면 그녀는 '배'수지의 길을 가게 될테지만, 영화가 후지다면, (그것은 수지보다는 감독의 탓이겠지만) 수지의 영화인생은 깜깜해질 듯 하다. 그녀는 SES의 유진, 원더걸스의 소희, f(x)의 설리가 될까 아니면 '배'수지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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