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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예정입니다.

2020년 4월 13일.

by 해피엔드

일 년 반 전. 한의원 양도를 결정하고 나서, 그 사실을 전하기가 가장 힘들었던 대상은 두 직원들이었습니다. 저로 인해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된 셈이니까요. 진료를 마치고 두 분을 원장실로 불렀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떼었습니다. 한의원을 양도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었다. 이번 달 말일이 수요일 까지니 그날까지만 근무하셔라. 아니, 원하시면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괜찮다...


두 분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으시더군요. 그리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원장님, 고생 많으셨어요. 근데 이렇게 갑자기 헤어지면 아쉽잖아요. 우리 이번 주에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녀요. 그동안 못 한 회식 실컷 해요.


그 한 주 동안 주변 맛집 신나게 돌았습니다. 수요일까지 하려던 근무를, 회식하느라 3일 더 연장했습니다. 폐업이 이렇게나 훈훈할 줄이야. 그렇게 보령한의원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쯤 쉬다가 올 초부터 다시 개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전 직원 한 분께 안부차 연락이 와서 이 소식을 전하니, 너무 반가워하며 당장이라도 같이 일하고 싶으시다더군요. 두 분 모두. 허허. 제가 헛살진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옛 멤버와 함께 다시 시작합니다. 보령한의원 어게인인가요? ㅎㅎㅎ 하지만 한의원 컨셉은 그때와 많이 다릅니다. 온열치료 중심으로 좀 크게 차립니다. 몸이 찬 분들께 특히 추천합니다. 치료받으러 오세요. 물론 그냥 저 보러 놀러 오셔도 좋습니다.


2020년 4월 13일. 제기동역 2번 출구, 빛한의원입니다.(20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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